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에서 배우가 노래 ‘대성당들의 시대 (Le temps des cathé drales)’ 를 부르고 있어요. 그 왼쪽으로 무대 배경에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의 외벽 장식물인 가고일 석상 모형이 설치된 모습. / 마스트인터내셔널
프랑스 대문호가 꿈꾼 '자유와 희망', 세계서 노래해요
'노트르담 드 파리' 1998년 뮤지컬 초연
세계 20여 국 1500만명 넘게 관람
'레 미제라블' 은 세계 4대 뮤지컬로
지난 2019년 4월, 검은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됩니다. 불은 성당 전면부의 눈부신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의 창' 너머로 번지며 점점 성당을 붉게 물들여 갔죠. 850년 동안 프랑스 역사의 흥망성쇠를 내려다보던 아름다운 성당 첨탑도 화마에 휩싸여 무너져 내렸습니다.
참담한 재난에 프랑스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인들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느꼈지요. '노트르담 대성당' 은 프랑스의 상징처럼 여겨지죠. 파리 여행을 하며 들렀던 성당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도 특별하지만, 아직 파리를 가보지는 못했더라도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 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극장에서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3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가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공연 중인 뮤지컬 '레 미제라블 (3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도 빅토르 위고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죠.
빅토르 위고의 두 소설은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도 제작됐지만, 특히 뮤지컬로 재탄생한 이들 작품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답니다. 두 뮤지컬의 공통점은 대사 없이 모두 노래로 부르는 '성 스루 뮤지컬 (Sung-Through Musical)' 형식이라는 점이에요. 그런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는 프랑스에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영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차이점이에요. 두 나라 스타일에 따라 확연히 다른 감성을 보인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전문 무용수가 선보이는 고난도 움직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는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20여 국 1500만명이 넘는 누적 관객을 기록한 히트작입니다. 한국에서는 2005년 초연되었어요. 뮤지컬의 성공 이유로는 단연 음악이 꼽혀요. 'Belle (아름답구나)' 라는 노래는 뮤지컬 넘버 (수록곡)임에도 44주간 프랑스 팝 차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사랑을 받는 곡이에요.
다른 매력 포인트들도 알아볼까요. 노래는 전통 오케스트라 대신 현대적인 팝 스타일로 편곡하고 배우들도 현대적인 의상을 입어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죠. 또 완성도 높은 무대 디자인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건축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무대 위에는 돌기둥들과 함께 성당 외벽에서 빗물받이 역할을 하는 가고일 석상 장식도 배치했어요.
프랑스 뮤지컬은 배우는 노래와 연기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대신 춤은 전문 무용수들에게 맡기는 것이 특징이에요. 일반적으로 배우가 춤까지 추는 다른 뮤지컬과는 차이가 있죠. 프랑스에서 만든 '노트르담 드 파리' 역시 전문 무용수가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아름다운 춤 동작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성당의 벽을 줄 타고 오르내리는 등 고난도 움직임을 소화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성당의 커다란 종 위에 무용수들이 올라가서 종을 울리는 장면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다행히 실제 성당의 종들도 이번 화재에서 살아남았답니다.
▲ 같은 공연에서 전문 무용수들이 무대 천장에 매달린 종을 붙잡고 울리고 있어요. 프랑스에서 만든 뮤지컬이기 때문에 배우 외에 따로 무용수가 출연해요. / 마스트인터내셔널
1985년 영국 런던 시작으로 10년간 흥행
뮤지컬 '레 미제라블' 은 198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지만, 이후 영국 프로듀서인 캐머런 매킨토시가 새롭게 제작해 1985년 영국 런던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흥행하면서 지난 40년간 관객 약 1억3000만명을 동원했습니다. 캐머런 매킨토시는 '레 미제라블' 을 비롯해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까지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모든 작품을 제작한 유명 프로듀서죠. 뮤지컬 '레 미제라블' 역시 아름다운 넘버들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장 발장이 부르는 'Who am I?' 'Bring Him Home' 이 대표곡입니다.
제목인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 은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 이라는 뜻이에요. 배고파서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가벼운 죄로 19년씩이나 감옥살이를 한 장 발장을 주인공으로 한 유명한 이야기죠. 원작 소설 '레 미제라블' 은 프랑스어 원문에 쓰인 단어 숫자가 65만5478개에 달해 역사상 가장 긴 소설로 꼽혀요. 건축, 정치, 사회, 종교를 망라해 시대상을 담아낸 방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를 뮤지컬에서는 3시간 분량으로 압축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관람하려면 먼저 극의 배경인 '프랑스 혁명' 을 이해하는 것이 좋아요.
프랑스에서는 1789년 부패하고 무능한 왕을 시민들이 끌어내리는 '프랑스 혁명' 이 일어났는데요, 이후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1830년 왕위에 오른 루이 필리프 왕의 통치에 시민들이 반발하며 '1832년 6월 봉기' 가 열립니다. 이 봉기가 '레 미제라블' 의 배경이에요. 원작 소설가 위고는 시민들의 존경을 받던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이 열리던 날 근처 공원에서 글을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장례식 군중을 진압하기 위한 총소리를 듣고 장례식 현장으로 향하지요. 그때 군중 봉기로 바리케이드에 갇혔던 경험을 소설로 쓴 것이 '레 미제라블'이랍니다.
▲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에서 사다리와 수레 등으로 쌓아올린 바리케이드 위에 시민군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올라서서 혁명을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어요. / 레미제라블코리아
상징적인 소재 '바리케이트'
'레 미제라블' 외에 '노트르담 드 파리' 에도 '바리케이드' 를 배경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는 장면이 나와요. 바리케이드는 시위대가 정부의 진압을 막기 위해 거리에 설치한 장애물을 말해요. 원작 소설을 쓴 빅토르 위고에게 바리케이드는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소재였어요. 그가 꿈꿨던 자유의 희망은 뮤지컬을 통해서도 오랫동안 소리 높여 노래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 같은 공연에서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 좌초돼 부서진 군함을 잡아당겨 바다 밖으로 끌어올리는 노역을 하는 모습. / 레미제라블코리아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 · 구성 = 장근욱 기자 (muscle@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2월 13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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