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피지컬 AI
챗GPT는 차라리 간단했다. 언어라는 상징을 입력받아 다시 그 상징을 출력하면 됐다. 자동 완성 기능처럼 다음에 나올 말을 예측할 뿐인데 영락없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언어란 실은 그렇게 뻔한 것이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언어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은 쉽지 않다. 세상은 언어보다 뻔하지 않아서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어도 개도 새도 벌레도 모두 우리와 다른 세상을 보고 그 안에 갇혀 있다. 다른 색, 다른 거리, 다른 해상도. 새의 눈 속 단백질은 자기장마저 감지한다. 새해 일출도 다 다른 느낌이었을 터다. 이처럼 종 (種)마다 제각각의 감각으로 인지한 세상은 전혀 다를 텐데, 이를 움벨트 (Umwelt)라 부른다.
앞으로 살아남을 기계에겐 어떤 움벨트가 필요한지 정답은 없다. 자율주행만 놓고 봐도 카메라만으로 충분히 세상을 그려낼 수 있다고 하는 테슬라 같은 데가 있고, 레이저를 쏘는 라이다 (Lidar)로 세상을 보는 웨이모도 있다.
카메라가 기록한 바로 그 시점에 운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학습시키면 자율주행이 될 거라는 주장도 그럴듯하지만, 라이다로 입력된 세상을 일단 언어화한 뒤 그 묘사된 상황에 맞는 반응을 출력해야 더 안전하다는 말도 솔깃하다.
‘피지컬 AI’ 라며 이 물리적 세상에서 우리를 도울 육신들이 대거 등장 중인데, 이들이 세상을 느끼고 깨닫는 법, 그에 반응해 행동하는 법에 따라 살아남은 이들이 정해질 터다. 다른 생물들도 그랬듯이.

김국현 과학기술평론가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1월 6일 자]

'김국현의 과학기술 유행어 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토큰 (Token)] (1) | 2026.04.04 |
|---|---|
| [예측 시장 (Prediction Market)] (0) | 2026.03.16 |
| [프롬 스크래치 (From scratch)] (0) | 2026.03.03 |
| [GLPㅡ1] (0) | 2026.02.12 |
| [소형 모듈 원전 <SMR>] (0) | 2026.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