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제주의 봄은]

드무2 2026. 3. 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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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봄은]

 

 

 

 

 

 

제주의 봄은

 

 

제주에선 봄이

헐레벌떡

오지 않는다

먼 데 바다를 우지끈

일으켜 세운 바람이

오름 타고 밭담

막힌 숨통 열어젖히고

잠자는 것들 깨워

천천히, 마침내 온다

 

강덕환 (1961 ~)

 

 


 

제주에선 군데군데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돈다. 밭에는 풀이 올라온다. 매화와 수선화가 피었다. 화단에 심은 튤립 구근 (球根)에서 싹이 뾰족이 올라왔다. 바람도 냉담한 냉기가 사라져 훨씬 온순하고 부드러워졌다. 얼음 덩어리처럼 딱딱하던 땅도 풀려서 푹신푹신하고, 탄력이 있다.

이 시를 얼마 전 제주에서 열린 입춘 시화전에서 읽었다. 시인은 봄이 조금은 더디게, 느릿느릿하게 오더라도 너무 늦지 않게, 드디어 마지막에는 오고야 만다고 말한다. 그리고 봄이 올 적에는 모든 생명 존재의 잠을 일일이 다 깨우고, 일으켜 세우면서 그렇게 온다고 말한다. 마치 어머니가 자녀를 골고루 사랑으로 보살피듯이. 그리고 봄은 “막힌 숨통 열어젖히” 는 일을 한다고 노래한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작금 (昨今)의 상태를 바꿔서 제 의지대로 자유롭게 숨을 쉬도록 돕는다는 뜻이겠다. 우리도 생각이든 생활이든 숨통을 틔우자. 먼 곳 남쪽 바다로부터 봄이 온다. 꽉꽉 막힌 것을 햇살과 꽃으로 무너뜨리며 봄이 온다. 봄을 호흡하자.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3월 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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