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아포피스' 탐사 계획 수립]
그래픽 = 양진경
에펠탑만한 소행성, 5년 후면 맨눈으로도 보인다
위성을 수리하던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과 충돌해 폭발한다. 유성우 (流星雨)는 지구로 향해 미국 뉴욕을 강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텍사스주만 한 거대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오는 것을 미 항공우주국 (NASA)이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지구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18일. NASA는 시추 전문가 등을 우주선에 태워 올린 뒤, 소행성에 구멍을 뚫고 핵폭탄을 설치하는 계획을 세운다. 1998년에 개봉된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 ‘아마겟돈’ 의 내용 중 일부다.
영화 속 상상에 그쳤던 ‘소행성 충돌’ 이 실질적 위협으로 와닿기 시작한 계기가 소행성 ‘아포피스 (Apophis)’ 발견이다. 2004년 관측 당시 일부 천문학자들이 아포피스의 지구 충돌 확률이 2.7%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소행성 충돌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다. 지구 충돌 땐 TNT 폭약 1200Mt (메가톤)의 위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다행히 추가 분석을 통해 2021년 NASA는 향후 1세기 동안 아포피스가 지구에 피해를 줄 위험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아포피스는 세계 우주학계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유례없이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을 탐사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5년 후면 아포피스 맨눈으로 볼 수 있어
아포피스는 지름 약 335m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높이와 맞먹는다. 오는 2029년 4월 13일 지구에서 약 3만2000㎞ 거리까지 초근접하게 된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왕복 거리 (약 3만8000㎞)보다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 (평균 38만㎞)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정지궤도의 위성 고도 (약 3만6000㎞)보다도 가깝다. 천문학자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아포피스의 초근접은 수천 ~ 수만 년에 한 번 생길 정도로 드문 일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포피스 소행성은 2029년 초근접 때 지구에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것” 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을 인류가 직접 눈으로 볼 상황은 앞으로 없을 것” 이라고 했다.
아포피스 탐사는 태양계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크게 높일 기회가 될 전망이다. 예컨대 지구 중력에 의해 아포피스의 궤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측할 수 있다. 또 향후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막을 방법도 연구할 수 있다. 소행성은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생겼기 때문에, 소행성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초기 물질을 분석할 수 있다.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큰 이유다. 또 희토류와 희귀 광물 등이 다수 매장됐을 수도 있어 경제적 가치도 적지 않다.
세계 주요국에서는 아포피스 탐사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나섰다. 우주선 이동 속도와 방향을 아포피스와 동일하게 맞추는 ‘랑데부 탐사’ 방식으로 아포피스의 속살을 드러낸다는 계획이다. NASA는 소행성 ‘베누’ 의 시료를 채취한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 (OSIRISㅡREx)’ 를 아포피스 탐사에도 동원하기로 했다. 이번에 임무를 연장하면서 탐사선 명칭도 ‘오시리스ㅡ에이펙스 (APEX)’ 로 바꿨다. 아포피스 탐사선 (Apophis Explorer)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아포피스에 근접해 표면 아래의 물질을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우주국 (ESA)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행성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아포피스 탐사를 활용하는 ‘람세스’ 프로젝트를 세운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도 참여한다.
그래픽 = 양진경
◇ 우주항공청, 아포피스 탐사 추진할까
앞서 한국에서도 천문연구원 주도로 아포피스 탐사를 계획했다. 3873억원을 들여 독자 기술로 아포피스 탐사선과 발사체를 개발해 2027년 10월 발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재작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지난 5월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정부가 아포피스 탐사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실제 추진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우주 국제 행사 ‘국제우주연구위원회 (COSPAR)’ 에서 NASA, JAXA 등 세계 우주 기관들과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에 대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주항공 업계 관계자는 “아포피스가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오기까지 5년도 채 남지 않았다” 며 “실질적인 탐사에 성공하기 위해서 국제 협력과 기술 확보를 병행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고 했다.
박지민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7월 25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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