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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일러스트 = 김성규
달항아리
ㅡ 부재
그대 남긴 빈자리
달 저문 그믐 같다
몇 해를 건너왔나
다신 뵐 수 없어도
어스름
달빛 차림으로
오실 듯한 어머니
ㅡ 권갑하 (1958 ~)
달항아리는 다 비운 듯해도 다시 보면 가득 차 있다. 단아한 몸가짐과 은은한 빛깔, 둥근 모양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말없이 잠잠하고, 됨됨이가 원만하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세상을 떠나신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달항아리에는 어머니의 생전 모습이 비친다. ‘달빛 차림’ 이라는 시구에는 어머니의 옷차림과 가만한 걸음새와 어질고 자애로운 성품이 배어 있다.
권갑하 시인은 달항아리 연작 단시조집을 최근에 펴냈다. 시인은 달항아리에서 고운 사람의 눈빛, 균열, 잘디잔 균열에 스며든 별빛과 종소리, 숨결, 맑은 울림, 침묵과 적막 등을 읽어낸다. 이뿐만 아니라 달항아리를 관조하면서 자기 수행을 점검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내 안에 샘솟는 빛” 과 “스스로 / 불을 켜 드는 / 견고한 고독의 꽃” 을 발견한다.
달항아리에는 여름이 괼 것이다. 쇠가 맞부딪치는 듯한 강렬한 햇살과 소낙비 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낮 동안의 폭염을 견딘 사람의 고단한 숨소리가 깃들 것이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7월 2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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