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가족]

일러스트 = 이철원
제비 가족
마을 근처로 난 둘레길에 나가
아침 일찍 알밤을 주워 온 노인네가
작은 칼로 밤을 깎아
애들 입에 넣어 주고 있었다
새끼는 커도 새끼
어미는 늙어도 어미
서른 넘은 두 녀석
손 하나 까딱 않고
입 딱딱 벌려 차례로 밤을 받아먹는다
봄에 처마 밑에서 본 제비 새끼들 큰 입과
벌레를 물고 온 어미 제비
세상에 저렇게 사람만 한
제비들이라니
ㅡ 김주대 (1965 ~)
자녀에게 먹일 것을 애써 구해 와서 자녀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는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듯이 흐뭇해하는 어머니가 있다. 오늘 아침에는 알밤을 주워 와서 서른 살이 넘은 두 자녀에게 먹이고 있다. 시인에게 이 풍경은 마치 어미 제비가 물고 온 벌레를 “입을 딱딱 벌려” 받아먹는 새끼 제비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만 같다. 세상에서 이처럼 아름답고 거룩한 장면이 또 있을까.
김주대 시인의 다른 시 ‘마음’ 에도 제비 가족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어미 제비가 물고 온 것을 새끼 제비들이 먹고 있는 것을 오래 보고 있노라면, 즉 “입을 딱딱 벌리면서 꼼지락거리는 걸 보마 / 나도 꼼지락거리미 숨을 잘 쉬기 된다” 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또 어머니는 “꽃은 오래 쳐다보만 나도 노랗기 빨갛기 혈액이 돈다” 라고 덧붙여서 이르신다. 제비와 꽃에 당신의 마음을 얹은, 고향 사투리가 정겨운 이 말씀은 가히 빼어난 시구 (詩句)라고 하겠다. 내게도 어머니의 존재는 큰 경전 (經典)이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6월 15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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