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작은 샘]

드무2 2025. 5.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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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샘]

 

 

 

일러스트 = 이철원

 

 

 

작은 샘

 

 

한없이 우뚝 솟은 히말라야 산정에

작은 샘 하나 있어 맑기가 거울 같단다

아무리 눈 내려도 금방 녹아 물이 되고

휘몰아치는 바람도 모른 척 비껴간단다

고요한 수면 위로 애기눈썹달 뜨는 밤

별들도 따라 내려와 함께 배경이 된단다

그런데 나는 누구의 무엇도 되지 못하고

마음속 산정의 샘도 아직 만나지 못했단다

 

ㅡ 황청원 (1955 ~)

 

 

 

황청원 시인이 펴낸 신작 시집 ‘늙어서도 빛나는 그 꽃’ 에 실려 있는 시이다. 황청원 시인은 오랜 세월 동안에 방송 진행자 일을 했는데, 요즘은 안성 죽산 용설호숫가 귀범전가 (歸凡田家) 무무산방 (無無山房)에 머무르고 있다. 귀범전가라고 했으니 평범함으로 돌아가 밭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는 뜻이겠다. 우편으로 온 시집을 펼치니 “마음 안 꽃이니 마음 밖도 꽃이다” 라고 자필로 쓴 문장이 있다.

시인은 이 시에서도 내심 (內心)을 잘 닦는 일에 대해 말한다. 높은 산의 맨 위에 작은 샘이 하나 있는데 그지없이 맑고 깨끗하다. 또한 수면은 물결이 가라앉아 매우 잠잠하다. 밤에는 그 수면 위로 눈썹 모양의 달이 환하게 뜬다. 시인은 이 작은 샘을 마음의 샘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 샘을 떠올려 스스로를 돌아본다. 시집 속에는 ‘오랜 인연’ 이라는 제목의 짧은 시가 함께 실려 있다. “늙어서 다시 만나 / 순한 햇살 아래 앉으니 / 빨리 가는 세월도 / 슬쩍 돌아보며 웃는다” 라고 썼다. 순한 햇살 아래에 앉은 이 무던한 마음이 곧 맑은 샘 같은 마음일 테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10월 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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