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유만개 色釉滿開 : 권순형 기증특별전] 02


3. 색유만개 色釉滿開 : 1990 ㅡ 2010
권순형이 평생을 바쳐 탐구한 '색유' 는 1990년대에 이르러 원숙한 경지에 도달했다. 절제된 색감에서 화려한 발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져, 1996년 《제16회 개인전》에서는 한층 깊어진 색채와 화려한 색유 장식의 절정을 선보였다.
그의 색유는 가마 안에서 1,300도 이상의 '불' 과 만나 재질과 성분에 따라 천차만별의 색과 질감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생동감을 부여하는 색의 번짐과 유연한 선의 흐름은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통해 얻은 것이었다. 그는 다양한 색을 얻기 위해 집요한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비범한 추상성을 구축했다.
권순형 작품의 기물 표면에 중첩되어 흘러 내린 다채로운 색유는 때로 '깊은 산', '맑은 하늘', '깊은 바다' 가 되고, 반짝이는 결정은 '별이 쏟아지는 우주' 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보는 이의 상상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었다. 권순형의 색유 변주는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하여 설계한 인위적 조건과 재료의 성분이 불과 만나 빚어낸 자연발생적 작용, 즉 우연의 효과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결과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편안함과 생동감, 명랑함을 느끼게 한다.



백운유 병
2002
백자토, 백운석유
34㎝ × 23㎝
여러 색유를 스프레이로 고르게 뿌려 색의 층위가 차분히 정돈되어 있다. 유약의 빛깔이 녹색 · 청색 · 갈색 순으로 쌓여 자연스럽게 '하늘과 땅' 을 연상시키며, 몸체에 피어난 결정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별' 처럼 보인다. 굽 안바닥면에는 '艸 (초)' 와 제작연도 '2002' 가 코발트 안료로 쓰여 있다.


맥동
1999
백자토, 백운석유
45㎝ × 50㎝
제목처럼 '맥박이 뛰는 듯한 움직임' 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색유 표현이 기술적 · 예술적 완성을 이루던 1990년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여러 색유를 스프레이로 고르게 뿌려 가마 안에서 녹아 흐르며 겹쳐진 경계에서 물결 같은 형상이 만들어져 율동감을 자아낸다.




백운유 병
1990
백자토, 백운석유
24㎝ × 26.8㎝
여러 색유를 중첩해 사유하여 다채로운 색채의 층위가 돋보인다. 1990년대에는 작가의 색유 실험이 원숙한 경지에 도달하여 색유효과가 매우 안정적으로 발현되는데, 이 작품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굽 안바닥면에는 제작 연도와 작가의 서명 '1990 艸 (초)' 가 쓰여 있다.


백운유 병
1996
백자토, 백운석유
32.8㎝ × 30㎝
여러 색유를 중첩해 시유하여 깊이 있는 색감과 수채화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소성 온도가 높아 유약이 충분히 녹아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이 돋보이며, 결정이 안정적으로 되어 있다. 굽 안바닥면에는 '艸 (초)' 와 제작 연도 '1996' 이 코발트 안료로 쓰여 있다.


"도자 분야는 무엇보다도 불이 중요해. 시간과 온도가 정확하지 않으면 원하는 색채를 내기가 어려워. 일종의 과학처럼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뒤에야 제 색이 나오는 법이거든. 결국 일평생 흙과 불을 다루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 최상이라는거야."
ㅡ 권순형
『동트는 강원』2001년


백운유 화병
1995
백자토, 백운석유
19.5㎝ × 19.5㎝
색유를 여러 겹 중첩한 표면은 고온 소성으로 유약이 충분히 녹아 유리 같은 광택을 발산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권순형의 1990년대 중반 작업은 이전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소성되어, 결정의 질감보다 유리질 유면의 반짝이는 광택이 한층 돋보인다. 굽 안바닥면에는 '艸 (초)' 와 제작 연도 '1994' 가 쓰여 있다.




백운유 대호
1996
백자토, 백운석유
52㎝ × 49.5㎝
여러 가지 색유가 불과 만나 중첩되어 흘러내리며 만들어낸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온에서 구워 표면에 유리 같은 광택이 나타나고, 흘러내린 색유와 반짝이는 결정이 어우러져 변화무쌍한 생동감을 자아낸다. 굽 안바닥면에는 작가 서명 '艸 (초)' 와 제작 연도 '1996' 이 쓰여 있다. 2009년 개최된 회고전 《권순형, 도예 50년의 여정》에 출품되었다.



