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드무2 2026. 2. 13. 16:29
728x90

[꽃 피는 것 기특해라]

 

 

 

일러스트 = 이철원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봄이 와 햇빛 속에 꽃 피는 것 기특해라.

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눈에 삼삼 어리어 물가으로 가면은

가슴에도 수부룩히 드리우노니

봄날에 꽃 피는 것 기특하여라.

 

서정주 (1915 ~ 2000)

 

 

 

 

봄 햇빛은 부드럽고 환하고, 꽃나무마다 제 꽃을 달아서 세상은 온갖 꽃으로 가득하다. 이 세계가 큰 꽃바구니 같다. 시인은 꽃이 피는 것이 신통하다고 말하면서 그 꽃은 우리의 가슴에도 핀다고 말한다. 시인은 만화 (萬花), 즉 여러 꽃을 본 후로 잊히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듯했을 것이다. 그때에 물가로 갔을 것인데, 물의 수면에 “붉고 흰 꽃” 이 깃들고 아래로 늘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물의 맑은 수면은 우리의 가슴이요, 선한 내면으로 알았을 것이다.

이 시에는 어렴풋이 어떤 면 (面)이 보인다. 꽃이 피는 현상을 평면에 비치는 것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평평한 면은 촉촉한 막을 지닌 눈, 깨끗한 물의 고요한 수면, 어질고 안정된 마음으로 각각 이해된다. 비로소 평이하게 읽히던 시가 예사롭지 않은 시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내 집 마당에는 석류꽃이 피어서 요즘은 그 꽃을 본다. 시인은 석류꽃을 “가야금 소리로 / 피는 꽃”, “영원으로 / 시집 가는 꽃” 이라고 표현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5월 20일은 시인의 시집 ‘질마재 신화’ 가 출간 50주년을 맞는 날이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5월 19일 자]

 

 

 

 

 

 

 

 

728x90

'詩, 좋은 글 ...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당이 없는 집을 지날 때면]  (0) 2026.02.19
[석이 (石耳)]  (1) 2026.02.16
[대문]  (0) 2026.02.11
[나무늘보]  (1) 2026.02.05
[수선화가 있는 달력]  (0)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