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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의 영원한 집] 04

드무2 2023. 9. 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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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의 영원한 집] 04

 

 

 

권진규의 영원한 집

KWON JIN KYU FOREVER HOME

 

 

 

 

 

 

영감 Inspiration

 

 

 

권진규는 3년간 불어를 공부해 부르델의 원서를 독파했을 정도로 그를 좋아했고,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구문명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 아케이즘 양식을 근원으로 새로운 미술을 추구했던 부르델처럼 그 역시 동양과 서양의 고대 유산을 참조한 그만의 강건하고 응축된 형태의 작품으로 변치 않는 본질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그가 고대부터 사용된 썩지 않는 테라코타와 방부 · 방습 · 방충에 강한 건칠로 작품을 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권진규는 1960년대에 여성상과 동물상에 더하여 우리 전통과 서양 고대의 유물을 반영한 부조를 왕성하게 제작했다. 친척인 화가 권옥연이 이집트나 아시리아 조각 등 고대 조각이 부조로 되어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테라코타 부조 작업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최초의 부조 작품은 권경숙의 정릉집에 만든 <십장생> (1962)으로, 전통적인 불로장생의 상징을 소재로 삼았다. 이후 그는 고대 에게 초기 문명인 키클라데스 Cycladic문명의 여신상에서 영감을 받아 <두 사람> (1964, 개인소장)과 <춤추는 뱃사람> (1965)을 제작했다. <서있는 여성> (1968)은 도쿄 니혼바시 화랑 전시를 위해 제작한 소품 전신 나부상 중 하나다. 1968년 7월 19일자 『도쿄신문』기사 「권진규 조각전 : 근대적 구상조각의 즐거움」에서 "전신상은 이 작가의 공부 폭과 과정 등을 보여주는 것으로 부르델, 마이욜, 이집트, 그리스 타나그라 조각 등을 흡수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는 구절에서 그가 다양한 작품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앉아 있는 여성> (1972)은 그의 드로잉 북에서 보이듯이 이탈리아의 화가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1884ㅡ1920)의 카리아티드 Caryatid를 응용해 제작됐다.

모딜리아니는 아프리카와 특히 캄보디아 조각에 관심이 많아 이들의 원초성을 작품양식에 반영했다. 조각각를 꿈꾸었던 그는 수백 개의 카리아티드에 둘러싸인 '인류에게 바치는 신전' 을 구상했고 이를 위한 70여점 이상의 스케치를 남겼으나 폐건강이 좋지 못해 한 점의 조각만 제작했다. 모딜리아니의 영향은 그가 남긴 도서 『Modigliani』 (Harry & Abrams, INC., 1955)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한편, 그는 <지원의 얼굴> (1967)로 대표되는 여성 흉상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돌, 나무, 테라코타, 건칠 등의 재료를 사용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형태의 다양한 동물상을 제작했다. <고양이 머리> (1960년대)는 그의 개인전 도록에 글을 쓴 기노우치의 작품과 흡사하다. 기노우치 역시 고양이, 말과 같은 동물을 좋아했고, 다양한 고양이상을 제작했다. 둘의 형태는 유사하지만 매끈한 표면을 살리는 건칠의 특성과 달리 어둡고 거친 표면의 건칠 <고양이 머리>는 더 강건하고 날카로운 경지에 있다. 한편 그는 1972년 3월 평소 좋아했던 이중섭 李仲燮 (1916ㅡ1956)의 15주기 유작전인 《이중섭》 (1972. 3. 20.ㅡ26., 현대화랑)을 두 번 다녀왔는데, 여기서 <황소> (1953), <흰 소> (1954년경)를 보고 크게 감동했다, 이중 갖고 있던 책 내지에 연필로 <황소>를 빠르게 그린 뒤, 이를 모본으로 한 <흰 소> (1972년 3월)를 제작했다.

권진규는 조각, 고대미술, 현대미술 외에도 문학, 자연,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이 몰두했고 이를 재해석해 작품에 반영했지만 재료, 형태, 내용에 있어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했던 진정한 모더니스트였다.

 

 

 

