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가니니' · '디아길레프']
▲ 이탈리아의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 파가니니를 다룬 뮤지컬 '파가니니' 의 공연 장면. / HJ컬쳐
악마의 재능 가진 파가니니··· 황제 <나폴레옹>의 동생도 연주 듣고 기절
파가니니, 천재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디아길레프, 파격적 발레 공연 선보여
19 ~ 20세기 신선함으로 흥행 이끌어
공연 예술은 무대 위 배우와 연주자, 무용수 등과 무대 뒤 작가와 연출, 조명, 음악 등이 어우러져 빚어진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관객이 없다면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창작자들은 관객을 불러 모으고,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 고민을 거듭합니다. 그런데 19 ~ 20세기 클래식과 발레 공연에서 전설적인 흥행을 불러일으킨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니콜로 파가니니' 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입니다. 지금 이 두 사람에 대한 뮤지컬들이 공연되고 있어요. 바로 뮤지컬 '파가니니' (6월 2일까지·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와 '디아길레프' (6월 9일까지·서울 예스24아트원 1관)입니다.
관중을 몰고 다니다
파가니니 (1782 ~ 1840)는 이탈리아의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예요. 뛰어난 기교를 가진 명연주자를 이탈리아어로 '비르투오소' 라고 부르는데요. 파가니니는 클래식 음악사에서 대표적인 비르투오소로 꼽힙니다. '피아노의 왕' 이라 불리는 프란츠 리스트는 파리에서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아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 고 결심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예요. 파가니니의 연주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 보니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얻은 실력' 이라는 소문도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의 연주를 듣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감동을 느꼈다고 해요. 나폴레옹 황제의 여동생인 엘리자 보나파르트는 그의 연주를 듣고 기절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공연을 할 때마다 관중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답니다.
관중을 몰고 다닌 또 다른 인물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 프로듀서이자 안무가 디아길레프 (1872 ~ 1929)입니다. 디아길레프는 파리에서 직접 발레단 '발레 뤼스' 를 만들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발레 안무와 음악으로 파리와 런던은 물론 뉴욕까지 평정했어요. 디아길레프는 판에 박힌 발레 안무를 싫어했고, 무대에 여러 예술 장르의 통합을 시도했다고 해요. 이 발레단을 통해 바츨라프 니진스키, 타마라 카르사비나 등 전설적인 발레 무용수들이 탄생했답니다.
파가니니의 시신이 교회에 묻히기까지
뮤지컬 '파가니니' 는 파가니니의 삶에 대한 이야기예요. 파가니니가 죽은 뒤 그의 아들 아킬레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라는 아버지의 오명을 벗기기 위해 재판에 나서는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룹니다. 파가니니는 유언으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 제노바에 묻어달라는 부탁을 아킬레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나요. 하지만 교회는 파가니니가 악마와 계약했다는 이유로 교회 공동묘지에 그의 시신을 매장하는 걸 불허합니다. 이에 아킬레는 40년 가까이 재판을 해요.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이리저리 떠돌던 파가니니의 시신은 결국 1876년 교회 묘지에 묻혔답니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파가니니의 연주 장면입니다.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음에도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했다고 해요. 그 결과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 활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피치카토 등의 다양한 바이올린 주법을 창안해 냈습니다. 파가니니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린 이유는 이런 연주 기법으로 만들어 낸 소리가 이전까지 바이올린 연주로는 들을 수 없었던 바람 소리와 동물 울음소리 같았기 때문이에요. 또 파가니니가 활 대신 나뭇가지로 연주하거나 악보를 거꾸로 올려놓고 연주하는 등 기이한 모습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가 남긴 많은 곡 중 '24개의 카프리스' 는 바이올린 기교의 절정을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뮤지컬은 이 곡을 화려하게 연주하며 끝이 납니다.
파가니니가 생전에 사용했던 바이올린은 이탈리아 제노바 시청에 가면 볼 수 있어요. 제노바에선 2년에 한 번씩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가 열리는데, 여기서 1등을 한 연주자는 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특권을 갖습니다. 2015년에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그에게 이 특권이 주어지기도 했죠.
▲ 파가니니. / 위키피디아
예술가들의 사랑과 갈등
뮤지컬 디아길레프는 디아길레프와 브누아, 스트라빈스키, 니진스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서로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주는 동시에, 각기 다른 예술관으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야기가 펼쳐져요. 브누아는 디아길레프의 친한 친구이자, 훗날 디아길레프가 발레 뤼스를 창단한 후 무대 디자이너로 함께 일했던 인물이에요.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 '페트루슈카' 등 지금도 공연되고 있는 유명한 발레 명작을 작곡한 인물입니다.
▲ 뮤지컬 '디아길레프' 에서 디아길레프 (왼쪽)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 쇼플레이
러시아 발레를 유럽에 소개하기 위해 무용수 30여 명을 이끌고 프랑스 파리에 온 세 사람은 1909년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칩니다. 그리고 그들의 발레단은 이후에도 '세헤라자데' '불새' 등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이처럼 작곡가와 안무가, 무대 디자인, 그리고 스타 발레 무용수까지 키워낸 디아길레프는 단연 발레계 최고의 흥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29년 57세 나이로 디아길레프가 세상을 떠나면서 발레 뤼스는 해체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발레 작품들과 전설적인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무용은 오래도록 사랑받았답니다.
▲ 디아길레프. / 위키피디아
최여정 '이럴 때연극' 저자
기획 · 구성 = 오주비 기자 (jubi@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5월 2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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