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4000억 들여 2035년 완공]
일제가 철거하기 전 돈의문의 모습. 지금의 서울 종로구 정동 사거리에 있었다. 일제는 1915년 전차 궤도를 복선화하면서 이 문을 철거했다. 서울시는 2035년까지 돈의문을 복원할 계획이다. / 서울시
120년 만에 돈의문 복원, 서울 4대문 완성한다
서울시가 종로구 정동사거리 일대 새문안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돈의문 (敦義門)을 복원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돈의문은 조선 한양의 4대문 중 서 (西)대문이다. 세종 4년인 1422년 지금의 정동사거리에 지었는데, 1915년 일제가 전차 궤도를 복선화하면서 철거됐다. 4대문 가운데 숭례문 (남), 흥인지문 (동), 숙정문 (북)은 보존 · 복원됐지만 돈의문만 복원되지 않았다.
돈의문 복원 사업은 2009년에도 추진됐으나 복원 위치가 새문안로 정동사거리 한복판이다 보니 교통 체증 등의 문제가 지적돼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하화 방안으로 이런 걸림돌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검토 중인 ‘경희궁지 (慶熙宮址) 일대 종합 공간 구상’ 을 보면, 사업은 2단계로 나눠서 추진한다. 1단계로 오는 2026년까지 정동사거리 인근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철거해 공원으로 만든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7년 조성했다. 원래 식당들이 모여 있는 ‘새문안마을’ 이라는 동네였는데 도시 재생 사업을 벌여 낡은 집을 보존하고 곳곳에 벽화를 그렸다. 서울시는 그동안 민간 업체에 맡겨 한옥 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좀처럼 지역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코로나 유행 때는 음식점과 공방, 갤러리 등이 텅 비어 ‘유령 마을’ 이라고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건물은 보존하겠지만 이 마을을 헐어 역사가 어우러진 공원으로 만들 계획” 이라고 했다.
그래픽 = 김현국
2단계 사업은 오는 2035년까지 새문안로를 지하화하고 돈의문을 복원하는 것이다. 정동사거리 일대는 주변 지역보다 높은 언덕 지형이다. 현재 왕복 8차로인 새문안로가 그 언덕을 넘어가는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강북삼성병원까지 약 400m 구간을 지하 차로로 만들고 그 위에 돈의문과 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언덕 지형에 지하차로를 만드는 것이어서 땅을 깊게 팔 필요가 없고, 지하철 5호선 운행에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 고 했다.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 (興化門)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흥화문은 1998년 서울역사박물관 · 경희궁 앞 버스 정류장 주변에 복원했는데, 조선시대에 원래 위치인 종로구 구세군회관 인근으로 옮길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흥화문부터 경희궁 숭정전까지 임금이 다녔다는 ‘어도 (御道)’ 도 복원할 예정이다.
경희궁 서쪽 지역도 정비한다. 2025년 이전 예정인 서울교육청 자리에 관광 문화 복합 시설을 조성하고, 원래 서울교육청 정문 쪽에 있었던 숭의문 (崇義文)도 복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1 ~ 2단계 사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경희궁과 돈의문박물관마을, 정동사거리 일대 3만5000㎡ (약 1만평)가 거대한 도심 공원이 될 것” 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1 ~ 2단계 사업에 총 4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터밖에 남아 있지 않은 돈의문을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철거 전 찍은 사진이 남아 있고 기술도 많이 발전해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했다.
최종석, 박진성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1월 2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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