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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 '산은 내 안에 있다' 회고전]

드무2 2026. 5. 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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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 '산은 내 안에 있다' 회고전]

 

 

 

유영국, ‘산-Blue’ (1994). 캔버스에 유채, 280 × 220cm. 삼성생명 소장.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심장 박동기 달고 8번 수술에도 붓 안 놓은··· "한국 최고의 모더니스트"

 

 

 

서울시립미술관서 내달 19일 개막

미공개作 등 170점, 역대 최대 규모

형 · 색 · 면으로 고향 울진의 山 표현

 

 

 

1964년 11월, 마흔여덟 유영국 (1916 ~ 2002)의 생애 첫 개인전이 열렸다. 화가 생활 30년 만이었다. 물자가 부족했던 시대, 100호짜리 거대한 캔버스에 선보인 유화 15점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조선일보는 그해 12월 15일 자에 “강렬한 녹 · 황 · 적 · 청 등의 원색이 다이나믹하게 처리된 대작” 이라며 “탐구적인 색채의 연마사” 라는 평을 실었다.

유영국은 이 전시를 기점으로 “모든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전업 작가로서 작업에만 몰두하겠다” 고 폭탄선언을 한다. 당시 그는 한국 근대 추상미술 운동의 구심점으로 작가 그룹 활동을 이끌고 있었다. 김환기, 한묵, 문신 같은 동료들이 예술의 완성을 위해 파리와 뉴욕으로 떠날 때, 그는 오직 작품으로만 세상을 만나겠다며 작업실에서 고독한 항해를 시작했다.

 

 

 

유영국, '작품 (Work · 1999)'. 캔버스에 유채 , 105 × 105cm.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다음 달 19일 개막하는 ‘유영국 : 산은 내 안에 있다’ 는 미공개작을 포함해 회화, 부조, 드로잉 작품, 아카이브 등 170여 점을 총망라한다. 1930 ~ 40년대 아방가르드 실험기부터 1999년 절필작까지 전 생애 예술 여정을 통해 작가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조형적 본질과 예술적 실천을 조명한다.

조선일보사가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생애 첫 개인전인 1964년에서 출발한다. 가장 치열했던 전업 작가로의 출발점을 기점으로 시간을 절개하고, 과거로 역행하고 다시 미래로 순행하는 독특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전시를 기획한 여경환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단순히 거장의 발자취를 좇는 회고를 넘어, 유영국 스스로 추구했던 예술을 향한 내적 필연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추적하는 과정” 이라고 했다.

 

 

 

유영국, '해토 (解土 · 1961)'. 캔버스에 유채 , 130 × 162 cm.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191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에 걸쳐 ‘산’ 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며 한국적 추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형 · 색 · 면으로 고향 울진의 높은 산과 깊은 바다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과묵한 화가였다. 아무도 추상을 알아주지 않던 시절, 처음부터 추상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 없어 좋다” 고 했다. “60세까지는 기초 공부” 를 한다며 정해진 일상의 시간표에 맞춰 “기계같이” 그림을 그렸다. 매일 아침 9시에 붓을 들고 저녁 6시에 내려놓는 하루를 평생 반복했다. 1980년대 심장 박동기를 달고 여덟 번의 수술과 30여 회 입·퇴원을 겪으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일본 유학 시기의 유영국 . 1930년대 말 1940년대 초.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작품 ( Work · 1967)'. 캔버스에 유채 , 130 × 130cm.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은 “내 그림은 나 살아생전 팔리지 않는다” 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틀렸다. 환갑이 다 되어가던 1970년대 중반, 당시 삼성 이병철 회장이 처음으로 작품을 구매했다. 미술사학자 최순우가 중간 역할을 해 유영국의 작품이 들어갔을 때, 이병철은 “추상화도 이 정도면 괜찮군”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영국은 최근 수년간 해외에서도 ‘재발견’ 됐다. 지난 2023년 미국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 첫 해외 개인전, 이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유럽 첫 개인전이 열렸다. 현지 관람객들은 “원색의 깊이와 풍부한 에너지가 놀랍다” 며 감탄했고, 미술 전문 매체인 아트뉴스는 “자연을 미니멀리즘으로 표현한 한국 최고의 모더니스트” 라고 극찬했다.

전시명은 “산은 내 앞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 고 한 그의 말에서 따왔다. 1960년 8월 23일 자 조선일보에 그가 ‘산’ 에 대해 기고한 글이 있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 것도 아마 산 고장에서 자란 탓일 게다. 내가 자란 마을에서 평탄한 길을 걸어 산모퉁이 하나를 돌아가면 끝없는 바다였다. 바다를 둘러싸고 첩첩이 헐벗은 산과 웃 입은 산들이 보였다. 늘 보아온 고향의 산과 바다지만 그곳을 한 바퀴 돌아오면 생활에서 지친 울적했던 마음도 사라진다.”

 

 

 

유영국 작품을 모티브로 영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룬드런던’ 과 협업해 만든 스페셜 텀블러. / 고운호 기자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엄격한 기하학적 추상으로 완벽의 경지에 이른 작가” 라며 “유영국이 천착했던 추상의 세계, 예술가적 태도까지 폭넓게 살피면서 오늘의 관람객과 연결하는 전시” 라고 했다.

관람료 무료. 방탄소년단 RM의 소장품인 ‘작품 (Work · 1968)’ 도 이번 전시에 나온다. 유영국 작품을 모티브로 개발한 150여 종의 굿즈도 기대를 모은다.

 

 

허윤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4월 2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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