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익 개인전 ㅡ 그 자리, 한라산] 01
오승익 개인전
그 자리, 한라산
2025. 1. 22 WED ㅡ 2. 3 MON
관람시간 | 10 : 00 ~ 19 : 00 * 매주 화요일 휴관
제주갤러리 인사아트센터 B1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ㅡ1 지하1층
2021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
어머니 한라산이 숭고한 이름으로 남을 때까지
ㅡ 오승익의 개인전 <그 자리, 한라산>에 부쳐
미술평론가 김유정
변화하는 자연의 몸, 화산의 마음
오승익인 경우 제주의 색은 역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고 있는 색으로 인식한다. 붉은색을 보면, 4 · 3 역사의 색으로 인식하거나 화산암재인 스코리아 (scoria)와 그리고 갈옷의 색깔을 연상하며, 초록은 한라산의 자연과 밭의 작물을 떠올리며, 파랑은 4계절 변하는 푸른 바다와 산호사 (珊湖砂)의 비취색의 해안을 떠올린다. 흰색은 눈이 덮인 오름과 한라산을, 그리고 갈색에선 잠자는 대지의 평원을 생각할 것이다. (생략)
오승익의 그 자리에 있는 마음
작품은 화가 자신의 정신적 가치를 보여준다. 거기에는 작가의 기질이 그대로 나타난다. 기질이란 생태학적이고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특유의 성격을 말한다. 우리는 작품에서 바로 연상되는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작품에서 첫인상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인상이 전체를 말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 화면에서 화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림에서 보여주는 색채와 형태와 분위기는 그 화가의 형태적 사유와 미학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오승익의 작품에 드러나는 모티프에는 두 가지 감정이 배태돼 있다. 차분한 이성으로 행동을 절제하는 태도가 드러나고, 다른 하나는 잠재된 의욕이 모여서 분출의 순간을 기다리는 고요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이런 감정들은 오승익 화폭의 몇 가지 특질로 나타난다.
오승익의 한라산 분위기는 매우 육중하게 다가온다. 적어도 그 산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실재보다 더 많은 무게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무게는 바로 오승익이 잠재된 삶의 무게라고 할 수 있다. 한라산은 오승익의 마음에 품고 있었던 역사적인 운명의 무게라면, 거기에는 말 못 할 가족사가 묻혀있고, 이웃의 아픔들이 스며있어서 거기에서 파생된 삶과 4 · 3이라는 역사적 고뇌들이 쌓인 심리적 높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어떤 각도로 봐도 고뇌의 산물이다. 그것이 삶 자체의 고뇌이든 그것이 반영된 표현적 고민이든 물감의 색과 마띠에르는 오승익의 내면이 뚫고 나온 표면의 껍질이 된다. 표면에는 상처를 상징하고 있는 흔적들이 있다. 화면에 빠른 붓으로 드문드문 그어진 가로선의 돋을 표현들은 오랜 시간 억눌린 채 지나온 상처받은 영혼들의 고함이기도 하다. 무릇 그 흔적의 두께는 그의 숨겨진 역사의 심리상태에 대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승익의 화면은 가로로 분할된다. 네 가지 색으로, 혹은 세 개의 색으로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 유형들을 보면, 먼저 엷은 하늘, 적설 (積雪)의 흰색, 초록으로 덮인 아아용암색, 그 아래에는 갈색 등 4단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엷은 하늘, 붉은색과 녹색 3단 화면 공간, 활토색 하늘 녹색의 산맥, 짙은 초록 기슭의 3단 구성, 밝은 황토의 하늘, 붉은 산, 갈색으로 변해가는 녹색의 3단 화면, 그리고 황토색의 하늘, 검어지는 브라운 컬러의 그러데이션 3단 구성 등이 있다. 화면은 대체로 강렬한 보색을 이루면서도 어둡다. 화려하거나 찬란한 색들은 보이지 않는다. 분할된 화면이지만 전체적으로 모노톤의 특성들이 배어난다. 빛의 흐름도 밝음과 어둠이라는 대비가 주를 이룬다. 한라산은 뼈와 살, 아픔과 인내, 고통과 치유, 노출과 그늘, 내면과 표면, 감춤과 드러냄이라는 상징체계가 되고 있다.
그리고 화면에는 누군가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호처럼 죽은 자의 산담 무덤이 있고, 민군 (民軍)의 돌무지 무덤, 천리 (遷移 : 이장)한 무덤이 숨은 듯 있다. 인적이 드문 길 숲 앞에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나무는 마음에서 삭이면서 살아온 묵시적 (黙示的) 존재들에 대한 기념비로 보인다.
