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일러스트 = 김하경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 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ㅡ 백석 (1912 ~ 1996) 이 시의 인용은 이숭원 문학평론가의 책 ‘백석을 만나다’ 에 실린 현대어 정본을 따른 것이다. 백석은 이 시를 1938년에 발표했다. ‘잠풍 날씨’ 는 바람이 드러나지 않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