<춤추는 뱃사람>, 1965, 테라코타, 58 × 79 × 7㎝, 테라코타에 채색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춤추는 뱃사람> (1965)은 권진규의 다른 부조 <두 사람> (1964)과 제작 방법이나 표현이 유사하다. 인체 표현이 지극히 단순한데, 얼굴은 고대 에게 미술의 키클라데스 인형 얼굴처럼 코만 표현되어 추상적이다. <드로잉 북 3> (1964)에서 7월 26일 자 드로잉 좌측 하단 그림 아래 "初期 キクラデス文化子持壺ケルノスの断片", 즉 "초기 키클라데스 문화의 귀단지 케르노스의 파편", 제일 아래 "마야 문화는 고구려 (중국 동북지방)의 벽화와 흡사, 공통점이 없다고 아니할 수 없다."라는 메모가 있다. 다음 쪽에는 채색 드로잉과 함께 '女人偶像, 初期キクラデス文化", 즉 "여인상, 초기 키클라데스문화", "ハㅡを弹く人像", 즉 "하프를 연주하는 사람" 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에게 문명의 초기에 해당하는 '키클라데스' 문명의 유물인 <여인상 Female cycladic idol> (2,700ㅡ2,300 B. C), 도판을 보고 따라 그린 것으로, <춤추는 뱃사람>, <두 사람> (1964)에 적용했다. 여러 면으로 구성된 작품에서 몸통은 흙을 콩알처럼 작게 뭉쳐서 하나하나 붙였고 배는 직사각형 무늬를 흙 위에 찍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바탕은 표면을 섬세하게 긁어내는 방법으로 다양한 질감을 담았는데, 이는 그가 따랐던 부르델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각 조각은 구워낸 뒤 합판 위에 석고와 접착제로 고정해서 하나의 화면으로 구성했다.

 

 

 

 

 

 

<서 있는 여성>, 1968, 테라코타, 40 × 27 × 19㎝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서 있는 여성> (1968)은 마치 춤을 추 듯 두 팔을 크게 벌리고, 한쪽 발뒤꿈치는 살짝 들고 있다. 이러한 자세때문에 어깨와 골반, 서혜부, 복부의 부분이 각가 표현되면서도 유기적인 움직임이 잘 나타나 있다. 두상은 이상화된 그리스 조각보다는 사실적인 로마 조각을 닮았다. 목 아래는 고대 여신들이 봉헌물을 들고 있는 자세를, 한 발을 앞으로 내민 것은 아르카이크 조각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1967년에서 1968년 사이 권진규는 여러 점의 나부 전신상을 제작했는데 같은 동작이 하나도 없다. 1968년 일본 니혼바시 화랑에서 열렸던 개인전에 출품한 이 작품은 5등신에 가까운 작은 키에 비해 팔이 다소 길며, 손은 매우 크고 투박하다. 그로 인해 몸짓이 크게 느껴지는데, 과장된 몸짓과 달리 얼굴은 무표정하다. 이것은 그가 표정이나 감정 묘사보다는 여성의 동작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제작했음을 말해준다.테라코타 위에 먹으로 칠한 검푸른 색이 고졸한 느낌을 준다.

 

 

 

 

 

 

 

 

 

 

 

 

 

 

 

<앉아 있는 여성>, 1972, 테라코타, 26 × 15 × 17㎝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앉아 있는 여성>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머리 옆에 손으로 무언가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자세는 그의 드로잉 북에 모딜리아니가 그린 카리아티드를 모사한 드로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카리아티드는 고대 그리스 신전건축에서 기둥으로 사용된 여성상이다. 모딜리아니는 나상의 카리아티드 드로잉을 70여 점 남겼는데, 권진규의 드로잉 북에는 여체의 다양한 동작과 함께 '모딜리아니 Modigliani' 라는 글씨가 적혀 있어 이 조각의 도상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작은 인체 조각들은 신라토우부터 서양 근대 미술까지 다양한 미술양식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는 여러 가지 동세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것은 풍부한 양감을 지닌 조각으로 제작했다.

 

 

 

 

 

 

 

 

 

 

 

 

 

 

 

<고양이 머리>, 1960년대, 건칠, 9 × 13 × 11㎝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고양이 머리> (1960년대)는 고양이의 머리만 묘사한 작품으로 권진규가 제작한 고양이의 특징인 쫑긋 세운 두 귀와 뾰족하게 모은 입, 볼록하게 튀어나온 동그란 눈으로 이루어졌다. 어린 시절 고향 함흥에서 고양이를 기른 경험이 있는 그는 1965년경 여동생에게 받은 고양이를 기르며 드로잉도 하고 테라코타로도 여러 점 제작했다. 다리를 쭉 내밀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고양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 등 그가 제작한 고양이들은 동작이 다양하다.  이렇게 그는 여러 각도에서 고양이의 동작을 관찰하고, 작품으로 제작했다. 또 자신이 기르던 검은색 고양이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테라코타에 흑연을 칠하기도 했으나 이 작품은 다른 고양이 조각상과 달리 걸친 기법으로 제작했다.