한라산은 4가지 색채로 등장한다. 화산의 아아용암색, 식생의 녹색, 계절의 흰색, 그리고 마음의 붉은 색이 그것이다. 아아용암색은 제주를 상징하는 화산의 색으로 불의 색이기도 하다. 검회색의 현무암과 더불어 제주의 몸체를 이루는 섬의 외피가 되는 색이다. 이것이 승화되면서 비로소 붉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아아용암은 태토 (胎土)와 같다. 가장 근원적인 시작을 의미하는 원형 (原形)인 셈이다. 녹색은 오랜 세월 한라산을 3계절 덮는 현상적 색이다. 녹색은 미묘하게 변하며, 내부적으로 토양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고, 외부적으로는 온도와 비바람의 조건에서 태어나는 색이다. 흰색은 눈이며, 한라산의 외형을 덮는 색이다. 흰색이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한라산의 아픔을 덮으면서 평온을 찾고, 희망을 기다리는 순간의 색이다. 한라산을 덮음으로써 새로운 것들을 기다리게 한다. 하얗게 덮인 산간의 모습은 휴지기의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산도, 사람도, 잠시 숨을 돌리게 한다. 그러나 그 눈 아래, 마음속 선연한 색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관념적 사상 때문에 그 붉은 색을 정치적인 이념이 색으로 도색 (塗色)해버린 파시즘의 역사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승익은 다시 붉은색으로 붉은색을 치유하고 있다. 단지 색은 색일 뿐이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있는 사람들의 뒤틀린 의도가 만들어낸 도그마를 용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붉은색은 마음의 색으로 순전히 작가의 정신에서 탄생한 심리적인 색이다. 그 붉은 색은 자극적인 감정 상태에 의해 만들어진 색으로 막힌 가슴을 풀어버리는 색이기도 하다. 인생 자체가 고통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은 그 고통을 감내할 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통로를 찾지 못한다. 오승익이 유독 붉은색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그 색을 보면 마음이 더 후련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 색의 자극이, 치유를 위해 내 던져진 존재를 새롭게 풀어헤치는 살풀이와도 같은 것이다. 상처를 자극으로 치유하라. 가족사의 아픔을 고백적 외침으로써 맺힌 가슴을 뚫어버리는 행위가 같은 것이다.
붉은색의 고정된 관념을 극복하면서 얻은 평온이 그에게 색다른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비로소 붉은색은 흘러나오는 식은 색이 아니라 온기를 가지고 돌고 도는 생명의 색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이번 그 자리, 한라산은 지금껏 작가가 집중해 온 토르소, 흔적, 치유, 실험이라는 담론의 노정 (路程)에 있다. 그 길은 무겁고 오래 걸리기도 했다. 짐을 벗으면 발길이 가볍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마지막 프로세스로서 한라산이란 테마를 마감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리 한라산은 시간의 지층 아래에서 새로운 주제를 떠받치는 또 다른 태도가 돼 줄 것이다.
그 자리, 한라산이 이제는 내 자리 한라산이 돼 그 산에 올라서 멀리 보게 될 것을 기대한다. 시간의 힘은 위대하다. 이제 그는 다른 흔적을 시간과 함께 남겨야 한다. 어머니 산 한라산이 자신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숭고한 이름으로 남을 때까지.
그 자리, 한라산
_ 한라산 기억하기
53 × 45.5㎝
Mixed Media + acrylic
2025
그 자리, 한라산
_ 눈 내린 겨울 한라산
53 × 45.5㎝
Mixed Media + acrylic
2024
그 자리, 한라산
_ 겨울 기억하기 02
117 × 81㎝
Mixed Media + acrylic
2024
그 자리, 한라산
_ 늦겨울 한라산 바라보기
162.2 × 130.3㎝
Mixed Media + acrylic
2025
그 자리, 한라산
_ 늦울 기억하기 01
91 × 64.5㎝
Mixed Media + acrylic
2024
그 자리, 한라산
_ 서귀포의 행복
90.7 × 72.5㎝
Mixed Media + acrylic
2024
한라산 흔적 _ 6월 07 : 00
90.9 × 72.7㎝ (30호)
Mixed Media + acrylic
2022
그 자리, 한라산
_ 붉은 한라산 01
117 × 81㎝
Mixed Media + acrylic
2024
한라산 흔적 _ 그 날의 기억 01
116.7 × 80.3㎝
Mixed Media + acrylic
2022
한라산 흔적 _ 비 온 다음 날
80.3 × 116.7㎝
Mixed Media + acrylic
2023
한라산 흔적 _ 6월 07 : 00 기억
116.8 × 72.7㎝
Mixed Media + acrylic
2022
그 자리, 한라산
_ 한라산 가는 길
91 × 64.5㎝
Mixed Media + acrylic
2024
한라산 흔적 _ 그날 기억
90.9 × 72.7㎝
Mixed Media + acrylic
2023
그 자리, 한라산
_ 5월 11 : 00AM
116.7 × 91㎝
Mixed Media + acrylic
2024
그 자리, 한라산 _ 가는길 02
162.2 × 112.1㎝
Mixed Media + acrylic
2024
그 자리, 한라산 _ 치유 (05 : 00)
162.2 × 130.3㎝
Mixed Media + acrylic
2023
그 자리, 한라산 _ 치유 (07 : 00)
162.2 × 130.3㎝
Mixed Media + acrylic
2024
그 자리, 한라산
_ 붉은 한라산 02
259.1 × 193.9㎝
Mixed Media + acryli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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