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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조각의 말]

일러스트 = 김성규
몇 조각의 말
그대가
이 깊은 밤에
사는 일을 적어가고 있었으면
더 아픈 일 곁에 있었으면
오래 멀리 가고 있었으면
가는 길에
가끔씩
꽃도 들여다보고 있었으면
ㅡ 김영춘 (1957 ~)
이 짧은 시는 삶에 대한 잠언 같다.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 들려주는 조언 같다. 겉모양을 꾸미지 않은 이 시에 오래 마음이 끌린다. 하루를 살면 그 밤에 찬찬히 돌아보고, 어느 때든 슬프고 아픈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굽이가 있는 일생을 살되 시선을 멀리 두어서 조급함을 버리고, 더러는 낭만을 느끼면서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 말씀이 왜 이토록 간곡하고 뭉클할까. 궂은일이 있을지라도 꺾이지 않고, 꽃을 들여다본 것처럼 어떻게든 밝게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도 잘 느껴진다.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가 솟아나도록 북돋아 주고자 믿음과 사랑을 보내는, 마치 조각달 같은 시라고 하겠다.
이 시를 읽는 동안 그릇에 수북하게 담은 흰 밥 생각이 났다. 김영춘 시인은 시 ‘밥 냄새’ 에서 “온 집 안에 밥 냄새 가득해서 / 이 세상 모든 향기가 소용없어라 / 저 홀로 피어나던 마음처럼 / 조용조용 살아오르는 밥 냄새” 라고 썼다. 밥을 먹고 기운을 내야겠다. 사람을 만나러 세상으로 나가야겠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4월 2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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