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ㅡ004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01
조안나 지음
2020, 마로네에북스
은계도서관
SN001354
650.4
조62ㄱ
조안나
스무 살 이후로 쭉 책과
관련된 일만 하고 살고 있다.
책을 만들다 지치면 쓰고, 쓰다 막히면
만들면서 넘쳐나는 시간을 책으로 메꾸었다.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여유롭지도 않으면서
사치스럽게도 자주 지겹고 지루해서 미술관에 간다.
미술관에 못 갈 때는 화집이나 구글 이미지에서
그 날의 기분에 맞는 그림을 찾아 헤맨다.
내 마음 같은 미술을 통해 언어가 주지 못한
다정한 침묵을 맛본 후 이 책을 썼다.
6개월 된 딸, 남편과 함께 미국 시골 마을에서
가장 느리게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책장의 위로』,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 『월요일의 문장들』이 있다.
인스타그램 @ego3sm
블로그 ddinne.blog.me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나는 선택이 아닌 운명에 의해 모험가가 되었다."
_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 <정물 : 장미와 아네모네가 꽂힌 일본식 화병>,
캔버스에 유채, 51.7 × 52㎝, 1890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알프레드 시슬레, <빌뇌브 라 가렌 다리>, 캔버스에 유채, 49.5 × 65.4㎝, 187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차례
프롤로그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들
1부 괜찮은 날에도, 괜찮지 않은 날에도
소파에서 보내는 바캉스
나만의 편안한 느낌을 찾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일 것
준비되지 않은 즐거움
주말을 온전히 누리려면
평범한 기적을 만드는 일
SNS의 '좋아요' 보다 더 의미 있는
감동할 준비가 되었는가
2부 사랑하는 나의 그대들을 위해
고양이는 존재 자체가 그림이다
나밖에 모르는 바보와 함께하는 일상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에게
배꼽 밑이 간지러워지는 순간들
매일 더 잘 사랑하는 법
너만 있으면 나는 괜찮아
집 안 가득 퍼지는 평화를 위하여
3부 내일 또 우울해도 괜찮아
흐리면 흐린 대로 좋은 날
찬바람과 함께 오는 것들
모두가 혼자인 도시에서
오늘은 좀 아파해도 돼
우울의 끝에서 발견한 색
아름다움도 매일 본다면
온기 있는 대화가 필요할 때
순간을 붙들고 싶어요
4부 끈질김이 당신을 고귀하게 만든다
걱정 마, 내일도 쓸 수 있을 거야
매일 하는 요가의 힘
세상이 나를 비웃을지라도
읽을 수 없을 때 보는 그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점을 찍는 심정으로
평생 이 일만 하고 살 수 있을까?
급할수록 천천히 보고 가자
5부 나는 내가 마음에 든다
가끔은 핑크색 옷도 좋아
내 삶이 가벼워진 이유
내 방식대로 가는 것이 최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는 내가 마음에 듭니다
자화상을 한번 그려볼까
꿈은 어떻게 그려 넣어야 할까
에필로그 그림 같은 글을 쓸 수만 있다면···
폴 시냐크, < 식당 방, 작품 152번>, 캔버스에 유채, 89 × 116㎝, 1886ㅡ87년, 오테를로 크뢸러 뮐러 미술관
1부
괜찮은 날에도, 괜찮지 않은 날에도
라울 뒤피, <니스, 천사들의 해변>, 캔버스에 유채, 34.3 × 43.8㎝, 1927년, 개인 소장
라울 뒤피, <에펠탑>, 종이에 수채, 65.5 × 51.0㎝, 1935년, 개인 소장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
_스탕달
마크 로스코, <블루 앤드 그레이>, 캔버스에 유채, 193 × 175㎝, 1962년, 바이엘러 미술관
"사회는 무엇이든 자기 내부에 충분하지 않은 것을 예술에서 찾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조화, 고요, 율동과 융합된 추상예술은 주로 차분함을 갈망하는 사회 ㅡ 법과 질서가 흔들리고, 이데올로기가 변하고,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혼란 때문에 신체적인 위협을 강하게 느끼는 사회 ㅡ 에서 호소력을 발휘한다."
_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11
잭슨 폴록, <넘버 1, 1950 (라벤더 안개)>, 캔버스에 유채, 에나멜, 알루미늄, 221 × 300㎝, 1950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그림에게는 나름의 삶이 있다.
나는 단지 그림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하는 것뿐이다."
