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

[달팽이]

드무2 2023. 9. 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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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달팽이

 

현순애

 

 

교과서 밥 말아 먹어

길 어둑한 여자

웅크렸던 어둠

둥글게 말아 지고

촉수 내밀어 온몸 밀어

홍등가 불빛 더듬는다

 

 

눅진한 골목 찾아드는

허기진 군상들

술을 마실까, 여자를 마실까

끈적대는 밤

 

 

웃음 팔고 사는 홍등 불빛 아래

고단했던 하루 뜨겁게 배설해 놓고

가벼워진 지갑들 휘적휘적 갈지자 그리면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등짐 진 채

이우는 달그림자 베고

새벽 누인다.

 

 

 

 

시인 현순애 [출처 : 뉴스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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