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 : 무한변주] 02

<앞선 꿈>
신상호는 <앞선 꿈> 연작을 통해 흙으로 형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전통 도자 기법을 변용하여 기술적 · 표현적 가능성을 확장했다. 그는 흙판으로 몸통과 머리를 따로 만들어 결합하고, 표면은 인화와 상감 등 분청 기법으로 장식했다. 이러한 분청도자 조각은 흙으로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탐구하던 시기에 잠시 등장한 실험적 양식으로, 이후 전개될 신상호 고유의 형태감과 조형세계를 예고한다.


<앞선 꿈>
1992 ㅡ 1993, 혼합토, 상감, 작품별 크기 상이, 작가 소장





<꿈>
신상호는 1990년부터 이어온 분청작업을 확장해 동물 현상을 조각으로 구현한 연작을 선보였다. 특히 어두운 안료를 입혀 흙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낸 <꿈> 연작은 원초적 생명체의 에너지를 환기시킨다. 이러한 작업은 흙을 단순한 재료가 아닌, 물질적 생동감과 생명적 본능을 담는 매체로 인식한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2부 도조의 시대
도자 조각을 의미하는 '도조' (陶彫)는 신상호가 1984년 미국 센트럴 코네티컷주립대학 교환교수로 출국하기 전 처음 사용한 용어로, 도자기를 용기의 기능에서 벗어난, 조각 · 회화 · 건축적 요소가 결합된 예술로 확장하려는 그의 실험적 시도이다. 그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도자와 일본 소데이샤 (走泥社) 등 국제적 조류를 체득하며 도예의 조형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보이지 않는 부분들> (1986) 연작을 시작으로 그는 흙의 형태적 조형성을 실험하며 점토의 성질과 소성 조건을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물질적 세계를 열었다. 또한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1988)의 일환으로 국제 워크숍을 운영하며 한국 도예의 국제화를 주도했는데, 이는 훗날 2001년 경기세계도자엑스포 (현 경기도자비엔말레)의 창설로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신상호는 조각적 정체성을 강화하여 <꿈>과 <아프리카의 꿈> 연작을 통해 흙의 원초적 생명력과 구조적 힘을 형상화했다. 그에게 '도조' 란 전통을 넘어 자신만의 조형 언어와 현대적 예술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실천이었다.



<무제>
1986, 혼합토, 264 × 78 × 78, 250 × 90 × 90, 72.5 × 83 × 49㎝, 작가 소장



<보이지 않는 부분들>
1987, 혼합토, 50 × 30 × 30㎝, 작가 소장


<보이지 않는 부분들>
1986, 혼합토, 42 × 28 × 28㎝, 작가 소장


<보이지 않는 부분들>
1987, 혼합토, 63 × 54 × 8㎝, 작가 소장


<무제>
1995, 혼합토, 140 × 65 × 60 × (2)㎝, 작가 소장


<꿈 ㅡ 머리>
1991, 혼합토, 115 × 55 × 74, 101 × 50 × 66 × (2)㎝, 작가 소장


<꿈 ㅡ 머리>
1995, 혼합토, 206 × 105 × 78 × (2)㎝, 작가 소장


<꿈 ㅡ 머리>
1995, 혼합토, 80 × 80 × 70, 82 × 82 × 70㎝, 작가 소장


<꿈 ㅡ 머리>
2010, 혼합토, 123 × 87 × 86㎝, 작가 소장




<아프리카의 꿈>
신상호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영국 로열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교환교수로 머무는 동안, 그곳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 《아프리카 대륙의 미술》을 관람하였다. 아프리카 대륙의 토착 신앙과 의례, 조각과 공예 등 다양한 시각문화 전통은 그에게 깊은 충격과 울림을 주었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인간의 창조 행위가 문명 이전의 신화적 세계, 즉 원초적 생명력과 정신적 근원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깨달았고, 흙을 이를 표현할 최적의 물질로 인지하였다. 이러한 전환적 순간은 곧바로 그의 대표 연작 <아프리카의 꿈>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의 꿈 ㅡ 머리>
2000ㅡ2002, 혼합토, 130 × 100 × 120㎝, 작가 소장



