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연 미디어 아트 작가 'TED 2026' 메인 무대서 강연]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이 지난달 15일 (현지 시각)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TED 2026 메인 무대에 올라 몰입형 강연을 선보이고 있다. 30m 길이의 거대한 스크린에 기후 변화와 인공지능 (AI), 인간성 붕괴 (왼쪽부터)를 다룬 작품이 각각 소개됐다. / TED
빅데이터를 예술로··· '보이지 않는 위기' 드러내
나사 위성 데이터로 기후위기 시각화
AI의 정보처리 과정 한눈에 보여줘
"너무 커 실감 어려운 인류의 난제들
보고 느끼게 만드는 게 예술의 역할"
“저는 기후 위기, 인공지능 (AI) 등 우리 시대의 ‘보이지 않는 위기’ 를 생생한 이미지로 번역해 왔습니다. 데이터는 넘쳐나지만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시대,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그 끊어진 다리를 잇고자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 바로 예술의 역할이죠.”
지난달 15일 (현지 시각)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 센터.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44 ·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이 TED 2026 메인 무대에 연사로 올랐다. 30m 초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12분간의 몰입형 강연이 끝나자, 뜨거운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달 15일 TED 2026 메인 무대에서 강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30m 초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12분간의 몰입형 강연이 끝나자, 뜨거운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 TED
강연 직후 프랑스로 날아간 그는 파리 근교 로맹빌에 있는 피민코 재단 (Fondation Fiminco) 전시실에서 열린 한 · 불 수교 140주년 기념 개인전 ‘일루미네이션’ 개막식에 참석했다. AI 시대의 빛과 그림자, 기술이 초래한 혼돈을 설치와 영상으로 통찰한 전시다. 같은 기간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부산의 미디어 아트페어 ‘루프 플러스’ 에서도 그의 신작들이 동시에 베일을 벗었다. 한 달 사이 4개국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를 전화로 만났다. 수화기 너머로 TED 강연의 흥분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TED 2026 메인 무대에서 강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 TED
그는 기후 위기와 AI라는 인류의 두 난제를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인류는 거대하고 느린 기후 위기와 너무나 빠르고 불투명한 AI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 사이에 놓여 있어요. 이 두 가지는 우리가 만들어낸 문제인데도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풍요로운 무지’ 상태에 빠져 있죠.” 그는 “진짜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데이터를 인지하지 못하는 ‘신체적 · 감각적 단절’ 이 핵심” 이라며 “정보는 넘쳐나는데 왜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가를 화두로 던지고, 보이지 않는 위협을 물리적 경험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창의적 예술가들의 역할” 이라고 했다.
강이연은 극강의 몰입형 (immersive) 무대를 만들어 그간의 작업을 소개했다. “슬라이드 한 장 들고 와서 강연하는 연사들이 대부분이라 주최측에서도 좋아했다” 며 “프로젝션 맵핑, 공간 음향, 레이저 퍼포먼스 등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TED 팀과 반년간 협업해 완벽한 무대를 선사할 수 있었다” 고 했다.

지난 2023년 아랍에미리트 (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8)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강이연 작가가 만든 몰입형 미디어 아트 작품 '패시지 오브 워터' 를 감상하고 있다. / 강이연
구글 · 미국 항공우주국 (NASA)과 협력해 2023년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담수 (淡水) 위기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작품 ‘패시지 오브 워터 (Passage of Water)’ 가 대표적이다. 나사의 위성 2개에서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 몰입형 미디어 아트로 만들었다. 그는 TED에서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지난 2002년부터 2023년까지의 변화를 보면, 지구의 담수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체감한다. 작품을 통해 데이터는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 된다” 고 했다.
챗GPT · 제미나이 등 AI 모델 118개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도 거대 스크린으로 구현했다. 그는 “AI는 지금 어디에나 있지만, 그 과정과 논리는 철저히 미스터리” 라며 “이 지능을 이해하려면 먼저 모양을 봐야 한다.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블랙박스를 열고, 인풋에서 아웃풋으로 데이터가 흐르는 디지털 뉴런들의 연결 방식을 시각화했다” 고 했다.

프랑스 파리 근교 피민코 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한 · 불 수교 140주년 기념 강이연 개인전 ‘일루미네이션’ 전경. / 피민코 재단

프랑스 파리 근교 피민코 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한 · 불 수교 140주년 기념 강이연 개인전 ‘일루미네이션’ 전경. / 피민코 재단
서양화를 전공한 강이연은 “평면 캔버스의 제약에서 도망치고 싶어” 2013년 영국으로 넘어갔고,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 실내를 프로젝션 매핑으로 채우는 등의 실험을 해왔다. 지난 2020년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전시 ‘Connect, BTS’ 에 참여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미국 시카고 ‘아트 온 더 마트’ 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받아 미식축구장 두 개에 해당하는 1만㎡ (약 3000평) 넓이의 건물 외벽을 그의 작품으로 뒤덮기도 했다.
그는 “인간의 뇌는 엄청난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왜 우리는 AI에 대체될 거라는 불안함에 떨고 있나. 자연과 인간, 기술은 더 이상 분리돼 있지 않다. 하나의 거대한 ‘살아 있는 네트워크’” 라며 “예술의 창의적 에너지를 통해 파편화된 개인의 인식을 인류 공동의 연대로 확장하는 계기를 이번 강연을 통해 만들고 싶었다” 고 했다. 강연 영상은 7월 TED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에 공개된다.
허윤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5월 4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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