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의 '우주급 일상']

반세기 만에 인류는 다시 달을 향해 날아올랐다. 임무 중에 ‘라방’ 을 하고 공식 인스타엔 짙고 푸른 지구의 ‘직찍’ 사진이 올라온다. 100조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초거대 우주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2호의 풍경은 일상적이다. 그 우주복에는 특수 장비 대신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이 들어 있다.
아폴로 시절 첨단 전산 장비보다 우리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수십만 배는 더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으니 이상할 일도 아니다. 우주 개발 같은 국책 프로젝트의 압축적 기술 발전은 고스란히 민간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전선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 되어버렸다. 특수 전용 장비를 나사 (NASA)가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널리 쓰이는 첨단 가전 중 우주에서도 안전한 ‘우주급’ 을 찾아내 검증하는 편이 합리적인 시대가 되었다.
스페이스 셔틀 시절에는 IBM 씽크패드 노트북이 애용되었다. 이번에는 아이폰, 서피스 프로, 고프로, 니콘 등 집에도 있는 제품들이 우주에 떠 있다.
아폴로의 컴퓨터는 도어록 같은 생김새였다. 두꺼운 종이 서류철을 뒤져 가며 암호 같은 숫자를 꾹꾹 눌러 조작했다. 하지만 이제 우주에서 폰을 던지며 놀고, 아웃룩 메일이 잘 안 된다는 일상적 고민이 중계된다. 아폴로에선 비닐 주머니에 볼일을 봤지만, 아르테미스에는 막혀도 뚫을 수 있는 그럴듯한 화장실이 있으니 폰이 어울리는 일상도 완성됐다.
민간의 역류는 계속된다. 최근 상장 신청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우주 물류 업체가 다음 아르테미스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김국현 과학기술평론가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4월 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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