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재미있는 과학

[발효]

드무2 2023. 11. 4. 14:20
728x90

[발효]

 

 

 

 / 그래픽=진봉기

 

 

 

 

포도 껍질엔 효모균 있어 으깨 저장만 하면 포도주돼요

 

 

 

막걸리엔 누룩, 맥주엔 맥아 넣어야

효모, 빵 반죽에 넣으면 부풀게 해

채소 · 김밥과 만나면 상하게 한대요

 

 

 

날씨가 더워지면서 음식이 종종 상하곤 해요.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상온에 둔 음식이 금세 쉰내를 풍기기도 하지요. 그런데 일부러 상한 것처럼 발효시켜 먹는 음식도 있어요. 발효 식품은 몸을 더 건강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어요. 겉보기엔 부패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데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인간에게 유익한 발효

발효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에요. 이 분해 과정을 거치면 사람에게 이로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죠.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누룩 (곰팡이)과 효모, 젖산균 (유산균), 아세트산균 (초산균)이 가장 유명해요.

발효는 미생물이 산소 없이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혐기성 (嫌氣性) 발효와 산소가 필요한 호기성 (好氣性) 발효로 구분해요. 혐기성 발효에는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가 있고, 호기성 발효에는 아세트산 발효가 있어요.

 

 

제빵은 효모 이용한 알코올 발효

먼저 알코올 발효에 대해 알아볼까요. 알코올 발효는 포도당을 에탄올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해요. 화학반응식은 'C₆H₁₂O₆ (포도당) → 2 C₂H₅OH (에탄올) + 2 CO₂ (이산화탄소) + 2 ATP (에너지)'로 나타내요. 알코올 발효를 하는 대표적 미생물은 효모예요. 효모는 인류가 최초로 이용한 미생물로 약 1500여 종이 알려져 있어요.

효모 중 대표적인 균류는 '사카로미세스' 예요. 말랑말랑 부풀어 오른 빵은 사카로미세스가 활동해야 만들 수 있어요. 효모는 당을 먹고 발효시켜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거든요. 빵 반죽에 효모를 넣으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데, 이때 알코올은 반죽 밖으로 빠져나가고 이산화탄소는 그물 모양 막에 갇혀 반죽을 부풀게 해요.

포도주나 맥주는 물론 막걸리 · 동동주 · 청주 등 우리나라 전통 술도 효모 사카로미세스의 알코올 발효를 통해 만들어요. 포도에는 많은 포도당이 있고, 포도 껍질에는 효모균이 서식하고 있어서 포도를 으깬 뒤 저장하면 알코올 발효가 진행되면서 포도주가 돼요.

하지만 막걸리를 만드는 쌀이나 맥주 원료인 보리에는 포도당이 없어요. 대신 포도당 분자가 사슬처럼 길게 결합한 전분이 있어요. 막걸리나 맥주를 만들려면 전분을 포도당으로 바꿔야 해요. 이때 필요한 것이 누룩이나 발아한 맥아에 함유된 효소예요. 막걸리를 예로 들면, 쌀을 고슬고슬 찐 밥에 누룩을 첨가하면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전분의 사슬을 끊어 포도당으로 만들어요. 이 포도당을 누룩 속 사카로미세스가 발효시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내요. 이때 이산화탄소는 날아가고 알코올만 남아 술이 된답니다.

 

 

김치와 치즈는 젖산 발효

젖산 발효는 알코올 발효와 함께 생물의 2대 발효 중 하나예요. 젖산 발효는 미생물 젖산균이 포도당을 분해해 젖산(유산)과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해요. 화학반응식은 ' C₆H₁₂O₆ (포도당) → 2 C₃HO₃ (젖산) + 2 ATP (에너지)'로 나타내요.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는 대표적 젖산 발효 식품이에요. 된장 · 고추장 · 간장 등 장류와 요구르트, 치즈도 젖산 발효 식품에 속해요. 김치 발효에 작용하는 젖산균은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 등 30여 종에 달해요. 요구르트는 '락토바실루스', 치즈는 '락토코커스' 라는 젖산균을 이용해 우유를 발효시킨 거예요. 치즈는 우유를 응고시킬 때 소나 염소의 위에서 얻는 '레닛'이라는 효소를 넣어요. 효소는 우유 단백질 (카제인)을 몽글몽글 뭉치게 해 젤리 형태로 만들어요. 이렇게 응고된 덩어리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소금을 넣은 후 숙성시키면 고소한 치즈가 만들어져요.

 

 

식초는 효모 · 아세트산균 2단계 발효 거쳐

식초는 아세트산 발효를 하는 대표적인 미생물 아세트산균으로 만든 식품이에요. 아세트산 발효는 효모가 먼저 당분을 알코올로 전환한 다음, 아세트산균이 알코올을 산화해 아세트산과 에너지를 생성하는 2단계 과정을 말해요. 화학반응식은 ' C₂H₅OH (알코올) + O₂ (산소) → CH₃COOH (아세트산) + H₂O (물) + 8 ATP (에너지)' 예요. 식초는 과일이나 채소, 곡물을 발효시켜 만들어요. 먼저 효모가 원료의 당을 분해해 알코올을 생성한 다음, 아세트산균이 알코올을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으로 전환하는 2차 발효 과정을 거친답니다.

 

 

부패균과 발효균의 차이

그럼 발효는 부패와 어떻게 다를까요? 발효는 인간에게 또 다른 유익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귀중한 과정이지만, 부패는 미생물이 먹거리를 썩게 해 못 먹게 만들어요. 부패균이 화학반응을 통해 아민이나 암모니아, 황화수소 같은 독성 부산물을 만들거든요. 하지만 발효와 부패는 미생물이 물질을 변질시킨다는 점에서 기본적 개념은 같아요.

같은 미생물이라도 식품에 따라 서로 반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해요. 효모 사카로미세스는 빵과 술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발효균이지만, 채소나 김밥에서는 부패균이 되기도 해요. 유산균도 햄 등에서 증식하면 부패균이 된답니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김윤주 기자 (yunj@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6월 27일 자]

728x90

'신문은 선생님 > 재미있는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의 순환]  (0) 2023.11.14
[우주로 가는 휴머노이드]  (0) 2023.11.10
[공룡]  (0) 2023.11.03
[압력]  (0) 2023.10.31
[동식물 '푸드 파이터']  (0) 20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