<구조와 힘 ㅡ 말>
2000ㅡ2010, 혼합토, 작품별 크기 상이, 작가 소장








<구조와 힘 ㅡ 이드>
2003, 혼합토, 가변크기, 작가 소장



<아프리카의 꿈 ㅡ 머리>
2000ㅡ2002, 혼합토, 98 × 90 × 76 × (2)㎝, 작가 소장


<구조와 힘 ㅡ 머리>
2002ㅡ2007, 혼합토, 가변크기, 작가 소장



<구조와 힘 ㅡ 멧돼지>
2000ㅡ2010, 혼합토, 가변크기, 작가 소장


<구조와 힘 ㅡ 말>
2000ㅡ2010, 혼합토, 가변크기, 작가 소장



신상호, 이두식
<아프리카의 꿈 ㅡ 머리>
2000ㅡ2002, 혼합토, 108 × 93 × 75, 118 × 97 × 105㎝, 작가 소장



<꿈>, <아프리카의 꿈> 연작을 위한 동물 습작
1995ㅡ2002, 혼합토, 작품별 크기 상이, 작가 소장

<꿈 ㅡ 머리>
1995, 혼합토, 가변크기, 작가 소장










<구조와 힘 ㅡ 새>
2000ㅡ2006, 혼합토, 가변크기, 작가 소장

<구조와 힘>
작가가 "아프리카 동물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보면서 모여서 움직이는 다리의 역동성"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연작으로, 각목과 같은 구조적 요소들이 리듬감 있게 유기적으로 조합되어 생명체의 에너지와 움직임의 힘을 조형적으로 시각화한다.
신상호는 흙을 구조화하되 그것을 단단히 고정된 형태로 남기지 않고, 마치 살아 있는 존재가 호흡하듯 미세하게 진동하는 조각적 리듬을 구현하였다.


<아프리카의 꿈 ㅡ 화석>
2000ㅡ2002, 혼합토, 스틸, 가변크기, 작가 소장


부곡도방에서 열린 국제현대도예워크숍 현장. '88 서울 올림픽 문화예술축전의 일환으로 개최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최 《동서현대도예전》 (미술회관, 서울)의 부대행사로서 신상호가 기획 및 운영, 1988, 작가 제공

국무총리 표창 (올림픽 문화예술축전 기획 및 진행 공로), 1989, 작가 제공

《신상호의 도예》 (소게츠 미술관, 1995) 『불의 예술』잡지 광고, 1995, 작가 제공


동아 갤러리 개인전 《드림 & 헤드》전경, 1994, 작가 제공

도조 작품 제작 과정, 신상호 스튜디오, 1980년대 중반, 작가 제공

도조 작품 제작 과정, 신상호 스튜디오, 1980년대 중반, 작가 제공

<무제> 제작 과정. 신상호 스튜디오, 1986, 작가 제공

도조 작품 제작 과정, 신상호 스튜디오, 1980년대 중반, 작가 제공


《신상호 도조전》도록, 1986


<구조와 힘> 제작을 위한 그래픽 스케치, 2000년대, 작가 제공

작가 노트 육필 원고, 2000년대 초반, 작가 제공



<아프리카의 꿈> 연작 스케치 노트, 2000년대, 작가 제공

박석우, 루돌프 슈나이더, 신상호가 참여한 좌담 관련 기사. 「"한국의 도자기산업은 잠자고 있었다"」『조선일보』1999년 12월 6일 자, 39면
내년 '도자기 엑스포 경기도'개최··· 3인 좌담

