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재미있는 과학

[탕후루와 비결정 과학]

드무2 2024. 3. 2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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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와 비결정 과학]

 

 

 

 / 그래픽 = 진봉기

 

 

 

설탕 185도로 녹여 과일에 바르면 유리 같은 비결정체로

 

 

 

설탕물 노랗게 변하면 시럽 완성

중간에 저으면 더 안 녹고 결정 돼요

더 오래 가열해 솜사탕 등 만들기도

 

 

 

새콤달콤한 과일에 달콤한 설탕을 두른 디저트인 탕후루의 인기가 높습니다. 마치 유리를 뒤집어씌운 듯 투명한 설탕 코팅은 과일을 더욱 먹음직스럽게 만듭니다. 우리가 아는 설탕은 흰 가루인데 어떻게 이렇게 만드는 걸까요?

 

 

분자 상태는 에너지양, 결합 상태 따라 달라

이 세상 모든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알갱이가 결합한 형태입니다. 이 알갱이 중 물질의 성질을 가지는 가장 작은 단위를 '분자' 라고 하죠. 설탕은 설탕 분자가, 물은 물 분자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물질입니다.

분자는 자체 에너지양과 다른 분자와의 결합 상태에 따라 다양한 상태를 만듭니다. 분자가 가진 에너지가 많아 아주 자유롭게 움직이면 기체가 됩니다. 반면 에너지가 적어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 고체가 되죠. 액체는 그 중간 단계죠. 수증기는 물 분자가 자유로운 기체, 얼음은 물 분자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고체입니다. 분자마다 고체와 액체, 기체가 되는 에너지양은 모두 다릅니다. 물은 섭씨 0도, 설탕은 185도에서 고체에서 액체, 혹은 액체에서 고체로 상태가 변합니다. 소금은 801도에서 녹습니다. 이렇게 고체에서 액체가 되는 온도를 녹는점, 액체에서 고체가 되는 온도를 어는점이라고 합니다.

분자가 에너지를 잃고 고체가 되는 방법도 각기 다릅니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에너지를 잃으면 분자가 차곡차곡 규칙적으로 쌓여 '결정' 이 만들어집니다. 결정을 만들 틈도 없이 순식간에 식어 에너지를 잃는다면 '비결정 고체' 로 변하고요.

결정과 비결정을 구분하려면 외부에서 힘을 가해 깨뜨려 보면 됩니다. 결정은 규칙적 형태를 보이며 깨지지만, 비결정은 무작위로 부서집니다. 예를 들어, 석영과 유리는 모두 이산화규소 (SiO₂)로 된 물질입니다. 결정 고체인 석영은 육각 기둥 형태를 만들고, 깨질 때도 육각 기둥 형태로 깨집니다. 반면 유리는 규칙성 없이 여러 모양으로 깨지죠.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결정 물질이 있습니다. 고무나 플라스틱이 여기 속합니다.

 

 

비결정 설탕으로 만드는 탕후루

탕후루는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한 과일에 끓인 설탕물을 붓거나, 과일을 끓인 설탕물에 담갔다 빼서 빠르게 식혀 만듭니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정 상태인 설탕을 비결정으로 만들어 탕후루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결정이 없어서 마치 유리처럼 표면이 매끈해지는 거랍니다.

우리가 아는 설탕은 가루입니다. 설탕은 사탕수수라는 식물에서 나오는 즙을 이용해 만듭니다. 사탕수수를 정제해 추출한 당액을 농축하고 결정으로 만든 뒤 결정만 따로 분리해 말리면 설탕이 됩니다.

탕후루를 만들기 위해 설탕을 녹일 때는 물과 설탕을 1대2 비율로 냄비에 부어 완전히 녹을 때까지 가열합니다. 이때 설탕을 태우지 않고 녹이기 위해 물을 붓습니다. 설탕이 완전히 녹을 때쯤이면 물이 상당량 증발하고 설탕은 액체로 남습니다.

설탕을 녹일 때 주의 사항 중 하나는 절대로 저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물에 녹일 수 있는 설탕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액체에 물질을 녹일 수 있는 만큼 최대로 녹인 상태를 '포화' 상태라고 합니다. 포화 상태인 용액에 물질을 더 녹이고 싶다면 온도를 올려야 합니다. 물과 설탕을 끓이는 이유죠.

포화 상태보다 물질이 더 많이 녹아 있는 상태를 '과포화' 라고 하는데, 과포화 용액은 사소한 계기로도 과하게 녹은 물질을 결정으로 만들어 포화 상태로 돌아가려 합니다. 탕후루를 만들기 위해 끓인 설탕물은 과포화 용액이에요. 설탕을 빨리 녹이겠다고 저으면 설탕이 더 녹지 않고 결정으로 만들어집니다.

설탕물을 끓이다 약간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면 탕후루용 설탕 시럽이 완성된 거예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과일에 설탕 시럽을 묻혀 봅시다. 이때 시럽을 너무 천천히 혹은 너무 빨리 식혀도 안 돼요. 너무 천천히 식히면 비결정 상태로 굳어야 할 설탕이 결정이 돼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식히면 설탕 시럽 안쪽에 있던 수분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아 단단하게 굳지 않고 끈적거릴 수 있어요.

 

 

캐러멜 · 솜사탕 · 별사탕 등 다양한 상태로

설탕은 결정이나 비결정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데다 상태를 바꾸면 다양한 풍미가 생기는 물질입니다. 덕분에 다양한 사탕을 만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캐러멜이 있죠. 설탕 시럽을 만들 때 오랫동안 가열하면 투명하던 시럽이 노랗게 변합니다. 계속 가열하면 점차 진해지면서 갈색이 돼요. 이를 '캐러멜화' 라고 합니다.

설탕이 캐러멜이 되는 과정을 살펴볼까요. 설탕은 포도당 같은 1개짜리 당 분자 2개가 결합한 이당류 물질입니다. 이때 당 분자 사이에 화학적으로 물이 결합하기도 해요. 설탕을 가열하면 여기서 수분이 빠지고, 두 개가 결합해 있던 당 분자가 1개짜리 당 분자로 분리됩니다. 이 과정에서 단맛이 진해지고, 캐러멜 향이라 불리는 독특한 향을 갖게 되죠. 캐러멜은 설탕을 이 상태로 만든 뒤 우유와 버터 등을 섞어 만듭니다. 비결정이 된 설탕에 수분 함량을 높여 달고 끈적끈적한 상태가 되는 거예요.

비결정 설탕을 이용한 것에는 솜사탕도 있어요. 끈적끈적한 설탕 시럽은 길게 늘어뜨릴 수 있어요. 솜사탕은 설탕을 녹인 뒤 가늘고 길게 늘어뜨려 만들어요. 아주 가느다란 비결정 설탕 실을 뭉친 모양이랍니다. 건빵에 들어 있는 별미인 별사탕은 설탕을 결정으로 만들어 제작하는 사탕입니다. 쌀가루나 설탕 가루 같은 결정의 핵이 될 물질을 넣어주고 설탕물을 부어 천천히 졸이면서 결정을 만드는 식이죠.

 

오가희 과학칼럼니스트 · 과학 콘텐츠 제작사 'Oh Y LAB' 대표

 

기획 · 구성 = 김윤주 기자 (yunj@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2월 5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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