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 / 그래픽 = 유재일
지구 상공 1만대 넘어··· 10㎝, 1.33㎏ 초소형 위성이 유행
소련, 1957년 최초로 '스푸트니크' 쏴
군집위성 '스타링크' 는 지구 전체 덮어
어디서든 인터넷 쓸 수 있게 해준대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어요. 이 만남이 특히 더 주목을 받은 이유는 장소 때문이에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는데, 두 국가 정상이 만나는 장소로는 매우 이례적인 곳이었어요.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우주기지를 구석구석 살펴보며 관심을 가졌고, 러시아는 앞으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공위성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북한이 관심을 갖는 걸까요? 지금부터 인공위성에 대해 알아봐요.
일정 궤도 그리며 24시간 지구 관찰
위성이란 행성의 인력에 의해 그 둘레를 도는 천체를 지칭해요. 밤마다 환하게 빛나는 달은 지구의 유일한 위성이죠. 그런데 지구 주변에는 더 많은 위성이 떠 있습니다. 바로 인공위성입니다. 인공위성은 '인공' 이라는 이름 그대로 사람이 만든 위성을 말해요. 우주로 날아가 특정한 목적에 의해 지구 주위를 돌고 있지요.
어떻게 우주로 나간 인공위성이 지구에서 더 멀어지지 않고, 일정한 궤도를 따라 돌 수 있는 걸까요? 비결은 '중력' 에 있어요. 인공위성은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원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구 반대 방향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지요. 이 원심력을 방해하는 힘이 지구 중력입니다. 중력이 밖으로 나가려는 인공위성을 지구 쪽으로 끌어당기는 거예요. 중력과 원심력이 서로 평형을 이루기 때문에 인공위성이 계속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움직일 수 있는 거랍니다.
인류가 우주로 보낸 최초의 인공위성은 소련이 개발한 스푸트니크 1호입니다. 1957년 10월 4일 발사했어요.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인간이 만든 무엇인가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었어요. 이후 미국도 개발에 뛰어들며 두 나라는 서로 경쟁적으로 우주 산업을 발전시켰죠. 여기에 일본, 프랑스, 인도 등이 뒤를 이으면서 '대우주 시대' 가 열렸습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 1만대 넘는 인공위성이 발사돼 지구 주위를 돌며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인공위성은 맡은 임무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요. 지구 관측 위성은 이름 그대로 지구 곳곳을 관측하는 위성이에요. 오존층이 얼마나 파괴됐는지, 남극의 빙하가 얼마가 녹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어요. 지도 앱에서 내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GPS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는 'GPS 위성' 의 정보를 활용한 기술이에요.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지도 앱을 켜면 일정 궤도 위에 떠 있는 GPS 위성 4개가 전파를 쏩니다. 이 전파가 스마트폰 수신기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정보를 활용해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와 이동 속도를 알아낼 수 있죠.
통신 위성은 중간 전달자 역할을 해요. 유럽이나 미국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보내는 신호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우리나라에서 직접 받기 어려워요. 대신 지구 밖에 떠 있는 위성으로 먼저 신호를 보내고, 위성이 다시 우리나라로 신호를 보내면 원하는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새벽 시간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손흥민 선수의 축구 경기를 실시간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거죠. 날씨 예보에서 보는 구름 영상은 기상 위성이 찍은 것으로, 영상을 보고 내일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답니다.
이처럼 인공위성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관측하고, 정보를 전달하거나 통신할 수 있게 도와줘요. 이러한 여러 기능 때문에 인공위성은 초기에 군사 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적은 몇 명인지, 피해 정도는 얼마나 되는지, 공격이 가능한 지역은 어디인지 등 전쟁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거든요. 원하는 정보를 원할 때 알아내기 위해 여러 국가가 인공위성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싶어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우주기지와 인공위성 등 우주 기술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랍니다.
떼 지어 몰려다니는 소형 군집 위성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점점 더 작게 만드는 추세입니다. 크기가 작을수록 만드는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우주로 날려 보내는 로켓에 위성 여러 개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어 효율적이거든요. 과학 기술 발전으로 카메라와 배터리 등 여러 장비를 소형으로 개발하면서 가능해진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작아진 인공위성을 '큐브 위성 (큐브샛)' 이라고 해요. 가로 · 세로 · 높이가 모두 10㎝ 이하, 질량이 1.33㎏ 이하인 초소형 인공위성입니다.
작은 위성이 하나의 군대처럼 군집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는 군집 위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인공위성 하나가 관찰할 수 있는 구역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카메라로 꽃밭을 찍는다고 상상해 볼게요. 원하는 꽃을 선명하게 찍기 위해선 찍으려는 꽃과 가까워야 합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가면 찍을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죠. 반대로 넓은 면적을 찍기 위해선 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하는데, 이 경우 꽃 하나를 선명하게 찍을 수는 없습니다. 인공위성도 마찬가지예요. 이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위성 개수를 늘렸어요. 인공위성 여러 대가 지구 상공 곳곳에 떠 있으면 넓은 지역을 24시간 내내 선명한 화질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군집 위성은 '스타링크' 입니다. 스타링크는 현재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작은 위성 약 1만2000개가 군집으로 움직인다고 해요. 작은 위성을 지구 상공 전 구역에 촘촘하게 배치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제공할 예정이지요. 현재 위성 수천 개가 발사돼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데, 별처럼 반짝이는 위성 여러 대가 줄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때때로 발견되기도 한답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김윤주 기자 (yunj@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9월 26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