한국 도자기문화가 예술품으로 즐기는 대상이라면, 일본은 생활용품으로 대중화돼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첨단 소재공학 대상이다. 2001년 열리는 '세계도자기 엑스포 경기도' 의 준비상황을 논의하고 한국 도자기업계를 돌아보기위해 국제도자협의회 (IAC · International Academy of Ceramics) 회장단이 지난달 29일 한국에 왔다. 도자기엑스포 개최 의미를 IAC 루돌프 슈나이더 회장, 홍익대 미대 신상호 학장, 핀란드에 사는 도예가 박석우씨 좌담으로 듣는다. (편집자 ).
▲ 신상호 = 한국의 도자기 개념은 30 ∼ 35년 뒤져 있습니다. 우주 로켓 내연재와 외연재가 도자기 (세라믹)이고 일본에선 자동차 엔진도 도자기입니다. 도자기는 예술품이자 생활용품이면서도 공학 대상인 첨단 소재이지요. 흙이 과학을 만나 상상할 수 없을만큼 발전하고 있습니다.
▲ 박석우 = 한국 도자업계는 산업수준에 못미칩니다. 전통적 생산방식과 값싼 노동력, 낮은 단가로 승부하는 셈입니다. 고려 청자나 이조 백자를 빚어낸 전통이 있지만 대량생산도 어렵고 디자인도 미흡하지요.
▲ 슈나이더 = 일본 도자기는 예술분야에서는 뛰어나달 수 있습니다. 유럽지역에선 예술품으로서 일본 도자가 중국이나 한국보다 훨씬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부문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요.
▲ 신 = 30여년 도자를 해온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도자기엑스포를 열고 IAC 집행위를 유치한 건 대단한 행운입니다. 우리 도자기를 세계에 알리고 도자기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국민들에게 생생히 보여주는 기회 아닙니까. 도자기전쟁에 접어든 세계에 한국 도자기를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 박 = 대회 유치과정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일본 도자기업체들이 똘똘 뭉쳐 대단한 공세를 펼치다 마지막에 포기하더군요. IAC 역할도 적지않았습니다. IAC가 지닌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엑스포를 성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슈나이더 = 방한한 지 며칠 안돼 한국 도자기산업에 대해 뭐라 말하기는 이르지만 한국 도자기 역사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매우 매혹적이지요. 한국 도자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이번 대회를 지원한 동기이기도 합니다.
▲ 신 = 우리 스스로에 도취하기엔 세계에 엄청난 도자기들이 있음도 알아야 합니다. 엑스포때 80개국 1000여점이 전시됩니다.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 있구나' 하고 다른 나라 것을 마음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시대에 맞는 우리 도자기가 중흥할 수 있습니다.
▲ 박 = 어쩌면 우리 수준에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유명한 외국 작품부터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슈나이더 = 도자기는 중국에서 중동으로, 다시 유럽으로 유입됐습니다. 중동에서 이룬 도자기 문화나 기술에 찬탄을 금치 못합니다. 도자기 역사에서 이들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않습니다. 엑스포에서 한국도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 신 = 전국 도요 1100개 가운데 1000여개가 이천 여주 광주에 모여있습니다. 이들이 이제 사활 기로에 있습니다. 엑스포가 해야 할 또 하나 과제는 이 전통 장인들 솜씨와 전문 디자이너, 그리고 현대적 생산방식을 결합해 생산성 높고 미래 있는 도자기산업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이 지역을 도자기벨트로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봐야겠지요.
▲ 박 = 옛날에 잘했으니 지금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되,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에겐 좋은 전통과 잠재 능력이 있으니까 젊은이들이 그것을 발휘할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도자기 생활화나 대중화는 이렇게 도자기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합니다.
▲ 슈나이더 = 이번 대회는 각국 작품 경쟁장이 아니라, 전시를 통해 차이점과 다양성을 확인하는 기회입니다. 진흙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끼리는 진흙을 통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촉감이라는 공통 언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언어로 서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 이준호 기자
[출처 : 조선일보 1999년 12월 5일 자]

세계도자기엑스포 2001의 현장 모습. 2001, 작가 제공



세계도자기엑스포 2001 한국 방문 이후 윌리엄 데일리가 보낸 안부 편지, 2002,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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