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의 박물관 산책

[안중식의 '백악춘효']

드무2 2026. 4.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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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의 '백악춘효']

 

 

 

안중식 (1861 ~ 1919)의 '백악춘효'. 1915년, 197.5 x 63.7cm. / e뮤지엄

 

 

 

굳게 닫힌 광화문에 고인 망국의 눈물

 

 

 

고종 · 순종 어진 그린

도화서 화원 안중식

나라 회복 염원 담아

경복궁과 백악산 표현

 

 

 

최근 BTS 공연으로 광화문 사진과 영상을 자주 접하며 떠오른 그림이 있다. 광화문이 비중 있게 그려진 심전 (心田) 안중식 (安中植 · 1861 ~ 1919)의 ‘백악춘효 (白岳春曉)’ 다. 이 제목을 지닌 심전의 그림은 두 점이 전한다. 그림에 적힌 묵서에 따르면, 한 점은 1915년 여름에, 다른 한 점은 같은 해 가을에 그렸다. 두 그림은 구도와 표현이 거의 같지만, 여름에 그린 이 그림의 보존 상태가 더 좋다.

백악산과 경복궁이라는 익숙한 장소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낯선 느낌을 받는다. 서양식 투시도법으로 그린 어도(御道 · 왕의 길)는 광화문 쪽으로 시선을 모으지만, 3개의 홍예문은 굳게 닫혀 있다. 홍예문 위로 배치된 여섯 개의 누혈 (漏穴 · 물이 흘러내리도록 구멍을 뚫은 돌), 월대 난간과 서수 (瑞獸) 조각 등은 실제 모습을 정확히 재현했지만, 광화문 편액에는 글씨가 쓰여 있지 않다. 담 너머로 보이는 경복궁 내 전각들은 무성한 나무에 대부분 가려져 있다. 접근하기 어려운 궁궐과는 달리 백악산은 그 모습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림에서 백악산 봉우리는 마치 경복궁을 비호하듯 바로 뒤에 우뚝 솟아 있지만, 실제로 광화문 앞에서 보면 왼쪽으로 비껴 있다. 안중식이 이 그림을 그린 1915년 무렵 경복궁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림과 실제 풍경의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1910년 시작된 경복궁 훼손은 조선총독부가 기획한 시정오년기념조선물산공진회 (1915년 9월 11일 ~ 10월 31일) 준비로 가속화됐다. 공진회 부지가 경복궁으로 정해지면서 근정전 주변 여러 전각, 담, 석물 (石物)이 제거됐고 회장으로 사용될 신식 건물이 세워졌다.

안중식이 왜 이러한 그림을 그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실과는 다른 모습과 시점의 풍경에서 망국에 대한 한과 나라를 되찾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안중식은 일찍이 스무 살에 김윤식 (金允植 · 1835 ~ 1922)이 이끈 영선사 (領選使)의 일원으로 청나라를 방문했고, 도화서 화원으로 고종과 순종의 어진 등을 그렸으며, 서화미술회 (書畫美術會)를 창립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조선 화가로서 충실한 삶을 살았던 안중식에게 스러져가는 나라와 경복궁은 누구 못지않게 안타깝게 다가왔을 것이다.

미술사학자 김이순은 화제에 등장하는 ‘춘효’ 가 당나라 맹호연 (689 ~ 740)의 시 ‘춘효’ 에서 차용한 것으로 봤다. “간밤에 비바람 소리 들렸으니 / 꽃이 제법 떨어졌으리라” 라는 구절에서 안중식이 봄날의 정서 이상의 의미를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4월 4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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