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의 박물관 산책

[샤나메 필사본 삽화]

드무2 2026. 5. 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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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나메 필사본 삽화]

 

 

 

샤나메 필사본 삽화, 사파비 제국, 1525 ~ 1540년쯤, 40.0 x 31.5㎝. /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제공

 

 

 

페르시아 문학의 정수, 그림으로 피어나다

 

 

 

사파비 왕조 때 꽃피운

페르시아 세밀화 대표작

이란의 신화 · 전설 · 역사

선명한 색채로 묘사해

 

 

 

어느 지역이나 시대든 미술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면모를 지니지만, 이슬람 미술을 보고 있으면 2차원 평면을 질서 있고 조화롭게 구성하는 일에 이보다 더 몰두한 사람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3층 세계문화관에서는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10월11일까지)이 개최 중이다.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품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7 ~ 19세기 이슬람 세계 사람들이 추구한 삶과 이상을 글씨 · 그림 · 공예 등의 매체로 만날 수 있다. 전시품 중에는 페르시아 세밀화를 대표하는 일명 ‘타흐마스프 샤나메 삽화’ 가 포함돼 있다. 총 759장으로 이루어진 이 호화 장정 필사본에 수록된 285점 삽화 중 2점이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타흐마스프 샤나메 필사본은 예술가와 장인 수십 명이 동원돼 10여 년 동안 진행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파비 왕조 (1501 ~ 1722) 창시자인 이스마일 시기에 시작돼 두 번째 왕인 타흐마스프 시기에 완성됐다. 타흐마스프는 어려서부터 글씨와 그림을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재능을 보였고, 당대 최고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이 시기 미술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 분야는 세밀화다. 타흐마스프가 어린 시절을 보낸 헤라트 (티무르 제국의 수도,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에 위치)와 수도 타브리즈 양식이 결합된 당시 세밀화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복잡한 구성을 눈이 부시도록 선명한 색채, 완벽한 붓놀림,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보여준다.

페르시아 문학의 정수인 샤나메는 ‘왕들의 책’ 이라는 뜻으로, 피르다우시가 1010년에 완성한 대서사시다. 창세부터 이슬람 이전까지 이란의 신화 · 전설 · 역사를 담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그림은 사산 왕조 (224 ~ 651) 최전성기를 이끈 아누시르반 왕 (재위 531 ~ 579)의 일화를 소재로 한다. 사산 궁정의 의사 부르주이가 인도에서 접한 우화집 내용을 적어 왕에게 바쳤다는 내용이다. 그림 중앙에 흰옷을 입은 부르주이가 두 손에 무언가를 들고 서 있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아누시르반 왕이 아치로 장식된 화려한 공간에 앉아 있다.

필사본 삽화는 텍스트로 된 이야기를 보조하는 역할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그림의 크기가 커지고 여러 인물이 추가됐으며 이야기와는 무관한 기물이나 장식도 더해졌다. 이에 이야기를 넘어 그림에 담긴 여러 요소 사이로 계속해서 시선을 옮기며, 형태 · 색 · 리듬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옛 이야기를 소재로 하지만 그림이 그려진 시기의 인물과 건물의 모습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여러 인물의 머리 위로 보이는 붉은 막대는 사파비 시기 남성들이 터번 아래 썼던 모자의 일부이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5월 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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