_잭슨 폴록
잭슨 폴록, <하나 : 넘버 31>, 캔버스에 유채, 에나멜, 269 × 530㎝, 1950년, 뉴욕 현대미술관
"가장 진실된 질서는 이미 당신이 그곳에서 찾은 것이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주어진 것이다. 미리 준비하면 당신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_페어필드 포터
페어필드 포터, <10월 인테리어>, 캔버스에 유채, 142.2 × 182.9㎝, 1963년, 크리스탈 브릿지 박물관
"엘리자베스 엘리엇의 생각과 감정은 이러했다. 우아하지만 단조롭고 풍요롭지만 공허한 그녀의 삶에, 이러한 근심과 마음의 동요가 그나마 변화를 주는 셈이었다. 이런 감정들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시골 구석의 삶에 흥미를 주었고, 밖에 나가 시간을 보낼 쓸 만한 습관도 없고 집에서 소일할 재능이나 취미도 없는 그녀의 공허함을 채워주었다."
_제인 오스틴, 『설득』, 전승희 옮김, 민음사, 2017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뱃놀이 일행의 오찬>, 캔버스에 유채, 130.2 × 175.6㎝, 1880ㅡ81년, 미국 워싱턴 D. C. 필립스 컬렉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푸르네즈 레스토랑에서의 오찬>, 캔버스에 유채, 55.1 × 65.9㎝, 1875년, 시카고 미술관
"이곳 사람들은 토요일이 되면 마치 정해놓은 것처럼 집 밖으로 나온다. 공원을 찾아가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밤이 되면 파티를 벌이곤 한다. 하루는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 하지만 그런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데도 사람들은 토요일을 맞아 밖으로 나왔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_알베르트 카잘스, 『히피처럼 여행하는 법』, 김현철 옮김, 갤리온, 2010
라우라 마티올리, 조르조 모란디 외, 『Giorgio Morandi : Late Paintings』, 2017년 발행
조르조 모란디, <정물화>, 캔버스에 유채, 30.2 × 50.2㎝, 1949년
"때론 빈 페이지가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지요."
_영화 「패터슨」 중에서
구스타프 클림트, <아터제 호수의 섬>, 캔버스에 유채, 100 × 100㎝, 1901년경, 개인 소장
"자연 속에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진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에는 바람도 있고 파도도 있어서 대화 상대에 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내가 그곳에 있든 없든 자연에게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사실이 좋다."
_우에노 지즈코, 『느낌을 팝니다』, 나일등 옮김, 마음산책, 2016
클로드 모네, <수련 : 아침>, 캔버스에 유채, 200 × 1275㎝, 1915ㅡ26년경,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내가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꽃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꽃이 있길."
_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쥘리 마네 (고양이를 안고 있는 아이)>, 캔버스에 유채, 65 × 54㎝, 1887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
2부
사랑하는 나의 그대들을 위해
폴 고갱, <아를의 밤 카페>, 캔버스에 유채, 73 × 92㎝, 1888년, 푸슈킨 미술관
폴 고갱, <꽃과 고양이>, 캔버스에 유채, 92 × 71㎝, 1899년, 글립토테크 미술관
폴 고갱, <미미와 고양이>, 마분지에 과슈, 17.6 × 16㎝, 1890년, 개인 소장
"예전에 이런 속담을 인용한 바 있다. "화가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군인은 개를 좋아한다." 물론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긴 하지만, 이 말에는 근본적인 진실이 하나 담겨 있다. 우리 눈을 끊임없이 즐겁게 하는 무수한 매혹적인 미술 작품을 낳을 만치, 수백 년 동안 화가와 고양이 사이에는 특별한 유대 관계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_데즈먼드 모리스, 『고양이는 예술이다』, 이한음 옮김, 은행나무, 2018
"1993년 9월부터 나의 개들을 그렸다. 이 사랑스러운 작은 두 생명체는 나의 친구이다. 그들은 똑똑하고, 사랑스럽고, 재미있고, 가끔 지루해한다. 그들은 내가 작업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따뜻한 모습, 그들의 슬픔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할리우드 개로서 존재하면서, 그들은 그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렴풋이 아는 것 같다."
_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s Dog Days』 화보집, 2006년 발행
베르트 모리조, <개와 소녀>, 캔버스에 유채, 92 × 73㎝, 1886년, 개인 소장
"우리 둘이 나이가 들어서도 영원히 잊지 말자. 약속한 날을 기다리는 설레는 기분을. 비슷비슷한 밤이 오는데 절대로 또같지 않다는 것을. 우리 둘의 젊은 팔, 똑바른 등줄기. 가벼운 발걸음을. 맞닿은 무릎의 따스함을."