 

 

 

 

 

 

 

 

 

 

 

 

 

 

 

 

 

 

 

 

 

<흰 소>, 1972, 테라코타에 채색, 31.1 × 46.5 × 42.1㎝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흰 소> (1972)는 이중섭의 작품 (황소> (1953)를 모본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권진규는 1972년 3월 개최됐던 이중섭의 15기 유작전을 두 번 다녀왔는데, 여기서 작품 <황소>와 <흰 소> (1954년경)를 보고 크게 감동받았다. 그는 급한 대로 마침 갖고 있던 『황순원 전집』 제2권 (창우사, 1964) 내지에 이들을 드로잉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에 <황소들>이라는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중섭과 함께 김환기, 박수근 등의 작품을 자주 칭찬했다고 한다. 유족에 따르면 <흰 소> (1972)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만들어졌는데, 이중섭이 소만큼 생생하고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서울 아틀리에 (1959ㅡ1973)

 

 

 

영감

 

 

 

<여신상>

ca. 2400 B. C., 대리석, H : 39.1㎝,

키클라데스 예술 박물관 소장

ⓒ 키클라데스 예술 박물관

(사진 출처 : https://cycladic.gr/en/exhibit/ng0206-ginaikio-idolio-parallagis-dokathismaton)

 

 

 

<하프를 연주하는 남자>

2800ㅡ2300 B. C,, 대리석, H : 22.5㎝

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 소장.

ⓒ 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

(사진 출처 : https://www.namuseum.gr/en/collection/syllogi-kykladikon-archaiotiton/)

 

 

 

<드로잉 북 3> (왼쪽)

1964, 종이에 혼합매체, 21.5 × 32㎝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이 자료는 권진규가 "여인상, 초기 키클라데스 문화 女人偶像, 初期キクラデス文化 女人偶像, 初期キクラデス文化", "하프를 연주하는 사람 ハㅡを弹く人像" 글을 적은 채색 드로잉이다.

(내용 출처 : 1) 2015년 박형국 서면 인터뷰, 2) 《권진규》, 국립현대미술관, 2009, 311ㅡ312쪽.)

 

 

<드로잉 북 3> (오른쪽)

1964, 종이에 혼합매체, 21.5 × 32㎝,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이 자료는 <두 사람>의 드로잉이다. 작품 제작 시 여러 판을 구운 뒤 이어붙이는 방법을 사용했음을 알려준다.

(내용 출처 : 2015년, 2021년 박형국 서면 인터뷰.)

 

 

 

 

 

 

<두 사람> (왼쪽)

1964, 테라코타, 70 × 97 × 7.7㎝, 개인 소장.

 

 

 

폴 로렌즈 (Paul Lorenz), 『브르델 : 조각과 데생 (Bourdelle : Sculptures et Dessins)』 (Rombaldi, 1947), (오른쪽)

MC 2014. 01 / III a / 0011,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센터 소장, 대한민국.

이 자료는 『브르델 : 조각과 데생 (Bourdelle : Sculptures et Dessins)』의 내지에 있는 브르델의 부조작품으로 표면의 질감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드로잉 북 3>

1964, 종이에 혼합매체, 21.5 × 32㎝,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이 자료는 권진규가 그린 제1회 개인전 작품 배치도와 <춤추는 뱃사람> (1965)의 드로잉이다.

 

 

 

 

 

 

자크 립시츠 (Jacques Lipchitz), 『모딜리아니 (Modigliani)』 (Harry N. Abrams, INC., 1954),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센터 소장, 과천, 대한민국.

이 자료는 권진규가 소장하던 도서로, 1954년 Harry N. Abrams, INC.에서 발행한 『모딜리아니 Modigliani』이다. 저자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의 친구이자 조각가 자크 립시츠 Jacques Lipchitz이다. 모딜리아니 약력, 작품 이미지, 모딜리아니 친구 장 콕토 Jean Cocteau의 인터뷰 등이 실려 있다.

 

이 자료는 1954년 Harry N. Abrams, INC.에서 발행한 『모딜리아니 (Modigliani)』 내지로 모딜리아니가 제작한 카리티아드 조각과 드로잉이 실려 있다.

 

 

 

 

 

 

<드로잉 북 12>

1964, 종이에 혼합매체, 25.8 × 35.7㎝,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이 자료는 권진규가 모딜리아니의 <카리아티드 Caryatid> 모본으로 그린 드로잉이다.

 

 

『계간미술』 38호, 1986년 여름

MC 2014. 01 / III c / 0023,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센터 소장, 과천, 대한민국.

이 자료는 1986년 여름에 발행된 『계간미술』 38호 22쪽에 이중섭의 <흰 소> (1954년경)와 ㅡ황소> (1953) 도판이 실린 잡지 페이지를 촬영한 사진이다.

 

 

 

황순원, 『황순원전집』 제2권 (창우사, 1964)

MC 2014. 01 / III a / 0034,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센터 소장, 과천, 대한민국.

권진규가 소장하던 이 도서는 1964년 창우사에서 발간한 『황순원전집』 제2권이다. 책에는 권진규가 이중섭 15주기 유작전 《이중섭 작품전》 (1972. 3. 30. ㅡ 4. 9., 현대화랑) 관람 이후 그린 2점의 황소 드로잉이 담겨 있다. 권진규는 이중섭의 <황소>를 모본으로 한 <흰 소>를 제작하였다.

(내용출처 : 2015년 박형국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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