율
1994
백자토, 백운석유
32.5㎝ × 32㎝
작가 특유의 추상적 화면 구성이 드러나는 대표 작품 중 하나이다. 색유를 여러 겹 덧입혀 오묘하고 절제된 청록빛을 얻었고, 결정이 화려하게 피었다. 일부에는 녹인 촛물을 붓으로 발라 유약이 닿지 않은 부분은 흙의 색과 질감이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유약이 색감과 질감의 변주로 율동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백운유 병
1994
백자토, 백운석유
26.5㎝ × 20㎝
색유의 색상과 결정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부드러운 색감의 유약이 여러 겹 중첩되었고 결정이 매우 안정적으로 피었으며, 결정 사이사이에는 유리 같은 질감도 보인다. 이 같은 특징은 작가의 1990년대 작업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다. 굽 안바닥면에는 작가의 호 '초석 艸石' 을 나타내는 '艸' 와 제작 연도 '1994' 가 쓰여 있다. 1994년 개최된 《제15회 개인전》과 2009년 회고전 《권순형, 도예 50년의 여정》에 선보였다.


암산
1999
백자토, 백운석유
50.5㎝ × 50㎝
개인 소장
'바위가 많고 험한 산' 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표면에 두껍게 바른 색유가 1,300도 이상의 불과 만나 녹으며 흘러 내렸고, 결정은 활짝 피었다. 하얀 결정은 마치 깊은 산의 안개, 혹은 덜 녹은 눈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가는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로 이러한 우연적 효과까지 조율해 그만의 추상성을 구축했다. 2000년 《제17회 개인전》에 선보인 작가의 대표작이다.



4 권순형 아카이브
권순형의 집요한 탐구와 장인적 태도는 방대한 작업 성과로 이어졌다. 6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그가 창작한 도자 작품은 10,000점에 육박했다. 그의 성실한 작업 태도와 진지한 작가 정신은 한국 현대도예의 전개와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에서는 도예가 권순형의 예술을 아카이브를 통해 살펴본다.
권순형 아카이브에는 그가 소중히 간직해 온 기록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개인전 · 초대전 도록과 리플릿, 작가 생전의 창작과정과 공예가로서의 활동을 담은 다양한 영상자료를 통해 그의 예술을 더욱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권순형이 치열하게 걸어온 인생의 여러 페이지를 천천히 마주하기 바란다.











1929. 6. 23. 강릉 출생
1949. 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도안과 입학
1953. 11.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수상
* 이후 제30회까지 무감사 입선 및 추천 · 초대작가
1955. 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 졸업
1956. 8. 서울 계성여자중고등학교 미술교사 부임
1956. 9. K. K. 디자인연구소 개소
1958. 1. 한국공예시범소 디자이너 입사
1959. 9. 미국 클리브랜드 미술대학
(Cleveland Institute of Art) 연수
1960. 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강사 임용

1960. 9. 제1회 개인전 (귀국 기념전)
1965. 3. 서울특별시문화상 수상
1966. 8. 제1회 대한민국상공미술전람회 (상공미전) 추천작가
* 이후 1992년 제27회까지 집행위원, 초대작가
1967. 11. 제2회 개인전
1969. 11. 제3회 개인전
1971. 4. 제1회 가톨릭미술전 참여
* 이후 제11회까지 전시 참여
1971. 5. 제4회 개인전
1971. 12. 《산정 서세옥, 초석 권순형 도예전》
1972. 12. 제5회 개인전
1973. 6. 국립극장 도자벽화 <봉황문> 완성
1973. 11. 서울대박물관 《한국현대도예작가초대전》참여
1974. 4. 제6회 개인전
1974. 7. 중앙청 도자벽화 <무궁화의 승화> 완성
1975. 7. 국회의사당 도자벽화 <한글문> 완성
1975. 11. 제7회 개인전
1977. 5. 제8회 개인전
1978. 3. 워커힐호텔 도자벽화 <금수강산> 완성
1979. 4. 제9회 개인전
1979. 5. 제1회 한국도예가회 창립전
* 이후 2016년 제21회까지 전시 참여
1979. 7. 경기도 광주 곤지암 작업장 완공
1979. 7. 혜화동성당 도자벽화 <성사> 완성
1979. 12. TBC 공개홀 (現 KBS 별관) 도자벽화 <율> 완성
1980. 11. 제10회 개인전

