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 과천관 국제 미술 소장품展]

중국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 (2017 - 2021)가 전시장에 매달려 있다. 두개골과 척추, 장기 같은 섬뜩한 형상,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 유리는 화려한 삶 이면에 공존하는 죽음을 암시한다. 왼쪽에 보이는 회화는 물납제 도입 후 1호로 소장된 중국 작가 쩡판즈의 ‘초상’ (2007) 2점. / 연합뉴스
모네부터 쩡판즈까지··· 100년을 잇는 해외 名作 한자리에
中 거장 아이웨이웨이 · 앤디 워홀···
세계적 명성의 작가들 44점 엄선
"구매 예산의 한계 보인 건 아쉬워"
검은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화려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두개골과 척추, 장기 같은 섬뜩한 형상으로 이루어졌다. 중국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이다. 빛을 발산하는 일반적인 샹들리에와 달리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 유리로 만들어져 화려한 삶 이면에 공존하는 죽음을 암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국제 미술 소장품 44점을 엄선해 선보이는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 전을 열고 있다.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등 19 ~ 20세기 유럽 미술뿐 아니라 바버라 크루거, 안젤름 키퍼 등 동시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에 나온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1917 - 1920)을 한 관계자가 감상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이다. / 뉴시스
전시 제목은 1920년에 완성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과 아이웨이웨이의 최근작 ‘검은 샹들리에’ 에서 따왔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은 연못 위 수련과 물 위에 비친 하늘·구름을 자유롭고 감각적인 붓 터치로 담아낸 걸작.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의 움직임을 포착한 모네의 회화와 빛을 삼키는 현대의 조각 사이엔 약 100년의 시차가 있다.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1980 ~ 90년대 미술관이 국제 미술 소장품을 대폭 강화하던 시기에 수집된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많이 포함됐다” 면서 “한 세기에 걸쳐 미술사의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낸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와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이라고 했다.

바바라 크루거, '모욕하라, 비난하라' (2010). 비닐에 디지털 프린트. 날카로운 바늘이 눈을 찌르려는 순간을 담은 이미지 위에 '모욕하라 비난하라' 는 문장을 배치해 미디어와 시각적 이미지가 개인에게 가하는 위협과 폭력을 표현했다.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도입부에 만나는 미국 개념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강렬한 사진 작품 ‘모욕하라, 비난하라’ 부터 앤디 워홀의 ‘자화상’,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동양 여자’ 까지 쟁쟁한 해외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내는 물납제 도입 후 1호로 소장된 중국 작가 쩡판즈의 ‘초상’ 2점도 처음 공개됐다.

쩡판즈, '초상' (2007). 캔버스에 유화 물감, 219.5 × 145cm. / 국립현대미술관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해외 컬렉션이 갖고 있는 한계도 명확히 보여준다. 전체 소장품 1만1994점 중 해외 작품은 1045점으로 8.7%에 불과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작품 구입비 예산은 47억원. 내년엔 40억원으로 더 줄어든다. 해외 작가의 좋은 작품을 꾸준히 확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해외 미술 소장품 중 구입은 442점, 기증은 595점. 기증의 비율이 더 높은데도 이번 전시 출품작 44점 중 기증작은 이건희 컬렉션 16점뿐이다. 아무런 전략 없이 기증받은 작품들은 결국 전시에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에트루리아인' (1976).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도 이러한 한계를 심각하게 자각하고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해외 미술 소장품이야말로 미술관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의 바로미터이고, 예산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기증의 역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진다” 면서 “단순히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술관에 필요한 작품을 제대로 기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 했다.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 과천관 통합권 관람료 3000원.
허윤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11월 5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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