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일러스트 = 이철원 의자 갈참나무 허리에연선아 좋아해, 하고 새기는 일이나원고지에 몇 자 적는 일이나본질은 같다 의자 모서리를 움켜쥐고 그때 그 자리에다시 노을이 젖어오고나는 더 우회적으로 이 일을 생각한다 어떤 기적이 있어기대앉은 의자에 새잎이 돋고수맥이 흐르고나는 둥둥 떠서기어이 너에게 갈 수도 있다 ㅡ 박철 (1960 ~) 이렇게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겠다. 첫 사랑의 푸르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지금 그는 의자를 유심히 바라본다. 의자는 낡은 정물이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어쩌면 의자는 갈참나무를 켜서 만든 의자일지도 모른다. 갈참나무에는 “연선아 좋아해” 라는 사랑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오늘 해질녘에는 노을이 축축하게 의자에 앉는다. 의자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