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아트선재센터 '생태 위기 고발展]

드무2 2025. 5. 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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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생태 위기 고발展]

 

 

 

홍영인 작가의 ‘학의 눈밭’ 이 전시장에 설치된 모습. 여덟 쌍의 두루미 신발이 하얀 모래 위에 설치됐다. / 아트선재센터

 

 

 

두루미와 꿀벌이 보는 인간 세계는?

 

 

 

두루미 가족 신발 8 쌍 설치하고

꿀벌 '봉희' 가 주인공인 영상 등

인간 중심적 사고 벗어나는 시도

 

 

 

두루미 가족을 위한 신발 8쌍이 하얀 모래 위에 놓였다. 전시장 안쪽에선 의인화된 꿀벌 ‘봉희’ 가 황색 춤을 추고, 다른 층에선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인 미륵 석상이 친근하게 미소 짓고 있다.

연말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전시 풍경이다. 생태 위기를 고발하는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국내외 작가 17명 (팀)이 참여한 ‘언두 플래닛’ 과 작가 그룹 이끼바위쿠르르의 개인전 ‘거꾸로 사는 돌’ 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 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의 시각에서 생태계를 들여다본다.

 

 

 

홍영인 작가의 '학의 눈밭' 중 두루미의 신발 한 쌍을 확대한 모습. / 아트선재센터

 

 

 

‘언두 플래닛’ 은 강원도 철원에서 작가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를 시작으로 지구와 생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탐구했다. 홍영인은 겨울에 철원으로 날아오는 두루미 떼를 탐조한 뒤, 두루미 가족을 위해 왕골 신발을 만들었다. 하얀 눈밭에 두루미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전시장에 흰 모래를 깔았고, 그 위에 디자인이 각각 다른 두루미 신발 8쌍을 설치했다. 인간 세계를 유머러스하게 모방한 가늘고 긴 신발들을 통해 익명의 두루미 떼가 아닌 살아있는 개별적 존재로 바라보게 만든다.

 

 

 

양혜규 작가의 영상 ‘황색 춤’에서 꿀벌 '봉희'가 등장하는 장면. /허윤희 기자

 

 

 

양혜규는 꿀벌 ‘봉희’ 를 주인공으로 긴장과 충돌로 점철된 인간 세계를 돌아보는 새 영상과 조각을, 프랑스 작가 시몬 부드뱅은 벨기에 브뤼셀에 나타난 붉은 여우 이야기를 담은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 덴마크 작가 실라스 이노우에는 아크릴 통 속에 곰팡이가 서식하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완벽히 밀폐된 조형물에서 수백 종의 곰팡이가 계속 피어나면서 작품의 형태도 바뀌게 된다. 작가는 “마치 소도시에 거주하는 입주민처럼 곰팡이들이 늘어나 서로 경쟁하고 소통하는 모습은 인간 세상의 대도시에서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비유” 라고 했다.

 

 

 

3층 전시장에 작가 그룹 이끼바위쿠르르의 설치 조각 '거꾸로 사는 돌' (2024)이 전시된 모습. 혼합 매체 (대좌 고무), 170 × 140 cm. / 아트선재센터

 

 

 

3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끼바위쿠르르 (조지은 · 고결 · 김중원)의 개인전은 인간이 모두 사라진 먼 미래의 일을 내다본다. 미래에 올 부처를 뜻하는 미륵은 불교뿐 아니라 무속 등과 섞여 마을의 수호신이나 일상을 지켜주는 존재로 한국 곳곳에 자리 잡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방치된 채 상당수 버려진 돌로 남았다. 작가들은 마을 어귀와 들판에 방치된 전국의 미륵 석상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를 영상과 설치, 평면 작업으로 담아냈다. “수억 년이 지난 뒤 폐허가 된 미래에서 미륵이 만나는 건 뭘까. 인간은 다 사라지고, 결국 쓰레기와 만나지 않을까. 비디오 작품 ‘쓰레기와 춤을’ 은 먼 미래에 쓰레기와 조우할 미륵의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었다.” 두 전시 모두 내년 1월 26일까지, 성인 1만원.

 

 

허윤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12월 1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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