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새 (Caged Bird)]
일러스트 = 이철원
새장에 갇힌 새 (Caged Bird)
자유로운 새는
바람을 등지고 날아올라 (···)
그의 날개를 주황빛 햇빛 속에 담그고
감히 하늘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한다.
(···) 좁은 새장에서 뽐내며 걷는 새는
그의 분노의 창살 사이로
내다볼 수 없다.
날개는 잘리고 발은 묶여
그는 목을 열어 노래한다 (···)
겁이 나 떨리는 소리로
잘 알지 못하지만 여전히
갈망하고 있는 것들에 관해,
그의 노랫소리는
저 먼 언덕에서도 들린다.
새장에 갇힌 새는
자유에 대해 노래하기 때문이다 (···)
ㅡ 마이아 앤절로 (강희원 옮김)
김승희 선생님이 엮고 쓴 책 ‘남자들은 모른다’ 에서 ‘새장에 갇힌 새’ 를 보자마자 마야 안젤루의 자서전 ‘나는 새장 속의 새가 왜 노래하는지를 안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가 생각났다. 미국의 백인들에게 흑인 여성의 삶을 아주 구체적으로 이해시킨 마야의 자서전 축약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시에서 시인은 ‘자유로운 새’ 와 ‘새장에 갇힌 새’ 를 비교하며 자유를 말한다. “분노의 창살” 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분노에 갇힌 새는, 분노의 포로가 된 사람은 자신의 감옥에 갇혀 밖을 잘 보지 못한다.
내 자유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자유도 소중하고, 내 생명이 소중하면 다른 이들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가자에 폭격이 멈추고, 하마스가 데려간 이스라엘 인질들이 풀려나고 중동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빈다. 폭력에 더 큰 폭력으로 대항하는 분노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최영미 시인 · 이미출판 대표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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