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재미있는 과학

[풍선]

드무2 2024. 10. 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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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그래픽=유재일

 

 

 

라텍스로 만든 커다란 풍선 하늘로 날려 날씨 예측해요

 

 

 

최근 북한서 오물 풍선 날아와 논란

기상관측 장비 달아 하루 2 ~ 4번 날려

우주 관측에 쓰이는 풍선도 있대요

 

 

 

최근 북한에서 우리나라로 오물이 달린 큰 풍선을 보내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요. 작년 2월엔 중국에서 날린 무인 풍선이 미국 상공에서 발견돼 미군이 격추한 사례도 있었죠. 이 풍선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풍선과 어떻게 다를까요?

 

 

풍선으로 날씨 살펴요

풍선은 파티 장식용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풍선에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으면 공중에 뜬다는 점을 이용해 다양한 관측 장비를 매달아 날리곤 합니다.

풍선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날씨 예보 영역이에요. 헬륨을 넣은 풍선에 기상 관측 장비인 '라디오존데' 를 매달아요. 라디오존데는 풍선을 따라 올라가며 기압과 온도, 습도, 바람 등을 측정해요. 그리고 측정 자료들을 실시간으로 지상에 보내줍니다. 우리나라는 백령도와 흑산도, 북강릉, 포항 등 전국 8개 기상청 관측소에서 하루 2 ~ 4번씩 라디오존데를 날려 예보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요. 이렇게 모은 자료와 세계 900여 개 지역에서 모은 정보를 취합해 날씨를 예측한답니다.

라디오존데와 풍선 등을 다 합친 무게는 800 ~ 1000g 정도 된다고 해요. 라디오존데를 하늘에 올려 보낼 땐 질긴 라텍스로 만든 커다란 풍선을 이용합니다. 헬륨을 완전히 채우면 풍선 지름이 2m 정도나 된대요.

라텍스 풍선은 라디오존데를 매달고 약 35㎞ 고도까지 상승합니다. 라텍스 풍선이 기상관측 도구를 달고 날아간 덕분에 과학자들은 높은 곳에 있는 대기 상황을 알고 날씨를 예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텍스 풍선은 이보다 높이 올라가기 어려워요. 수십 ㎞ 상공은 공기 분자가 지표 근처보다 적어 기압이 낮기 때문이에요. 풍선 안에 있는 헬륨 분자는 기압이 낮은 주변으로 퍼져 나가려고 하고, 라텍스 재질의 풍선은 점점 늘어나 부풀게 됩니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르면 터지게 돼요. 그 높이가 35㎞ 정도인 거죠. 풍선이 터지면 낙하산이 펴져 라디오존데가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맞거나 하는 문제는 크게 없다고 해요.

 

 

50㎞ 상공까지 올라가는 폴리에틸렌 풍선

비닐봉지를 만드는 폴리에틸렌으로 풍선을 만들어 과학 연구에 활용하기도 해요. 폴리에틸렌 풍선은 라텍스 풍선보다 더 크게 만들 수 있어 무거운 기구를 매달 수 있어요. 2018년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은 풍선을 땅에 완전히 펼쳤을 때 면적이 8만㎡나 되는 거대한 폴리에틸렌 풍선 '빅 60' 을 만들었는데요. 이 풍선은 750kg이나 되는 장비를 달고 고도 48㎞에서 8시간 동안 떠 있었어요. 놀랍게도 이 풍선의 두께는 0.01㎜로 부엌에서 쓰는 비닐 랩보다 얇았다고 해요.

폴리에틸렌 풍선은 높이 올라가도 터지지 않아요. 주변 압력이 변해 풍선 내부 기체가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소재 특성상 풍선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풍선 내부 기체의 밀도와 주변 공기의 밀도가 같아지면 더 이상 상승하지 않아요. 과학자들은 이 특징을 이용해 폴리에틸렌 풍선이 40 ~ 50㎞ 상공에서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요.

폴리에틸렌 풍선은 무엇을 매달고 하늘로 올라가는 걸까요? 주로 우주를 관측하는 기구를 매달고 올라간대요. 지상은 우주를 관측하기에 썩 좋은 장소가 아니에요. 우주 관측은 우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러 파장의 빛을 관측하는데, 이 빛들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기체들을 통과하면서 상당량 사라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구를 둘러싼 기체들의 90%는 고도 10㎞ 안에 몰려 있어요. 이 영역을 통과하면 우주에 관해 관측할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아집니다. 특히 40㎞ 상공에선 지구를 둘러싼 기체로부터 거의 완전히 방해받지 않을 수 있대요.

2019년엔 한국천문연구원이 미국 항공우주국과 함께 폴리에틸렌 풍선을 약 40㎞ 상공으로 날렸어요. 이 풍선에는 코로나그래프가 매달려 있었어요. 코로나는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에 있는 엷은 가스층으로, 코로나그래프는 이를 관측하는 장비입니다. 연구팀은 이때 얻은 자료로 태양 외부 코로나 구조물의 온도가 약 100만도, 속도는 초속 260㎞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풍선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 사업도

우리가 자주 쓰는 고무 재질 파티용 풍선은 아무리 크게 불어서 묶어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바람이 빠집니다. 늘어난 풍선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구멍들이 생겨서 이를 통해 아주 천천히 공기 분자가 빠져나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폴리에틸렌 풍선은 풍선 안과 밖이 완전히 차단되기 때문에 풍선 속 기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요. 또 앞에서 언급했듯이 높은 상공으로 올라가도 터지지 않고 특정 고도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죠. 그래서 연료 부족 등 다른 문제가 없으면 오랫동안 떠 있을 수 있어요. 게다가 인공위성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관측 장비를 회수하기도 쉽습니다.

특정 고도에서 오랫동안 떠 있을 수 있다는 장점에 착안해 폴리에틸렌 풍선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있었답니다. 알파벳 (구글 모회사)의 자회사 '룬' 은 2020년에 폴리에틸렌 풍선 35개를 케냐 상공 19㎞에 띄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풍선에 인터넷 기지국 역할을 하는 장치와 태양광 패널을 달아 날린 거예요. 룬은 이 풍선 인터넷 덕분에 아프리카 등 인터넷 보급이 덜 된 지역에 인터넷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홍보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절감에 실패하면서 해당 서비스는 2021년에 종료됐습니다.

 

 

오가희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오주비 기자 (jubi@chosun)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6월 1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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