_요시모토 바나나, 『하치의 마지막 연인』, 김난주 옮김, 민음사, 1999
데이비드 헤팅거, <독서>, 캔버스에 유채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 쪼가리, 요리 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_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
마르크 샤갈, <산책>, 캔버스에 유채, 169.6 × 163.4㎝, 1917ㅡ18년, 국립러시아박물관
"내 손은 지나치게 연약했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직업을 찾아야 했다. 하늘과 별을 내게서 쫓아 버리지 않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도와주는 그런 직업."
_마르크 샤갈, 『샤갈, 꿈꾸는 마을의 화가』, 최영숙 옮김, 다빈치, 2004
"색이 있는 곳에 당신이 있습니다."
_피에르 보나르
피에르 보나르, <작업 테이블>, 캔버스에 유채, 121.9 × 91.4㎝, 1926 / 1937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피에르 보나르, <고양이의 점심>, 캔버스에 유채, 60 × 73㎝, 1906년, 개인 소장
"There's a bit of mystery about her for modern audiences. She is going about her daily task, faintly smiling. And our reaction is 'What is she thinking?'"
현대 관객들에게 그녀는 조금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다.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그녀는 일과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느끼게 된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잇을까?'
_윌터 리드케 Wilter Liedtke,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큐레이터
요하네스 베르메르, <우유를 따르는 여인 (부엌의 하녀)>, 캔버스에 유채, 45.5 × 41㎝, 1658ㅡ60년경,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마침내 베르고트는 이제껏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훨씬 더 광채를 발하는 (베르메르의) 작품 앞에 서게 되었다. (···) 베르고트는 자신이 방금 잡은 노란 띠를 경이롭게 쳐다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도 저렇게 소설을 썼어야 했어. 내 소설들은 너무 무미건조해. 내 문장들도 저 작은 노란 띠처럼 진귀해지려면 여러 차례 색깔을 보태야 했어. (···) 베르메르라는 이름 외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예술가가 절묘하고도 세련되게 그린 그 노란 띠 말이다.'"
_노르베르트 슈나이더, 『얀 베르메르』 ㅡ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재인용, 정재곤 옮김, 마로니에북스. 2005
메리 커샛, <붉은 백일초를 든 여인>, 캔버스에 유채, 73.6 × 60.3㎝, 1891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3
내일 또 우울해도 괜찮아
윌리엄 터너, <노엄 성의 일출>, 캔버스에 유채, 90.8 × 121.9㎝, 1845년경, 런던 테이트 브리튼
윌리엄 터너, <금성>, 캔버스에 유채, 91.1 × 122.6㎝, 1830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후회가 있다. 언제나, 후회가 있어.
하지만 더 나아 우리들 삶이 서로 풀어지는 게,
키 큰 배 두 척, 바람ㅡ 돛 단, 빛에 젖은 두 척이,
항로 설정된 채 어귀에서 빠져나오듯,
그리고 흔들리며 헤어지고, 흔들리며 시야에서 사라지듯."
_필립 라킨, 『필립 라킨 시전집』, 김정환 옮김, 문학동네, 2013
펠릭스 발로통, <가브리엘의 초상>, 우드에 템페라, 34 × 31㎝, 1899년, 볼티모어 미술관
펠릭스 발로통, <벽난로 앞의 누드>, 캔버스에 유채, 80 × 110㎝, 1900년, 개인 소장
펠릭스 발로통, <스토브 앞에서 요리하는 여인>, 캔버스에 유채, 33 × 41㎝, 1892년, 개인 소장
"이디스는 새해가 지난 뒤에야 컬럼비아로 돌아왔기 때문에 윌리엄 스토너는 딸과 단둘이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두 사람은 선물을 교환했다. (···) 윌리엄은 시내 상점에서 직접 고른 새 옷과 책 여러 권, 색칠 세트를 딸에게 주었다. 두 사람은 그날 거의 하루 내내 작은 트리 앞에 앉아서 트리 장식물에서 반짝이는 불빛들과 암녹색 트리 속에서 숨은 불꽃처럼 빛나는 반짝이 장식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학기 중에 묘하게 잠시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윌리엄 스토너는 차츰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_존 윌리엄스, 『스토너』, 김승옥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RHK), 2015
에드워드 B. 고든, <파리 보그>, 캔버스에 유채, 73 × 55㎝, 2014년
"캐리 : 파리에 이걸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거나 적어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미란다. 집으로 와.
