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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고독]

일러스트 = 이철원
가벼운 고독
아내가 집을 비운 날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이 떨어진다
투툭, 풀잎을 치고는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왜 이리 고요한가
멀리서 닭 우는 소리가 산과 산 사이를 울린다
가만히 가만히 살자
ㅡ 유승도 (1960 ~)
유승도 시인은 강원도 영월 망경대산 자락에 살고 있다. 그곳에서 시인은 “산마을을 덮으며 다가” 오는 산그늘을 바라보고, “고사리를 찾아 숲길을 타” 면서, 그리고 이런 늦봄에는 막걸리를 사서 자전거 운전대에 매달아 “잘 있었냐는 말 대신 묵묵히 술병을 건네받을 사람” 을 만나러 간다. 그러면서 “너도 나도 / 자연이란 몸의 세포 하나하나” 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런데 오늘은 아내가 바깥으로 나들이를 가서 시인은 산 중턱 오두막에 혼자 있게 되고, 집은 한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너무나 조용해서 평소에는 잘 듣지 못하던 것까지 듣거나 보게 된다. 나뭇잎이 풀잎을 스치며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닭이 울어서 그 소리가 산에 부딪치고 되울리는 소리까지 유심히 듣게 된다. 물론 산과 산 사이의 큰 허공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 자신의 여유롭고 넓은 내면의 공간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가만히 가만히 살자” 고 다짐한다. 이러한 자연의 소리가 자신과 늘 함께였다는 것을 거듭해서 깨닫는 것이며,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결국 세상의 어떤 미미한 소리와도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겠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5월 1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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