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스투파의 숲 ㅡ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04

드무2 2024. 1. 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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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파의 숲 ㅡ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04

 

 

 

이야기의 숲

 

옛 인도인들은 생명이 태어나서 죽는 삶이 한 번만이 아니라 믿었습니다. 북인도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서 태어난 석가모니도 깨달음을 얻은 이번 생 이전에 셀 수 없이 많은 인생을 되풀이하며 공덕을 쌓았습니다. 갠지스강 주변을 무대로 한 그의 수많은 인생 이야기는 석가모니의 사리와 함께 남쪽으로 전해집니다. 남인도에 도착한 이야기는 이곳 사람들의 활기차고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져 마치 즐거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다시 태어납니다. 다양한 이야기 속 장면들이 수많은 스투파를 장식하면서 남인도에는 이야기의 숲이 펼쳐졌습니다.

 

 

 

사리,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기원전 400년 무렵 석가모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자들은 석가모니 시신을 화장 火葬하여 얻은 사리를 여덟 개의 스투파에 나누어 모셨습니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랐던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인도 곳곳에 8만 4천 개의 스투파를 세웠습니다. 그렇게 석가모니의 사리와 가르침이 인도 남쪽으로 전해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

 

 

 

 

 

사리를 담았던 귀한 단지

 

 

 

 

 

스투파 모양의 사리병

 

 

 

 

 

코끼리를 탄 사람들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

 

기원전 240 ~ 200년경

우타르프라데시 피프라와

영국 개인소장

 

기원전 5세기, 샤카 Śākya 족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어 '샤카족의 깨달은 자' 라는 뜻의 '샤카무니 Śākyamuni', 즉 '석가모니 釋迦牟尼' 라 불립니다. 석가모니는 갠지스강 남쪽 쿠시나가라에서 윤회의 굴레를 벗고 열반에 들었습니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은 왕이나 성자의 장례를 치르듯 그의 시신을 화장하고 남은 사리를 스투파에 묻었습니다. 스투파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룸비니와 카필라바스투 등 북인도 여덟 곳의 성지에 세웠습니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르게 된 아소카왕이 인도 전역에 불교를 전하고자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나눈 뒤, 8만 4천 개의 스투파에 다시 모셨습니다. 전시된 사리는 네팔과 국경을 맞댄 북인도 피프라와 스투파에서 출토된 것입니다. 여기에서 발견된 사리단지 안에서는 유골과 함께 금이나 진주, 꽃 모양으로 만든 보석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는 아소카왕이 나중에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어 다시 나눌 때 넣은 보석으로, 사리와 똑같이 귀중하게 여겨졌습니다.

 

 

 

 

 

 

 

 

 

 

 

 

피프라와 사리 발견 이야기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

 

기원전 240 ~ 200년경

우타르프라데시 피프라와

영국 개인소장

 

피프라와 사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98년 1월 입니다. 피프라와의 영지 관리인이었던 윌리엄 페페 (William Peppé, 1852 ~ 1936)는 당시 고대 불교 유적 발굴이 유행하여 석가모니의 탄생지 룸비니의 위치가 밝혀진 사실에 고무되어, 자신의 영지 내의 둔덕을 발굴해 보기로 합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둔덕 한가운데에서 마우리아 시대 브라흐미 문자로 '부처의 유골' 이라 적힌 사리호가 들어 있는 석함을 발견합니다.

이어진 발굴로 이곳이 석가모니가 성장한 카필라바스투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석함과 사리호는 콜카타의 인도박물관으로 보내졌고, 사리와 함께 섞여 있던 보석 중 모양이 겹치는 것 331개는 사리를 발견한 페페가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피프라와 스투파는 훗날 액자에 적힌 대로 '페페 스투파 Peppé stūpa' 라 불리기도 합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사리

석가모니의 귀한 사리가 남쪽으로 전해집니다.

석가모니의 사리를 싣고 가는 코끼리의 신나는 발걸음처럼,

남인도 사람들은 석가모니의 사리와 그 가르침을 즐거이 받아들였습니다.

 

 

 

 

 

 

 

 

 

스투파, 이야기를 담다

열반에 들기 전 석가모니는 제자들에게 왕이나 성자의 장례 절차에 따라 자신의 시신을 처리하라 미리 일러 두었습니다. 사리를 모신 봉분은 최대한 웅장하게 만들고, 가장 높은 곳에 권위를 상징하는 햇빛 가리개 모양의 산개를 여러 개 겹쳐서 세웁니다. 그리고 참배자들이 돌면서 기도할 수 있도록 3단의 높은 울타리로 스투파를 둘러 쌌습니다. 스투파 울타리 안에서 참배자들이 바라보던 풍경은 어떠했을까요? 그들의 눈 앞에는 바로 지금 이곳처럼, 석가모니 이야기가 가득 새겨진 아름다운 조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을 것입니다.

