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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현대미술전 9

[지금 이 명화 <8> 유영국 '산']

[지금 이 명화 유영국 '산'] 유영국, ‘산’ (1966). 163.2 × 130cm. 캔버스에 유채. 리움미술관 소장. 그는 삶이란 '산' 을 숨 가쁘게 오르내렸다 ‘산’ 이라는 한 음절은 산을 담기에 너무 짧다. ‘삶’ 이라는 단어 또한 삶을 담기엔 간소하다. 그러나 산을 오르내리고 삶의 곡절을 겪고 나면 결국 산은 산이고 삶은 삶일 수밖에 없는 간명한 진리에 감복한다. 복잡할수록 단순해진다. 고단할수록 선명해진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로 일컬어지는 유영국 (1916~2002)의 ‘산’ (1966년작)은 가장 구체적인 추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난해하고 모호하다는, 추상에 대한 오래된 오해와 편견은 유영국이 생전에 했던 말로 갈음한다. “추상은 말이 필요 없다. 설명이 필요 없다. 보는 사..

전시회 2023.11.08

[지금 이 명화 <7> 황용엽 '인간']

[지금 이 명화 황용엽 '인간'] 황용엽, '인간' (1982). 97 × 130cm. 캔버스에 유채. 작가 소장. / 소마미술관 식민지 거쳐 전쟁으로 죽음도 목격 그러니 아름다움은 그리지 못한다 나는 남들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살아온 삶이 그렇다. 일제강점기에 소학교를 다녔고, 해방 후 김일성 치하의 폐쇄된 공산사회에서 혹독한 이념 교육을 받았다. 6 · 25 전쟁 때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살상하는 상황을 겪었고, 길에서 사람을 잡아 죽이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만 하는 극한 순간. 그때의 좌절과 공포가 그림의 밑천이 됐다. 내 고향은 평양시 신양리 184ㅡ11. 평양미술대 2학년 때 6 · 25 전쟁이 터졌다. 인민군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몇 번의 ..

전시회 2023.11.01

[지금 이 명화 <10> 천경자 '초원 II']

[지금 이 명화 천경자 '초원 II'] 천경자, '초원 II' (1978). 105.5 × 130㎝, 종이에 채색, 서울미술관 / 소마미술관 코끼리 등에 나체로 엎드린 그녀 현실의 고통 잊기 위해 몽환 그렸다 아프리카 초원은 어떤 모습일까? 하늘과 땅이 황토색을 이루고, 높이 솟은 나무가 드문드문 초록빛 신선함을 선사하며, 코끼리, 표범, 사자, 얼룩말이 평화로이 어슬렁거리는 곳일까/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아프리카 초원이 이렇게 잘 구성된 색채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천경자의 작품 '초원 II' 처럼 말이다. 다만, 천경자의 기억 속에 아프리카는 그렇게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했을지도 모르겠다. 1924년생 천경자. 그녀는 한국 근대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다. 특별히 롤모델..

전시회 2023.09.13

[지금 이 명화 <4> 이성자 '어제와 내일']

[지금 이 명화 이성자 '어제와 내일'] 이성자, '어제와 내일'(1962). 캔버스에 유채, 145 × 114cm,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소장. "자랑스러운 엄마로 돌아오겠다" 붓질 하나하나가 자식 향한 마음 6 · 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초반 어머니는 파리로 떠났다. "프랑스에 가서 성공해 자랑스러운 어머니가 되어 돌아오겠다" 며 우리 곁을 떠난 어머니가 어린 나이에 섭섭하게만 느껴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어린 두 동생과 함께 어머니 없이 지내던 나날은 허황하기만 했다. 1957년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어머님 편지를 처음 받았다. "파리에서 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 는 편지를 아우들과 함께 밤새워 읽었다. 어머니 이성자 (1918 ~ 2009) 화가가 파리의 유명한 전시회에 '눈 덮..