캐리 : 집에 갈 수 없어. 여기에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 걸. 힘들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말도 못하고 하루 종일 걷기엔 너무 춥고 비가 계속 와. 여기에 있는 박물관은 두 번씩은 갔다 왔어. 잘 모르겠어. 그냥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 난 너무 혼자야······."
_<섹스 앤 더 시티> 시즌 6, 에피소드 19 'An American Girl in Paris, Part 1'
"남자들이 책을 읽고, 여자들이 뜨개질하고 있는 따위의 실내화는 더 이상 그릴 필요가 없다. 내가 그리는 것은 숨을 쉬고, 느끼고, 괴로워하고, 사랑하며, 살아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 보는 사람은 이 주제에서 신성함과 숭고함을 이해하게 될 것이며, 교회에서 하는 것처럼 내 그림 앞에서 모자를 벗을 것이다."
_뭉크
에드바르 뭉크, <다리 위의 소녀들>, 캔버스에 유채, 136 × 125㎝, 1901년경, 오슬로 국립미술관
에드바르 뭉크, <병든 아이>, 캔버스에 유채, 120 × 118.5㎝, 1885ㅡ86년, 오슬로 국립미술관
"이 세상에서 죽는다는 건 어렵지 않네.
그보다 더 힘든 건 사는 일."
_마야코프스키
일리야 볼로토프스키, <회색 다이아몬드>, 캔버스에 유채, 패널에 고정, 129.5 × 129.5㎝, 1955년, 시카고 미술관
데이비드 노브로스, <무제>, 캔버스에 유채, 총 15개의 패널, 274.3 × 274.3㎝, 1969년, 시카고 미술관
"행복한지 궁금해 하는 건, 불행해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야."
_영화 『우리의 20세기』 중에서
"이리도 할 수 있고 저리도 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내 솔직한 의견을 말하자면 이리 하거나 저리 하거나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다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깊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_케르케고르"
_더글라스 케네디, 『픽업』 (도입부 인용),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2016
폴 시냐크, <분홍 구름>, 캔버스에 유채, 73 × 92㎝, 1916년, 개인 소장
에드워드 호퍼, <볕을 쬐는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 102.6 × 153.4㎝, 1960년,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고독해 보인다구요?
맞아요.
사실 내가 의도한 것보다 조금 더 고독하지요."
_에드워드 호퍼
수잔 제인 월프, <포멜로와 스푼>, 리넨에 유채, 26 × 25.4㎝, 2014년
클로드 모네, <정원의 여인>, 캔버스에 유채, 186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
4부
끈질김이 당신을 고귀하게 만든다
"그는 행복한 순간들을 소중히 생각했고 (물론 그런 순간들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위대한 화가이면서 또한 훌륭한 마음을 지니고 잇었던 피사로의 선례와 예상치 못했던 마주침 (늘 눈을 열어 놓고 지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연의 신비를 소중히 생각했다. (···) 그가 평생을 미술에 바치고도 천재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는 그런 끈질김에서 드러나는 고귀함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_존 버거,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김현우 옮김, 열화당, 2017
카미유 피사로, <오페라 거리, 비의 효과>, 캔버스에 유채, 65 × 83㎝, 1898년, 개인 소장
카미유 피사로, <오페라 거리, 눈의 효과>, 캔버스에 유채, 54 × 65㎝, 1898년, 개인 소장
카미유 피사로, <오페라 거리, 화창한 겨울의 아침>, 캔버스에 유채, 73 × 91.8㎝, 1898년, 랭스 미술관
"다음 주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는 계속 살아갈 거야. 하루하루를 채울 생산적인 일을 찾으며 살 거야. 만사가 잘 풀릴 거야. 만사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버티고 견디기는 하겠지."
_더글라스 케네디,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조동섭 옮김, 밝은 세상, 2014
에드가 드가, <바르에서 연습하는 무용수들>, 캔버스에 혼합 매체, 75.6 × 81.3㎝, 187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삶의 첫 번째 의무는 가능한 한 예술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두 번째 의무가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_오스카 와일드
"자연보다 나은 스승은 없다."
_앙리 루소
앙리 루소, <세관>, 캔버스에 유채, 40.6 × 32.8㎝, 1890년, 런던 코톨드 미술관
앙리 루소, <꿈>, 캔버스에 유채, 204.5 × 298.5㎝, 1910년, 뉴욕 현대미술관
"무엇보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할 일은 쓰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쓰는 것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누구의 흥미를 끌지 못할 때조차. 그것이 영원토록 그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 때조차. 그것이 영원토록 그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 때조차. 원고가 서랍 안에 쌓이고, 우리가 다른 것들을 쓰다 그 쌓인 원고들을 잊어버리게 될 때조차."
