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들]
일러스트 = 양진경
돌멩이들
바닷소리 새까만
돌멩이 너덧 알을 주워다
책상 위에 풀어놓고
읽던 책 갈피에도 끼워두고 세간
기울어진 자리도 괴곤 했다
잠 아니 오는 밤에는 나머지 것들
물끄러미 치어다도 보다가 맨 처음
이 돌멩이들 있던 자리까지를
궁금해하노라면,
구름 지나는 그림자에
귀 먹먹해지는 어느 겨울날 오후
혼자 매인
늦둥이 송아지 눈매에 얹힌
낮달처럼
저나 나나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이,
ㅡ 장석남 (1965 ~)
바닷가에서 주워 온 돌이 몇 개 있다. 까만 돌의 표면에는 물결무늬가 흐르고 파도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몽돌이며 모서리가 덜 깎인 돌, 그리고 조각돌도 있었을 것이다. 시인은 그 돌로 책장을 눌러놓거나 집 안 살림에 쓰는 물건의 평형을 맞추려고 아래를 받치기도 한다. 그러다 돌이 최초로 놓여 있던 자리를 문득 헤아린다. 마치 우리에게 생가 (生家)의 터와도 같은 그곳을 헤아린다.
시인은 묶여 있는 어린 송아지와 송아지의 눈에 어리는 낮달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돌멩이, 송아지, 시인 자신 모두가 같은 처지로서 홀로 따로 사는 형편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딘가에서 떨어져 나와서 사는 목숨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돌멩이는 해변에서 멀리, 송아지는 어미 소에게서 젖을 떼인 채 덩그맣게, 시인은 낯선 타관에 살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 시를 읽고 있으니 내 살았던 옛집 풍경이 눈에 선하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의 좁은 방, 감꽃과 봉숭아꽃, 나비와 강아지, 양지 (陽地), 수런대던 대숲, 작은 입으로 부르던 유년의 동요가 기억난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4월 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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