 

 

 

 

 

 

기본이 아름다운 스투파

 

만든 시기 : 기원전 1세기

발견 장소 : 텔랑가나 둘리캇타

보관 장소 : 인도 카림나가르고고학박물관

 

스투파는 무덤처럼 돔*을 높이 쌓아 올리고 주변에 벽을 둘러 장식합니다. 그리고 돔 가장 윗부분에는 햇빛 가리개를 세웁니다. 이 조각은 이러한 스투파의 기본 구조를 보여줍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사각형 위에 반듯한 반원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 위로 햇빛 가리개가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도형인 네모와 동그라미로 이루어진 단순한 모양입니다. 아름다우면서도 대지에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단단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조각으로 장식된 스투파는 사타바하나 왕조의 중심지였던 '둘리캇타' 라는 곳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 아름다웠을 스투파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 돔 : 공처럼 둥글게 생긴 모양이 절반만 있는 것. 밥그릇을 엎어 놓은 모양이다.

 

 

 

 

 

 

아난다, 나의 장례는 전륜성왕의 법을 따르거라.

... 사리를 수습하면 금으로 만든 병 안에 넣고, 그 자리에 스투파를 세워라.

그리고 산개와 비단 번을 걸어 장식하고 모든 이들이 언제나 찾아와 향을 사르고 꽃을 공양하게 하여라.

『대반열반경』 권중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은 스투파

 

만든 시기 : 1세기경

발견 장소 : 안드라프라데시 두파두

보관 장소 : 인도 아마라바티유적센터 박물관

 

머리가 세 개 달린 뱀인 '나가' 두 마리가 스투파를 지키고 있습니다. 스투파의 정면에는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은 단지가 보입니다. 왼쪽에는 나무 아래 빈 대좌*가 있고 오른쪽에는 수레바퀴가 놓여 있습니다. 나무 밑 빈 대좌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밑의 자리를 뜻합니다. 멈추지 않고 구르는 수레바퀴는 영원히 빛날 태양과 같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나타냅니다. 스투파 위로 햇빛 가리개가 거대한 나무처럼 자라고 풍요의 항아리에서 연꽃 넝쿨이 쏟아집니다.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고 있는 스투파의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 대좌 : 불상을 올려 놓는 곳

 

 

 

 

 

 

 

 

 

 

 

 

 

 

 

 

 

 

 

 

 

손대고 싶은 스투파

 

만든 시기 : 기원전 2세기 후반경

발견 장소 : 마디아프라데시 바르후트

보관 장소 : 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

 

3단의 울타리 너머로 둥근 지붕의 스투파가 보입니다. 스투파의 크기는 매우 다양한데 돔 지름이 50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참배*하기 위해 스투파를 찾아온 사람들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스투파를 한 바퀴 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스투파 안쪽에 모셔진 사리의 신비한 기운을 느끼기 위해 자연스럽게 스투파에 손을 대고 싶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옛 인도인들은 손에 동물의 피나 백단나무의 향을 묻혀 스투파에 손자국을 남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석가모니에게 백단나무 향을 바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합니다.

 

* 참배 : 부처님에게 절 하는 것. 또는 세상을 떠난 사람의 무덤을 찾아가 떠난 사람을 떠 올리는 것

 

 

 

 

 

 

 

 

 

머리 다섯 달린 뱀이 지키는 스투파

 

만든 시기 : 1세기 후반

발견 장소 : 인드라프라데시 아마라바티

보관 장소 : 영국 영국박물관

 

스투파의 정면에 머리가 다섯 개 달린 뱀 '나가' 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나가는 물속에 사는 사나운 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감명 받아 불교를 믿고 스투파를 지키게 됩니다. 스투파 위로는 보리수가 자랐습니다. 보리수는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나무입니다. 물은 생명의 기본입니다.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스투파를 물속에서 솟아오른 나가가 지켜주어 깨달음의 나무가 잘 자랐을지도 모릅니다. 스투파는 석가모니의 유골을 모셔둔 무덤이지만, 죽음과 끝의 공간이 아닙니다. 물이 샘 솟고 나무가 자라는 생명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코끼리의 경배를 받는 스투파

 

만든 시기 : 1세기 말

발견 장소 : 안드라프라데시 아마라바티

보관 장소 : 영국 영국박물관

 

작지만 아름답게 조각된 스투파가 보이나요? 그 옆에는 스투파보다 큰 코끼리 두 마리가 있습니다. 코끼리들은 긴 코에 꽃을 걸고 다가와 앞다리를 구부려 절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세 개인 나가 두 마리도 보입니다. 나가들은 서로 얽혀 있고, 둥근 스투파를 감싸고 잇습니다. 사람은 물론, 동물인 코끼리와 뱀도 스투파를 지키며 경배하는 모습입니다. 좁은 쪽에 새겨진 약샤는 머리 위로 뭔가를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기둥을 받치는 돌의 한쪽 모서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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