_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
"이전에 한 우유부단한 작가가 살았다. 글을 쓸 때는 읽을 수 없다고 안타꺼워했고, 읽을 때에는 글을 쓸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_헤르타 뮐러 (지은이), 밀란 쿤데라 (글),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책그림책』,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01
크빈트 부흐홀츠, <글을 읽고 있는 남자 (Ⅲ)>, 2013년
파블로 피카소, <앉아 있는 할리퀸>, 캔버스에 유채, 83.2 × 61.3㎝, 190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블로 피카소, <할리퀸>, 캔버스에 유채, 183.5 × 105.1㎝, 1915년, 뉴욕 현대미술관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캔버스에 유채, 243.9 × 233.7㎝, 1907년, 뉴욕 현대미술관
"나는 항상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그렇게 하면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_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쇠라,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캔버스에 유채, 207.5 × 308.1㎝, 1884ㅡ86년, 시카고 미술관
조르주 쇠라,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캔버스에 유채, 201 × 300㎝, 1884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쇠라가 죽었을 때 비평가들은 그의 재능에는 정당한 찬사를 바쳤지만, 그가 명작을 남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역으로 쇠라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그것도 훌륭하게 다 해냈다고 생각한다. (···) 그의 일은 성취되었다. 쇠라는 모든 것을 새롭게 통찰하고 백과 흑, 선의 조화, 구도, 색의 대조 및 조화와 같은 것을 모두 검토하고 결정적으로 만들어냈다. 한 사람의 화가에게 대체 이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_폴 시냐크
"내가 생애에서 진실로 하고 싶은 일은, 풍경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 확고한 결심 때문에 나는 다른 그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_장 밥티스트 가미유 코로
카미유 코로, <티볼리의 빌라 데스테의 정원>, 캔버스에 유채, 43 × 60㎝, 1843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카미유 코로, <안개 낀 아침 (빌 다브레의 아침)>, 캔버스에 유채, 58.42 × 91.12㎝, 1865년경, 미네아폴리스 미술관
"거장 화가라면 으레 소묘를 다작했다. 흠모하는 작품을 모사해두는가 하면, 나중에 쓸모 있을 듯한 아이디어가 샘솟거나 이런저런 생각이 어수선하게 피어오를 때 이를 정리하고자 크로키 형식으로 그리기도 했다."
_필리프 코스타마냐, 『안복에 대하여』, 김세은 옮김, 아날로그 (글담), 2017
카미유 코로의 풍경 스케치
피트 몬드리안,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캔버스에 유채, 127 × 127㎝, 1942ㅡ43년, 뉴욕 현대미술관
피트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캔버스에 유채, 45 × 45㎝, 1930년,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미술이란 자연계와 인간계를 체계적으로 소멸해 나가는 것이다."
_피트 몬드리안
베르트 모리조, <핑크 드레스>, 캔버스에 유채, 54.6 × 67.3㎝, 1870년경,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5부
나는 내가 마음에 든다
오! 당신은 알기를 우너하십니까?
권태보다
그리고 슬픔보다도
왜 불행이 더 나쁜지를···
하지만 불행보다
더 나쁜 것은 아픔입니다.
오! 당신은 알기를 원하십니까?
왜 아픔보다 버려짐이 더 나쁜지를···
하지만 버려짐보다도 더 나쁜 것은
외톨이가 되는 것입니다.
오! 당신은 알기를 원하십니까?
외톨이가 되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을···
그것은 바로 유랑생활입니다.
하지만 유랑생활보다도 불행한 것은
죽음이랍니다.
그렇지만 죽음보다도 더 불행한 것은
바로 잊히는 것입니다.
_마리 로랑생, <외로운 여자>
마리 로랑생, <폴 기욤 부인의 초상>, 캔버스의 유채, 92 × 73㎝, 1924ㅡ28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마리 로랑생, <키스>, 캔버스에 유채, 81.2 × 65.1㎝, 1927년, 도쿄 마리 로랑생 미술관
폴 세잔, <구부러진 숲속 길>, 캔버스에 유채, 81.3 × 64.8㎝, 1906년, 개인 소장
"자연의 모든 것은 구와 원추 및 원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이 단순한 도형들을 통해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_ 폴 세잔
조지아 오키프, <구름 위의 하늘 Ⅳ>, 캔버스에 유채, 243.8 × 731.5㎝, 1965년, 시카고 미술관
"어떤 사람들은 내 그림을 보고 그림이 아니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그림이라고 한다. 이처럼 내 그림에 대한 그들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 내 방식대로 가는 게 최선이 아닌가."
