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달에 간 손]

드무2 2026. 2. 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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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간 손]

 

 

 

일러스트 = 박상훈

 

 

 

달에 간 손

 

 

달이 베란다 가까이 와서 창 안쪽을 기웃거렸다

 

할매가 하늘에 떠 있느라고 애쓴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매일 지구를 도느라고 애쓴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한테 달까지 뻗을 손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장철문 (1966 ~)

 

 


 

달이 밤하늘에 떠서 환한 달빛이 내려온다. 그 빛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달빛은 달맞이꽃에게, 골목과 빈 마당에, 나무와 신록의 숲에, 상점과 아파트에 내린다. 달빛은 ‘나’ 의 집 베란다에도 이르렀다. 창문을 통과한 은은한 달빛은 ‘나’ 의 방 안쪽까지 들어왔을 것이다. 평소에도 말이 없이 방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와 책상과 이불과 ‘나’ 의 얼굴과 꿈을 포근하게 살며시 덮었을 것이다. 오늘은 달을 보며 할머니가 달을 쓰다듬으신다. 바닥에 눕거나 앉지를 않고 저처럼 서서, 공중에 외롭게 떠서 사느라고 고생도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라고 손으로 달을 쓰다듬으신다. ‘나’ 는 달이 마치 회전목마처럼 지구를 뱅뱅 도느라고 수고가 많다고 손으로 달을 쓰다듬는다. 그러면서 저 멀리, 아득하게 떨어져 있는 달에게 내밀 수 있는 긴 손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한다.

이 시의 ‘나’ 는 아이로 읽힌다. 아이의 신기해하는 호기심과 착한 천성이 잘 느껴진다. “달까지 뻗을 손” 은 아이와 어른을 가릴 것 없이 사람이 지닌 내면의 선 (善)한 길이와 광휘 (光輝)로 이해해도 좋겠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5월 2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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