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 원년?]

'스마트 안경' 원년?
스마트폰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아낸다면 구글이나 애플 못지않은 거물이 될 수 있다. ‘스마트 안경’ 같은 웨어러블은 십수 년째 유력 후보지만 벤치 신세. 하지만 올해는 원년이 될지도 모른다. 수백만 대가 팔린 메타 레이밴이 국내에 진출했고, 삼성과 구글은 젠틀몬스터 같은 젊은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을 내놨다.
공대 감성의 기술 회사들은 그간 깨달은 바가 있다. 뭐든 대중에게 퍼지기 위해서는 그걸 쓰는 풍경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멋져 보여야 사고 싶다. VR이니 AR이니 얼굴에 뒤집어쓰는 것들이 줄기차게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진 이유는 쿨하지 않아서다. 한번 써볼까 해도 화장까지 번진다. 얼굴은 사람들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패션의 종착점. 그 노하우를 아이웨어 전문 업체라면 알고 있을 터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전히 초기 사용자는 패셔니스타가 아니었다. 내 시점 그대로 피사체 몰래 영상을 찍고 싶었던, 그저 카메라를 얼굴에 차고 싶었던 이가 많았다. 10년 전 구글 글래스가 실패한 건 사생활 침해라는 낙인 때문이었다.
깜빡거리는 촬영 표시를 없애는 방법쯤은 귀신같이 금방 찾아낸다. 그리고 그렇게 몰래 찍힌 영상이 인스타 조회수 수만을 찍으며 떠돌기도 한다.
폰에 고개를 파묻고 좀비처럼 다니는 대신, AI와 함께 세상을 보며 이야기하는 세상. 내가 못 본 걸 귀로 들려주며, 못 듣는 건 자막으로 보여주는 미래. 그렇지만 그 미래를 멍한 눈빛으로 안경에 비친 정보만 좇다가 피사체를 발견하면 눈빛이 반짝이는 밉상들이 차지해 버린다면 아쉽고 씁쓸하다.

김국현 과학기술평론가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6월 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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