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_사이]

국립중앙박물관 ‘공간_사이’ 코너에서 관람객이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고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 잇는 신라 종소리
BTS 새 앨범 수록된
성덕대왕신종 소리
다감각 체험 가능해
외국인 관람객 몰려
요새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공간_사이에서 외국인 관람객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BTS 새 앨범에 ‘No. 29’ 라는 제목으로 신종의 소리가 수록된 여파가 아닌가 싶다. 오늘은 어떤 외국인 관람객이 이곳을 나서며 일행에게 “정말 멋있다” 라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들었다. 우리 세대는 다른 나라 문화를 배워 그 나라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드는 방식에 익숙하기에,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의 열렬한 관심이야말로 신기하면서도 멋있게 느껴진다.
작년 3월 문을 연 공간_사이는 상설전시관 3층 금속공예실과 청자실 사이에 있는 30평 남짓 되는 휴게 공간을 활용해 새롭게 조성한 체험 공간이다. ‘사이’ 라는 이름은 이 공간이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에 위치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인데,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시력 · 청력 등의 신체적 조건을 지니지만, 이 공간에서는 박물관 전시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시각 이외에 청각 · 촉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해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를 준비하며 직원들과 다른 취향이나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막연히 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여기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함께 범종의 소리를 듣고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연결됐으니, 공간_사이는 그 이름값을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_사이 바로 옆 금속공예실에는 크고 작은 범종이 여럿 전시돼 있기에, 공간_사이의 콘텐츠는 우리나라 범종을 대표하는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성덕대왕신종은 국립경주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2020 ~ 2022년 신종에 대한 타음 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녹음한 소리와 관련 자료를 공간_사이의 여러 콘텐츠를 만들 때 활용했다. 특히 신종의 소리가 멀리 전달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맥놀이를 다양한 시각 자료로 설명하고자 했다.
공간_사이에서 접한 성덕대왕신종을 금속공예실에 전시된 범종들과 비교하며 살펴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범종의 특징으로 꼽히는 원통형 모양의 음통은 종의 윗부분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음통 옆에는 용 모양의 고리인 용뉴 (龍鈕)가 있는데, 시대에 따라 용의 머리가 향하는 방향이 다르다. 범종의 표면 장식이나 명문을 쓰는 구획 모양 역시 시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띤다. 범종의 전체적 형태는 항아리처럼 중간 부분이 부풀어 오르고 아래로 갈수록 약간 좁아진 예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아래로 갈수록 점차 넓어진 예도 찾아볼 수 있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4월 1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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