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일러스트 = 양진경 대설 소나무우산살이 부러졌다전봇대로 나앉아 잔뜩 움츠린 직박구리가 오석 같다목동처럼 저녁이 와서 흩어진 어둠을 불러 모으는데감나무 가지에 간신히 몸을 얹은 박새 고갯짓이 조급하다굴뚝새는 물수제비뜨듯 집집으로 가물가물 멀어져 가고 포릉, 포릉, 포릉··· 참새, 멧새, 딱새, 곤줄배기도 부산하다 ㅡ 김영삼 (1959 ~) 한 그루 소나무는 먼발치에선 둥글게 펼친 우산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소나무의 가지가, 비유하자면 우산의 우산살이 대설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뚝, 부러졌다.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큰 눈이니 나무에 깃들어 있던 새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홀로 전봇대에 오도카니 앉은 직박구리의 겉모습과 황망함을 까만 돌에 빗댄 대목이나 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