1981. 1. 춘천 어린이회관 도자벽화 <꽃동산>, <군학> 완성
1981. 9. 제1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심사위원장
* 이후 제9회까지 매년 심사위원장 초대작가
1982. 7. 사학연금공단 도자벽화 <새아침>, <연> 완성
1982. 11. 제11회 개인전
1983. 8. 세종문화회관 <만다라> 도자벽화 완성
1984. 7. 미국 세인트루이스 크래프트얼라이언스 (Craft Alliance) 초대 개인전
1984. 10. 한국주택은행 (現 KB국민은행) 본점 도자벽화 <은하수> 완성
1984. 11. 제12회 개인전
1984. 11. 제12회 동아공예대전 심사위원, 초대작가
* 이후 2000년까지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 활동
1985. 3. 프레스센터 도자벽화 <환희> 완성
1985. 7. 캐나다 토론토대학 (University of Toronto) 초청 개인전
1986. 8. 한국전력공사 도자벽화 <동률>, <역동> 완성
1987. 4. 부산 파라다이스비치호텔 도자벽화 <율>, <심해> 완성
1987. 11. 제13회 개인전
1988. 9. 미국 미주리대학교 (University of MissouriㅡColumbia) 초청 개인전
1988. 12. 수안보상록호텔 도자벽화 <숲속의 음율> 완성
1989. 초전섬유박물관 도자벽화 <맥> 완성
1989. 6. 제14회 개인전
1990. 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취임
1991. 강릉 허난설헌 기념비 완성

1992. 3. 강릉문화관 개관기념전시 《초석 권순형 도예 초대전》
1992. 7.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위촉
* 이후 회원작품전에 매년 작품 출품 (ㅡ2017)
1993. 3. 미국 도예교육협의회 (NCECA), 《한국현대도예》참여
'93 NCECAㅡSan Diego 《Contemporary korean Ceramic》
1994. 4. 제15회 개인전
1994. 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정년 퇴임
* 이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추대
1994. 8.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
1994. 9.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
1996. 5. 제16회 개인전
1997. 10.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도자벽화 <자연> 완성
1998. 7. 대한민국 예술원 미술분과 회장 선임 (ㅡ2001)
1999. 10. 신정동성당 도자벽화 <성광> 완성
2000. 9. 제17회 개인전
2000. 10. 은관 문화훈장 수상
2004. 5. 미국 뉴욕통인갤러리 초대 개인전 《KWON SOONㅡHYUNG》
2004. 10. 서울 통인갤러리 초대 개인전 《권순형》
2007. 10. 강원도민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순회전 《권순형 예술원회원 도예 초대전》
2009. 11. 회고전 《권순형 도예 50년의 여정》
『권순형과 한국현대도예』(허보윤 저) 출간
2010. 1. 제34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취임 (ㅡ2011)
2017. 5. 20. 별세


KBS <TV 미술관> (1986 방영) 편집
CPBC <평화응접실> (1998 방영) 편집

KBS <불의 혼을 깨우다> (2004 방영) 편집

KTV <거장, 예술을 말하다> (2010 방영) 편집


"그렇게 불과 같이 지내도 불을 알 수가 없어
불을 엿보는 나의 눈이 지쳤어... (중략)
그저 계속 해야지"
ㅡ 권순형
『조형 FORM』12, 1989년

색유만개 : 권순형 기증 특별전
전시총괄 오문선
전시기획 윤소라
전시지원 서영선, 박도현, 임정혜, 배의진, 황지희, 이준석
전시자문 정연택, 허보윤, 임미선
전시 디자인 · 시공 (주) 새로움아이
작품운송 · 설치 (주)코리아트서비스
전시영상 홍종우
작품촬영 박민구, 노경
작품대여 서울대학교미술관, 유리지공예관, 개인소장가
사진제공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촬영협조 대한민국 국회사무처, 한국전력공사, 한국언론재단 (프레스센터)
KBS 한국방송, KB 국민은행 본점, 혜화동성당, 신정동성당
공무원연금공단 수안보상록호텔, 강릉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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