_조지아 오키프
앙리 마티스, <책 읽는 여인>, 캔버스에 유채, 50.8 × 61.6㎝, 1921년. 런던 테이트모던
앙리 마티스, <정원에서 책 읽는 여인>, 캔버스에 유채, 23.7 × 33㎝, 1903년, 개인 소장
앙리 마티스, <꽃병 옆에서 책 읽는 여인>, 캔버스에 유채, 38.4 × 46.4㎝, 1922년, 볼티모어 미술관
"내가 꿈꾸는 것은 균형의 예술, 순수와 평온의 예술이다. 근심스럽거나 우울한 주제를 완전 배제하고 마치 피로를 풀어주는 훌륭한 안락의자처럼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루만지는 효과를 지닌 예술."
_앙리 마티스, 『한 화가의 비망록』
에곤 실레, <오렌지 재킷을 입은 자화상>, 종잉에 붓, 수채화, 과슈, 연필, 48.3 × 31.7㎝, 1913년, 알베르티나 박물관
에곤 실레,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목판에 유채, 32.2 × 39.8㎝, 1912년, 레오폴드 뮤지엄
에곤 실레, <줄무늬 셔츠를 입은 자화상>, 종이에 검은 분필, 과슈, 44.3 × 30.5㎝, 1910년, 레오폴드 뮤지엄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훌륭한 사람과 앞으로 훌륭하게 될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나는 나의 훌륭함이 마음에 듭니다."
_에손 실레
"나는 이제 어디로 가려는 걸까. 내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 나는 대체 어디로 와버렸을까? 여긴 대체 어디일까? 아니, 그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대체 누구인가? 겨울에 비친 나를 보니 자화상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나는 스스로에게 애정 비슷한 것을 조금이라도 품을 수 있을까? 작은 조각 하나라도 좋으니,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까?"
_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2017
라파엘로 산치오, <자화상>, 패널에 템페라, 47.5 × 33㎝, 1506년, 우피치 미술관
"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고통과 대화할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 결국 슬픔을 아는 것이 건축을 감상하는 특별한 선행조건이 되는 것이다. 다른 조건들은 옆으로 밀어놓더라도, 우선 약간은 슬퍼야 건축물들이 제대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이다."
_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11
로버트 라이먼, <무제>, 리넨에 유채, 26 × 26㎝, 1965년
로버트 라이먼, <무제>, 리넨에 유채, 1962년경, 뉴욕 그리니치 컬렉션
앙리 마티스, <강변의 목욕하는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 260 × 392㎝, 1909ㅡ17년, 시카고 미술관
"나는 삶이 글의 '소재' 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글을 위한 '미지의 기획' 을 우너한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이 생각은 형식조차도 실제 내 삶에 의해 부여된 텍스트를 의미한다. 나는 우리가 쓰고 있는 이 글을 절대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삶으로부터 나왔다. 다수의 조각들로 이뤄진 사진으로 쓴 글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무엇보다 이 현실을 담은 '최소한의 이야기를 만드는' 기회를 내게 준다."
_아니 에르노 ·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신유진 옮김, 1984Books, 2018
흐린 하루에 선명한 그림 하나
매일 나만의 위로를 늘려 나가다
때로는 수많은 말보다 조용한 그림 한 점이
크고 확실한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가장 비싼 가방에 소설책 한 권과 화장품 파우치를
꼼꼼히 챙겨서 비장하게 나섰던 출근길이 생각난다.
'물질적인 것' 은 언제나 더 새롭고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또 다른 '물질적인 것' 으로 대체된다.
일상이 권태롭다고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없는 나에게
그림 감상과 독서는 타인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혼자 있어도 된다고 허락받는 행위였다.
억지로 침묵을 만들지 않으면 남의 말, 소음, 가십에
나의 온 시간을 빼앗길 것만 같았다.
평온한 일상과 비릿한 일과가 교차하는 우리의 고된 하루에
'생활과 시간이 다져진' 그림 하나를 볼 시간을 선사해보자.
이 도시를 살아가면서 만나기 힘든 평범한 기적이 바로 그 속에 있다.
_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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