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 뭐가 달랐나 심지연 명예교수 기고]
1960년 4월 23일 서울대병원을 찾아 4 · 19 부상 학생들을 위문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승만 대통령. 영화 ‘건국전쟁’에서 많은 관객을 감동시킨 장면이다. / 국가기록원
"객관적 기록 · 자료 통해 이승만 재발견··· 국민 공감 얻어"
4 · 19 때 부상당한 학생 문병하고
6년 의무교육 밀어붙이는 등
우리가 몰랐던 '사실' 새롭게 발굴
건국전쟁 2.0에 바란다
'해방 직후 좌우 모두 영수로 추대'
대중적 지지 높았던 점 반영 필요
인터뷰 대상도 다채로워졌으면
최근 장안의 화제 두 가지를 들어보라고 한다면 단연 정치권 막전 막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후일담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이 촉발한 이승만 대통령 재평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자 (前者)가 한국 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사라고 한다면, 후자 (後者)는 한국 정치의 과거를 조망하는 관점으로 현재를 관통하고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전자 못지않게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래는 ‘신 (神)의 영역’ 에 가까운 것이어서 도사를 자처하지 않는 한 함부로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게 본인의 지론이다. 그러나 과거는 각종 자료와 기록에 충실할 경우 어느 정도는 사실 (史實)과 부합하는 논평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상영되고 있는 ‘건국전쟁’ 은 기존의 편향적이고 비판적인 시각과는 달리, 긍정적인 시각에 기초한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새로운 자료와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고, 바로 이 점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여 관객 100만명 넘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1950년 10월 30일 이 대통령이 위험을 무릅쓰고 평양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군 입성 환영 평양 시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으로 ‘건국전쟁’ 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 기파랑
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이 4 · 19 때 부상당한 학생들을 문병하며 울먹거리는 장면이라든지, 장제스 (蔣介石) 총통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생들의 거사를 칭찬한 내용이라든지, 1954년 뉴욕에서의 환영 카퍼레이드라든지, 하와이에서 버려진 한인 소녀들을 데려다 교육을 시킨 일이라든지, 어려운 상황에도 6년 의무교육을 실시했다는 내용 등은 기존의 글이나 작품에서는 제대로 취급되지 않던 것이었다. 새로 발굴한 이러한 내용들이 관객의 심금을 울려 이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부여했다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건국전쟁의 후속작을 낼 것이라고 한다. 작품의 완결성과 객관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일부 건설적인 비판의 수용과 함께 몇 가지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승만 박사는 귀국하기 전부터 좌우 양 진영으로부터 영수로 추대될 정도로 대중적인 지지가 높았는데, 이 점이 누락된 것을 들 수 있다. 우익인 한민당은 물론이고, 좌익 주도로 1945년 9월 6일 밤 선포된 인민공화국도 이 박사를 주석으로 추대했다. 이는 이 박사가 그만큼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1950년 10월 30일 이승만 대통령의 평양 방문 연설 누락을 들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군이 평양을 탈환하자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양을 방문해 평양시청 발코니에서 당시 태극기를 들고 운집한 5만 평양시민을 상대로 연설하여 이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전시 중 위급한 상황임에도 북한 동포에 대한 애정에서 평양을 방문한 사실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국전쟁’ 에서 아쉬운 점으로는 유사한 내용의 증언이 반복되는가 하면, 동일인이 자주 등장하여 다큐로서의 긴박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양한 인사들을 등장시키고 생존해 있는 4 · 19 주역들에 대한 인터뷰가 이루어졌더라면, 더욱 현장감 있는 다큐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들 주역 대부분이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항의하는 데 앞장섰지만, 건국과 자유민주주의 도입에 기여한 이 박사의 공로는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기에 더욱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했기에, 국민 대부분이 이제는 고난의 연속이었던 현대사를 극복한 데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이러한 자부심과 국민적 노력에 대한 자존감이 우리도 외국처럼 국부 (國父)가 있어야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고, 오늘날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고 본다.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 · 전 한국정치학회장
"이 前대통령에 대한 폄훼 종식하는 데 도움됐다면 큰 기쁨"
김덕영 감독 "100만, 꿈만 같아"
김덕영 감독
“5만명만 봐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꿈만 같습니다.” 관객 100만 달성에 성공한 ‘건국전쟁’ 의 김덕영 (59) 감독은 27일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를 종식하는 데에 제 영화가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큰 기쁨” 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건국전쟁’ 을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홈메이드 영화’ 라고 한다. 부부 영화인인 김 감독과 임수영 프로듀서의 열정으로 탄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3년 전 제작에 착수했을 때만 해도 주위 사람 모두 만류했다. 아내도 처음엔 고개를 저었다. 직전 작품인 ‘김일성의 아이들’ (2020) 총관객은 1768명. 참담한 실패였다. 억대 빚을 갚으려 5년간 운영하던 카페도 팔고, 몰고 다니던 차도 팔았다. 아내는 “더 이상 팔 것도 없는데 이승만 영화를 만들어 빚을 더 늘리려 하느냐” 고 했다.
