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의 박물관 산책

[경천사지 십층 석탑]

드무2 2026. 3. 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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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사지 십층 석탑]

 

 

 

13.5m 높이의 경천사지 십층석탑. 1348년 조성된 이 탑은 기존 불탑 전통을 활용해 새로운 형식을 창안하고 이를 완성도 있게 구현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천하에 둘도 없이 정교"··· 한국 건축사상 기념비적 유산

 

 

 

12세기 고려 대리석탑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식

살아있는 듯한 인물 부조

일본 무단 반출됐다 귀환

 

 

 

국립중앙박물관 1만여 점 전시품 가운데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인터넷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전시실 입구로 들어가 ‘역사의 길’ 이라 부르는 중심 회랑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끝에서 이 탑을 마주하게 된다. 높이 13.5m에 달하는 압도적 크기의 탑 주변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

경천사는 개성 부근 부소산 기슭에 세워졌던 사찰이다. 창건 연대는 알려지지 않지만, 고려 예종 (재위 1106 ~ 1122) 이래 여러 왕이 방문한 기록이 있어 12세기에 주요 사찰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십층석탑은 충목왕 (재위 1345 ~ 1348) 4년인 1348년에 조성됐다. 탑에 새겨진 명문에는 원나라 황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과 더불어 강융과 고용봉이 대시주 (大施主)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원나라 권력자와 가까웠고 높은 지위와 권세를 누렸다.

일부 친원 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기획이었지만, 이 탑은 우리나라와 원나라 불탑 전통을 활용해 새로운 형식을 창안하고 이를 완성도 있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우리나라 석탑은 사각 · 팔각 등 일정한 기하학적 형태를 층층이 반복하는 게 일반적 문법이다.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이에 변화를 줘 기단부터 3층 탑신까지는 사면에 돌출부가 있는 형태를, 4층부터 10층까지는 단순한 방형을 반복해 올렸다. 여러 면에 걸쳐 이어지는 탑 표면에는 부조가 빈틈없이 새겨졌다. ‘신증동국여지승람’ (1530)은 이 조각을 두고 “인물이 살아 있는 듯하고 형용이 또렷또렷해 천하에 둘도 없이 정교하게 만들었다” 고 찬탄했다. 재료는 대리석인데, 우리나라 석탑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화강암보다 물러 이러한 세밀한 조각을 하기에 좋았다.

탑의 부조는 탑과 같은 높이에 섰을 때 시선이 충분히 닿는 기단부에서 3층 탑신까지의 내용이 가장 풍부하다. 기단부에는 동아시아 불교계의 전설적 셀럽인 현장법사의 구법 여행이 비중 있게 표현돼 있다. 탑신부 1 ~ 3층에서는 여러 부처의 설법 모임이 펼쳐진다. 각각의 부처는 불전 (佛殿)처럼 보이는 건축물 안에 앉아 보살과 청중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경천사지십층석탑 굿즈. /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많은 이를 매료시켰다. 조선 시대 세조 때인 1464년 이 탑을 거의 완벽하게 모방한 원각사 십층석탑을 세웠다. 1907년에는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야키가 일본으로 무단 반출하기도 했다. 1918년 우리나라로 돌아온 후 1960년 경복궁 안에 세워졌고 다시 대대적 수리, 복원 과정을 거쳐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됐다. 근래에는 매주 수요일 야간 개장 때 미디어 파사드 쇼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화려한 조명과 색채를 입은 색다른 모습으로 관람객과 만난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9월 13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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