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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일러스트 = 박상훈
샹그릴자
망아지랑 낙타랑 사는 곳이랍니다
정답게 붙어있는 호수랑 별하늘도
조그만 모닥불가에 둥글게 앉았어요
당신보다 내가 서럽고 아픈 것을
사랑인 줄 알고 살아가는 우리는
돌면서 춤을 추었어요 둥근 우주 안에서
ㅡ 김일연 (1955 ~ )
샹그릴라는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이상향을 뜻한다. 꿈의 낙원이라고 일컬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제시하는 샹그릴라는 어떤 곳일까. 땅 위에는 망아지와 낙타가 산다.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말과 어미 낙타가 함께 산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그 별빛은 호수의 수면에도 어린다. 그리고 지상과 하늘 사이에 사람이 산다. 사람들은 희망의 빛과 같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고, “당신보다 내가 서럽고 아픈 것을 // 사랑인 줄 알고 살아” 간다. 이 이상향의 공간은 이해와 사랑과 동정심에 기초한, 어울림과 공존의 공간으로서 내쫓거나 빼앗는 일이 없는 둥긂의 생명공동체이며, 거기에는 희락 (喜樂)의 춤이 있다.
김일연 시인의 시에는 이러한 샹그릴라가 더러 등장한다. 시 ‘풀과 오리의 동화’ 에서는 “어제 본 풀을 오늘 또 보고 // 어제 만난 오리 오늘 또 만났다네 // 그 자리 잘 지켜 사는 그것이 평화인 것을” 이라고 노래했다. 화평 (和平)한 곳, 그곳이 샹그릴라일 것이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4월 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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