김 감독은 그래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김일성의 아이들’ 을 찍으며 알게 된 북한, 그 북한에서 그토록 미워하는 이승만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의지에 불을 붙인 것은 ‘이승만 전문가’ 들이었다. 김 감독은 “예고편 영상을 보여줬더니 이승만 연구자 한 분이 ‘괴벨스가 와도 이승만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못 바꾼다’ 며 ‘헛고생하지 말라’ 고 했다” 며 “당혹스러웠지만 동시에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고 말했다.
가장 보람찬 순간은 미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 (NARA)에서 이 대통령의 뉴욕 퍼레이드 영상을 발견한 때였다. 대통령기록실에서 발견한 흑백 필름 중 뉴욕 퍼레이드 영상의 일부를 확인하고 4분 30초 전체 원본을 찾기 위해 6개월을 뒤졌다. “전체 원본을 찾은 순간 저도 울고, 피디도 울고, 옆에서 도와주던 미국 교민도 울면서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흥행의 가능성을 본 것은 지난해 11월 첫 시사회였다. 참석자 50명은 영화가 끝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김 감독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당시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건국전쟁동지회라는 후원회도 결성됐다. 김 감독은 “이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한 ‘건국전쟁’ 2편을 내년 3월 선보일 것” 이라며 “건국 1세대의 고민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보겠다” 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건국전쟁, 개봉 27일만에 100만··· "단순 이념 영화라면 불가능한 수치"
영화 전문가들이 본 인기 비결
"팩트로 관객에 카타르시스 줘"
"6070세대 엔터 욕구도 충족"
제작비 3억··· 매출 94억 달성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 1세대의 희생과 투쟁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이 27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은 2017년 ‘노무현입니다’ 이후 7년 만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건국전쟁’ 은 이날 오후 2시 50분 누적 관객 100만17명을 기록하며 개봉 2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순위로는 4위다.
그래픽 = 정인성
영화 전문가들은 ‘건국전쟁’ 의 돌풍이 특정 정치 성향 관객이 결집한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흥행 콘텐츠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에 다큐 영화인데도 100만명 이상이 몰렸다는 해석이다. 제작비 3억원에 매출 94억원 (27일 현재). 시장 관점에서 봐도 대단한 히트작이다.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다큐 영화의 100만은 극영화의 1000만보다 더 의미가 크다” 며 “‘건국전쟁’ 의 경우, 팩트가 주는 카타르시스에 관객들이 감동한 것” 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건국전쟁’ 은 여타 다큐처럼 음모론을 제기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팩트를 포인트별로 알려주면서 관객의 눈이 밝아진 느낌이 들게 한다” 고 분석했다. 쌍천만 영화 ‘신과함께’ 를 만든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일방적으로 악인으로 치부된 인물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자 하는 관객의 수요에 부합했기에 성공한 것 같다” 며 “일종의 집단 지성의 힘” 이라고 말했다.
영화 시장에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던 50대 이상의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는 평가도 있다. CGV 관객 데이터에 따르면, ‘건국전쟁’ 의 예매 관객은 50대 이상이 45%이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다큐멘터리와 사극을 좋아하는 세대가 50대 이상 관객들” 이라며 “‘건국전쟁’ 은 이념 영화라서가 아니라, 역사 다큐를 선호하는 고정 관객층이 즐길 만한 콘텐츠라서 흥행한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이승만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에 비해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며 “매우 희소성이 높은 소재라는 점도 관객을 끌어낸 포인트 중 하나” 라고 했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어르신 관객이 영화관에 이렇게 많이 모인 풍경은 처음 봤다는 관계자들이 많다” 며 “6070 세대의 엔터테인먼트 욕구를 충족할 콘텐츠 기능을 해낸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신정선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2월 2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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