전시회 2023.09.10

[지금 이 명화 <2> 이응노 '군상']

[지금 이 명화 이응노 '군상'] 이응노, '군상'(1986). 한지에 먹. / 이응노미술관 개미 떼처럼 모인 군상··· 춤추듯 질주하듯 세상 헤쳐나가리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조선 시대 선비들이 유배지에서 문예를 꽃피웠다면, 근대로 오면서 그 유배지의 역할을 감옥이 대신했다. 일제 강점기와 독재정권 하에서 수많은 한국의 문인과 화가는 감옥살이를 했고, 출소해서 이렇게 말했다. "내게 감옥은 학교였다." 이응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190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5세에 가출하여 한국화를 배웠고, 일본에 가서 신문배달소를 운영하며 고학으로 일본화와 유화도 섭렵했다. 54세 나이로 과감하게 파리에 진출, 성공한 화가가 됐다. 파리 동양미술학교를 설립했으며, 당대 프랑스 일급 평론가들의 찬사를 ..

전시회 2023.08.06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 작품1 - 배운성, '모자를 쓴 자화상', 1930년대. / 소마미술관 100년 전 셀카 찍은 듯한 자화상 , 푸근한 옛 골목 그렸죠 시장 거니는 여인들 그린 박래현 원색으로 '환희' 표현한 최욱경 한국인만의 추억 · 아픔 · 흥 담았죠 요즘 전 세계 문화예술계에서 한국인이 뛰어나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한류' 'K문화' 로 이어졌는지 그 뿌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한국인이 마음속에 공유하는 추억과 아픔, 상상력, 그리고 끼와 흥은 지난 100여 년간 제작된 대표적인 미술 작품만 봐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는 8월 27일까지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이 열려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미리 보는 출품작 下]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미리 보는 출품작 下] 유영국 '작품 (새벽)' (1957). 권진규 · 장욱진 · 유영국··· RM 이 사랑한 근현대 거장 한자리에 RM, 권진규 '달을 보는 기사' 출품 천경자의 '초원' 박래현의 '달밤' 등 여성작가 작품과 생애도 한 섹션에 한국 미술계 최고 인플루언서로 꼽히는 방탄소년단 리더 RM (본명 김남준)은 지난해 한 전시장을 찾은 후 "이제 편히 잠드소서"란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쉰한 살 나이에 '인생은 공 (空), 파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생을 비운의 조각가 권진규를 위로한 글이다. 또 다른 전시장 방명록엔 "저도 심플하게 살고 싶습니다. 장욱진 짱"이라는 한 줄 평을 남겼다. 파릇파릇 자라는 나무, 하늘을 나는 새, 작은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시회 2023.07.19

[소마미술관 있는 올림픽 공원 조각들이 모여있게 된 사연은?]

[소마미술관 있는 올림픽 공원 조각들이 모여있게 된 사연은?] 스페인 조각가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의 작품 '하늘 기둥'이 15m 높이로 우뚝 서 있다.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패션 파사드를 만든 그는 태극기 음양에서 영감을 얻어 이 조각을 완성했다. / 소마미술관 근현대미술전 열리는 그곳, 세계적 조각 221점도 모여있다 자유 · 공산 진영 번갈아 불참하며 반쪽짜리였던 냉전시대 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 추진하면서 90억 들여 올림픽 조각 공원 조성 작품 모으면서 공산국 참가 설득 진영 불문 세계적 작품 한자리에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만 있는 게 아니다. 전시장 밖에는 스페인 · 프랑스 ·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 거장들이 모여 있다.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전시회 2023.06.24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미리 보는 출품작 上]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미리 보는 출품작 上] 이중섭 '황소' (1952 ~ 53) 가장 한국적인 걸작들 이 중 몇 점 보셨나요? 이중섭 · 박수근 · 김환기 · 이쾌대··· 내달 6일부터 총 159점 선보여 화가 이중섭이 남긴 이 '황소' (1952 ~ 53)는 가장 젊은 황소로 불린다. 이중섭이 으레 황소의 얼굴에 검은 붓질로 표현한 주름이 거의 없는 까닭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 표상으로 곧잘 소개되는 이중섭의 황소지만,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울부짖는 여타의 황소와 달리 이 황소는 어미나 형제를 부르듯 편안해 보인다. 화가 박수근이 서울 창신동 집에서 그린 '골목 안' (1950년대)은 전쟁 이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좁고 누추한 돌담 아래서 그러나 아낙네는 담소를 나누고 애..

전시회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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