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

[피아노]

드무2 2023. 9.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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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피아노

 

현순애

 

 

나를 연주하는 이 누구인가

 

쌓인 먼지 털어내고

강하고 부드럽게

나를 조율한다

 

예민하게 반응하던 감성의 조율기

늘어지고 녹슨 선 앞에서

돌려 감는 손끝에 닿는

이성의 음감 어줍다

 

곡 하나 제대로 완주할 수 있을까

달려온 세월이 건반 뒤에서

해머처럼 종주먹 쥔 채

주름살로 늘어진 현 앞에 서 있다

 

헝클어진 우주의 입술 열어

치열 고른 여든여덟 계단 무지개빛 옥타브

자유롭게 발 디뎌보면

세상 아우르는 섬세한 숨결

 

슬픔도 기쁨도 우울도 환희도

모두가 물결 따라 체득하는 일이다

플랫 되는 감정 올려잡고

깊게 지르는 공명

때론 선율로, 때론 화음으로 하나 되는 하모니

천상으로 오르는 희고 검은 계단에 새겨지는

이름 하나

피아노포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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