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 / 그래픽 = 진봉기
달이 사라진 지구는 소행성 충돌 위험 높아진대요
달이 소행성을 잡아당겨 지구 지켜줘
달 인력으로 지구 자전축 23.5도 유지
생명체 살기 적당한 계절 만들어주죠
올해 1월과 2월 각각 일본과 미국의 달 탐사선이 달 앞면에 착륙한 데 이어 중국의 달 탐사선이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서 토양과 암석 등 표본 채취에 성공하고 지난 4일 이륙했어요. 달의 희귀 자원을 확보하고, 달에 유인 기지를 먼저 건설하려는 인류의 달 탐사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지구 주위를 돌며 캄캄한 밤하늘을 밝혀주는 달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달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달이 사라진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지구 자전축을 붙잡고 있는 달
지구는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이 회전을 '자전', 회전할 때 기준이 되는 고정된 중심축을 '자전축' 이라고 해요.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해요. 또 태양을 중심으로 1년에 한 바퀴씩 공전해요.
지구의 자전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어요. 지구의 자전축이 더 기울어지는 등 변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건 지구를 끌어당기는 달의 인력이 자전축을 안정적으로 붙잡고 있기 때문이에요.
질량을 가진 물체들 사이에선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 (引力)이 작용하는데요. 달과 지구 사이에도 서로 당기는 힘, 인력이 작용합니다. 달이 지구를 잡아당기는 힘으로 인해 지구가 완만하게 기울어진 채 태양 주위를 돌면서, 계절이 생기고 생명체가 살기에 이상적인 온도가 유지되는 거랍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 따르면, 달이 사라지면 지구 자전축의 각도는 0 ~ 85도 사이에서 크게 요동치게 된다고 해요. 마치 쓰러지기 직전의 팽이처럼 말이죠. 이렇게 자전축이 계속 바뀌면 지구에는 사계절이 없어지는 등 극심한 기후변화가 나타나게 돼요. 자전축이 흔들려서 지구가 똑바로 서서 돌면 적도 지방은 극심한 열대로, 북극과 남극 지방은 극심한 한대로 바뀔 거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해요. 그러다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옆으로 기울어지면 북극과 남극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어 빙하가 녹아내릴 거예요. 이 같은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사라질 수도 있어요.
밀물과 썰물을 만드는 달
달은 인력으로 지구의 바닷물도 끌어당깁니다. 이 때문에 지구에서는 주기적으로 해수면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밀물과 썰물이 생겨요. 달과 가까이에 있는 바닷물은 달이 당기는 힘에 이끌려 물이 차오르는 밀물이 되고, 상대적으로 물이 빠져나간 부분은 썰물이 되는 거예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크고, 경사가 완만한 등의 조건이 갖춰진 곳에서는 밀물 때 물에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넓고 평평한 땅, 갯벌이 형성된답니다.
태양도 밀물과 썰물 발생에 영향을 주지만 달보다는 영향력이 약해요. 태양은 달보다 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지구의 바닷물을 당기는 힘이 달보다 약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달이 사라지면 밀물과 썰물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갯벌을 볼 수 없게 될지 몰라요.
갯벌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터전을 잃은 갯벌 생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바다 생태계가 무너지게 됩니다. 갯지렁이, 작은 게 따위를 잡아먹으며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철새들도 식량난으로 힘이 없어 바다를 건널 수 없을 거예요. 갯벌이 일터인 어민들도 생계에 타격을 입게 되지요.
또 밀물과 썰물을 통해 이뤄지던 바닷물의 순환이 줄어들면서 오염 물질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산소와 영양분도 바다 골고루 퍼지지 못하게 될 거예요. 밀물과 썰물의 해수면 높이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조력발전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야행성 동물, 멸종 위험 높아져
올빼미, 부엉이 같은 야행성 동물은 빛이 적은 밤에 활동하기에 적합한 눈의 구조를 갖고 있어요. 이들은 캄캄한 밤에 눈의 동공을 활짝 열어 달빛을 최대한 모아 사물을 인식해요. 그래서 달이 사라지면 야행성 동물들은 자신들이 활동하는 야간에 앞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먹잇감을 찾지 못하고 굶어 죽을 수밖에 없겠지요.
또 달이 사라지면 지구는 소행성의 습격을 고스란히 받게 될지도 몰라요. 달은 지구 가까이에 오는 소행성을 잡아당기는 힘이 있어요. 이 때문에 달에는 지구로 향하던 소행성들이 지구가 아닌 달에 부딪히면서 생긴 상처가 많아요. 소행성을 막아주는 달 덕분에 우리는 지금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조금씩 멀어지는 달
그런데 달이 매년 지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대요. 과학자들이 1969년부터 1989년까지 20년에 걸쳐 지구와 달 사이 거리를 레이저로 측정했는데요. 그 결과 달이 1년에 3.8㎝씩 지구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현재 지구와 달 사이 평균 거리는 약 38만㎞인데요. 과학자들은 45억년 전 지구가 생겨났을 때에는 둘 사이의 거리가 20만㎞ 초반에 달했을 거라고 추정해요.
이런 현상은 달의 인력으로 밀물과 썰물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바닷물이 해저면에 마찰을 일으켜 지구의 자전 운동을 조금씩 느려지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 지구는 그만큼 운동에너지를 잃어요. 하지만 지구와 달, 둘의 총 운동에너지는 변하지 않기에 지구가 잃는 운동에너지를 달이 얻어 자신이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거래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오주비 기자 (jubi@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6월 18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