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

[구멍]

드무2 2023. 9. 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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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구멍

 

현순애

 

 

 

구멍은 생의 출발점이지

 

 

여자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 먹고

사람이 되었다지

따뜻하고 아늑한 동똑 끝 고요 속에서

여자를 완성하고

한줄기 폭포수로 쏟아질 때

스스로 펼쳐진 낙하산처럼

우주의 기와 접선했다지

작은 빛에도 반응했을 눈구멍부터

농밀한 밤꽃에도 벌렁거렸을 콧구멍

또, 은밀한 그 구멍까지

엄마를 쏙 빼닮은 여자

오십 고개 넘어 찾아온 폐경

고립의 구멍과 관절에서 부는 바람 소리에

목젖 무너져 내린 의식 꺼진 밤이면

입 벌린 채 드르렁드르렁 집 한 채 흔들고

스스로 흔들다 구멍들 헐거워져

집 무너져 내릴 때면

다시 왔던 길 되짚어 돌아갈 터

 

구멍은 생의 종착점이지.

 

 

 

사진 출처 : NEWS N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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