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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섬]

일러스트 = 박상훈
다섯 살 섬
흔들말에 앉아 풀풀 날리는
흙먼지 잡아먹던
어린 손
좌악 펴면 엄마가 온다
눈시울 붉어진 바다
계절도 잊고
시간도 잊고
그저 등에 업힌 채
엄마 배를 물결인 듯 만지며
좋아 좋아
웃을 때마다 켜지는 집어등
참았던 졸음이 가고 가고
ㅡ 허유미 (1979 ~)
엄마를 기다리는 다섯 살 아이가 있다. 외롭고, 작은 섬인 아이다. 엄마는 물결 바다로부터 온다. 흙을 만지고 움켜쥐던 손바닥을 활짝 펴며 엄마를 안으러 달려가는 아이가 있다. 엄마는 젖은 몸의 해녀. 성게와 소라와 전복을 따서 온다. 해가 떨어지는 때였겠지. 엄마는 무거운 망사리를 내려놓고 아이를 등에 업었겠지. 엄마의 몸도 물결 바다. 아이는 엄마가 좋아서 어선에 켜놓은 집어등처럼 환하게 웃었겠지. 다섯 살 무렵에 본 엄마의 바다.
허유미 시인은 제주 모슬포에서 태어났다. 시인의 시에는 넘실대는 바다가 있다. 시 ‘숨비소리’ 에서 “파도는 조용히 철썩인다 / 엄마는 숨비소리 작게 내쉬고 /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 살기 위해 / 죽기 위해 매달리는 바다” 라고 썼다. 숨비소리는 물질하는 해녀가 물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물 밖으로 나와서 가쁜 숨을 쉴 때 내는 소리이다. 물질이 힘들어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 는 말이 있을 정도이지만, 해녀인 엄마는 “깊은 눈물 바다에” 날마다 매달린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10월 2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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