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식물 이야기

[깽깽이풀]

드무2 2023. 7. 17. 12:29
728x90

[깽깽이풀]

 

 

 

위는 4월 중순의 깽깽이풀. 아래는 활짝 피어 있는 깽깽이풀. / 김민철 기자

 

 

 

2가지 種 모두 멸종 위기··· 인디언들은 뿌리 · 잎 · 줄기를 약으로 썼대요

 

 

 

깽깽이풀속 (屬)은 현재 2가지 종 (種)이 알려져 있어요. 하나는 캐나다 동부에서 미국 남부 · 북동부 지역에 분포하는 종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와 중국 · 러시아에서 살아가는 종이지요.

우리나라의 깽깽이풀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낙엽활엽수 숲에서 드물게 자라는 다년생 풀이에요. 높이는 약 20㎝ 정도로, 잎 2 ~ 4장이 달려 있어요. 잎은 둥근 모양이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매우 뚜렷합니다. 4 ~ 5월쯤에 피는 꽃은 자주색이고 꽃잎은 둥근 모양인데, 꽃 가장자리는 꽤 매끄럽답니다. 깽깽이풀의 종자 (種子 · 씨)에는 당분이 있는 꿀샘이 들어 있지요.

아름답게 생긴 이 식물은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바쁜 농번기에 예쁘게 피어난 꼴이, 마치 깽깽이 (해금을 속되게 이르는 말)를 켜고 놀자고 유혹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이름 붙었다는 주장, 강아지가 이 풀을 뜯어 먹고 너무 쓰다고 깽깽거려서 이렇게 불렀다는 주장 등이 있지요.

깽깽이풀속의 식물들은 전통적으로 인간이 유익하게 써왔어요.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깽깽이풀의 뿌리를 소독제나 류머티즘 치료제로 사용했지요. 잎은 상처나 감기 치료에 사용했다고 해요. 땅속줄기는 복통 · 설사 ·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었답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깽깽이풀도 약용 가치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지요.

깽깽이풀은 키우기도 아주 쉽답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면 쉽게 번식이 가능해요. 자라는 속도는 느리지만, 배수가 잘 되고 수분이 충분한 토양을 선호하지요. 공교롭게도 깽깽이풀속의 2가지 종 모두 본거지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로 보호한답니다. 미국의 경우 조지아, 아이오와, 뉴욕 및 뉴저지주에서 보호 중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국가의 법정 보호종이었는데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보호 식물로 격이 낮아졌지요.

이 식물은 러시아 우수리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북방계 식물이에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잡초'처럼 자라고 있어요. 이 식물이 지구상 가장 남쪽에 정착한 곳이 한반도 남부라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 등으로 우리나라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 깽깽이풀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살기 힘들어질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 사는 이 식물이 지닌 생태적 · 유전학적 가치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장 · 영남대 명예교수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4월 3일 자]

 

 

 

728x90

'신문은 선생님 > 식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꼬리진달래]  (0) 2023.08.02
[솜나물]  (1) 2023.07.21
[족도리풀]  (0) 2023.07.14
[참나무의 잎]  (0) 2023.07.11
[봄맞이꽃]  (0) 202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