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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밭가에서]

채소밭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달리아가 움직이지 않게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무성하는 채소밭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돌아오는 채소밭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바람이 너를 마시기 전에
ㅡ 김수영 (1921 ~ 1968)
김수영 시인은 1955년 서울 마포 구수동 서강 강변으로 이사를 했다. 이 동네에서 번역과 양계 (養鷄)를 하면서 살았다. 특히 양계는 시인에게 “난생 처음으로 직업을 가진 것 같은 자홀감” 을 느끼게 했다. 기른 닭의 수가 적지 않았고 채소밭도 꽤 넓었으나 생활난이 전혀 없진 않았다. 이 시는 1957년에 창작되었다. 그 당시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는 시 ‘여름 아침’ 에서는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 는 시골의 풍경을 노래했고, 시 ‘사치 (奢侈)’ 에서는 “자연이 하라는 대로 나는 할 뿐이다 / 그리고 자연이 느끼라는 대로 느끼고 / 나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적었다.
이 시는 “기운을 주라” 는 시구를 반복한다. ‘기운’ 은 생명의 능동적인 힘과 의지를 일컫는 것일 테다. 시인은 채소밭 작물의 생기 있고 활발한 생명력을 바라보고서 부조 (扶助)하듯 서로서로 푸릇푸릇한 에너지를 북돋우자고 말한다. 한 산문에서 시의 역할도 세계의 오늘과 내일을 위하여 “믿음과 힘” 을 돋우어 주어야 한다고 썼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6월 29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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