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구멍 현순애 구멍은 생의 출발점이지 여자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 먹고 사람이 되었다지 따뜻하고 아늑한 동똑 끝 고요 속에서 여자를 완성하고 한줄기 폭포수로 쏟아질 때 스스로 펼쳐진 낙하산처럼 우주의 기와 접선했다지 작은 빛에도 반응했을 눈구멍부터 농밀한 밤꽃에도 벌렁거렸을 콧구멍 또, 은밀한 그 구멍까지 엄마를 쏙 빼닮은 여자 오십 고개 넘어 찾아온 폐경 고립의 구멍과 관절에서 부는 바람 소리에 목젖 무너져 내린 의식 꺼진 밤이면 입 벌린 채 드르렁드르렁 집 한 채 흔들고 스스로 흔들다 구멍들 헐거워져 집 무너져 내릴 때면 다시 왔던 길 되짚어 돌아갈 터 구멍은 생의 종착점이지. 사진 출처 : NEWS N 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