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전쟁]

딸깍 전쟁
북한군이 ‘마귀 무인기’ 라며 두려워한 우크라이나 드론은 고글을 뒤집어쓰고 조이스틱으로 조종했다. 그리고 딸깍. 전자오락 같지만 실시간 1인칭 살생 영상은 조종사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
하지만 몇 달 뒤 러시아의 민간 트럭 운전사들은 정체 모를 컨테이너들을 후방 공군 기지까지 배송해 달라는 요청에 따랐다. 목적지에 도달하자 뚜껑이 열리더니 우크라이나 드론이 쏟아져 나와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AI로 학습된 드론 떼는 뭘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AI는 트라우마를 모른다.
요즈음을 ‘제로 클릭’ 시대라고 한다. 사람들은 AI의 답을 그냥 믿고 출처는 클릭조차 안 한다. AI가 뭐든 대신해주니 이제 전쟁마저 믿고 맡기려 한다. 팔란티어라는 회사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사람 대신 의미를 찾아 어딜 타격할지 골라주는 전쟁 운영 체제를 판다. 마두로 생포와 하메네이 제거에 활용되었다. 우크라이나 드론 떼를 지휘하던 또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는 나스닥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시장은 전쟁터야말로 AI의 학습 · 훈련 기회라며 흥분한다. 남의 일처럼 이야기한다. 자율화된 인공지능 로봇들이 대리전을 치르는 미래라도 온 듯싶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고뇌하지 않는 그런 전쟁? 총은 기계가 쏘지만, 그 총알을 맞는 것도 기계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은 딸깍 (클릭)이라도 하지만, 그 심리적 부담이나 죄책감마저 떠넘기게 될지도 모른다.

김국현 과학기술평론가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4월 2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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